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상황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의원 아닌 요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데 대해 "국회의원을 정확하게 '끌어내라'라고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두 분 다 말씀하셨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윤 대통령 측이 계엄에 대해 '질서유지, 시민보호 등을 강조한 경고용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질서유지, 시민보호, 경고는 지시받은 바 없고 (계엄이) 끝난 다음에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곽 전 사령관을 향해 "사령관이 (더불어민주당에) 회유당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무슨 관계인가"라고 압박하는 등 증언 신빙성 공격에 나섰다. 여당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정채용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선관위 흔들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부정선거 증거 확보를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 측 입장을 "도둑을 잡으러 담장을 넘어 (남의 집에) 들어갔다"는 비유로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계엄 및 부정선거 음모론을 사실상 옹호한 셈이다.
곽 전 사령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관련, '요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김병주 의원이 '의원을 끌어내라'로 둔갑시켰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동의하시나" 묻는 민주당 김 의원 질문에 "그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을 정확하게 '끌어내라'라고 두 분 다 말씀하셨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국회가 계엄해제안을 의결한 직후 윤 대통령이 직접 계엄군 철수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그런 말씀이 있었는지는 제가 모르겠다. 제가 그런 지시를 직접 받지 않았다"며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도) '특전사가 철수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그냥 같이 따라서 철수했다'(고) 저한테…(말했다)"고 증언했다. 계엄 해제 직후에도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의 명시적인 철수 지시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고 있는 '평화적 계엄'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곽 전 사령관은 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평화적 계엄이 있을 수 있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실탄 불출도 준비하는가' 등의 질문을 듣고 "이 말씀만 드리겠다. 비상계엄 전과 (계엄) 중에 '질서 유지', '시민 보호', '경고'는 제가 분명히 들은 바, 지시받은 바가 없다"며 "이후에 (계엄이) 끝난 다음에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것을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군에 질서 유지 및 시민 보호 등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비상계엄은 실제 물리력을 행사하려던 것이 아닌 '경고용 계엄', '평화적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측이 결과에 따라 말을 맞추고 있다'는 취지의 민 의원 지적에도 "저는 그렇게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는 '군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與, 곽종근 겨냥 "거짓 증언" 맹비난…여야 "싸가지", "물타기" 언쟁도
여당에선 이 같은 곽 전 사령관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곽 전 사령관이 김병주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계엄 당일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것을 두고 "김 의원과 무슨 관계인가. (김 의원이) 지상부사령관을 할 때 작전차장을 했지 않나", "(일각에선) 사령관이 (민주당에) 회유당했다고 얘기한다"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곽 전 사령관의 동선을 하나하나 캐물으며 "회의장소에서 쉬었는가", "(그 장소에) 민주당 전문위원들과 의원들이 들어오지 않았나"라고 추궁하기도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관련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자, 국민의힘 일각에선 곽 전 사령관이 처음엔 '요원'을 끌어내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김 의원 등 민주당 측의 유도 혹은 회유에 따라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 같은 여당 측 의혹 제기에 대해 "분명히 제 의지대로 말씀드렸고 누구의 사주를 받거나 누구의 요구로 답변한 사항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씀드렸다"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당시 상황이 707 특임단 작전 요원들이 본관 정문 밖에서 대치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본관에는 아무도 안 들어가있는 상황이었다"며 "그 상황에서 요원을 빼내라는 게 (맞지 않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본인이 유튜브 출연 당시 '요원을 빼라'라는 말과 '의원을 빼라'는 말을 함께 썼다는 국민의힘 측 추궁에 대해선 "두 가지 다 사실"이라면서도 "(요원을 빼라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듣지 않았다. 그건 제 판단에서 (당일) 1시 9분에 (요원들을) 철수시킨 것"이라며 "유튜브를 잘 보면 앞쪽 부분에 제가 707 특임단장하고 국회 본관에 들어갔던 인원들을 임무 중지하고 철수시키는, 빼내라는 얘기들을 제가 앞에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임 의원과 곽 전 사령관의 공방이 격해지자, 민주당 측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장내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12월 6일 당시 부대를 찾아 곽 전 사령관을 만난 김병주 의원은 "항의 방문을 간 것"이라며 "정문에서 20분 항의했더니 특전사령관이 나왔다", "회유했다는 식의 얘기는 대단히 불쾌하다"고 했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곽 전 사령관이) 양심고백을 하겠다고 해서 갔다. 어디다 대고 회유했다고 하나"라고도 했다.
이에 여당도 반발하며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여야 간의 고성을 동반한 언쟁이 시작됐고, '물타기', '싸가지' 등의 단어가 나오며 상황이 격화되기도 했다. 부 의원은 한 여당 측 의원을 향해 "싸가라지라니 선을 넘는다. 해보자는 건가", "물타기라니. 채 해병 죽인 사람 당신 아닌가 그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부정선거 음모론 군불?…선관위 때리고 계엄 옹호성 발언도
한편 이날 국민의힘 측 의원들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해킹 취약설'을 되풀이 하거나, 선거관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선관위 부정채용 문제를 재차 거론하는 등 '선관위 때리기'에 집중했다. 선거관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대중적 의혹'으로 포장해 선관위에 그 책임을 묻는 모습도 연출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의 취지로 강변한 부정선거론을 직간접적으로 옹호하는 모양새다.
주진우 의원은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감사원에서 한번 딱 감사를 했을 뿐인데 경력채용에서만 800여 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며 "지금 선관위가 헌법기관 또 헌법상의 독립성을 스스로 너무 강조하다 보니까 지금 외부 통제에 있어서 굉장히 미흡하다"고 했다. 강선영 의원도 "지난 10년간 선관위 채용 비리는 총 1200건"이라며 "감사원은 선관위 고위 관계자 총 27명에 대해서 이거와 관련해서 대검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했다.
국가기관 채용비리 문제는 기관의 신뢰도 및 채용시장 공정성 등과 관계된 중요 문제지만, '부정선거', '선거관리' 등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의제인지라 국민의힘 측 의원들의 이같은 질의는 눈길을 끌었다. 선관위의 신뢰성 자체를 흔들어 '부정선거론'의 신빙성을 높이는 작업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김 사무총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353건 적발한 그 내용은 실제적으로 지금 정리된 내용을 보면 극히 (적은) 4건 정도고 나머지는 전부 입건조차 되지 않은 상황으로 지금 정리가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이어 "(선관위의)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 그리고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의 핵심적인 시스템이 해킹에 매우 취약하다", "2023년 7월 8일에는 중앙선관위 소속 직원의 업무용 PC가 악성코 드에 감염됐다"는 등 '해킹취약설'을 강조했지만, 김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지금 해킹된 PC는 (업무용 내부망 PC가 아닌) 인터넷이 가능 한 외부망 PC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정정했다.
선관위에 대한 여당의 공세 와중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 이유인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다소 직접적인 옹호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과거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낸 사례인 방송인 김어준 씨 문제를 역으로 지적하는 풍경이 펼쳐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장동혁 의원은 "(선관위엔) 부정 선거가 없으면 없다고 국민들을 설득할 책임이 있고 이번이 절호의 기회고 마지막 기회", "국민들이 의혹을 갖는 지점이 생긴다"는 등 부정선거론의 논리적 타당성을 설파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부정선거 증거 확보를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 측의 입장을 '도둑을 잡으러 남의 집 담장을 넘은 것'이라는 식으로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정선거를 계엄으로 밝힐 순 없다'는 헌재 등 사법부 측의 원칙적 판단을 두고 "'도둑이 있는 것 같아서 담장을 넘어 들어갔다'라고 했더니, '요즘 세상에 무슨 도둑이냐. 대문 열고 들어가야지 왜 담장 넘고 들어 갔냐'라고 지금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담을) 넘어간 동기가 도둑을 잡기 위한 것이라면 도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했다.
주진우 의원은 김 사무총장을 겨냥, 방송인 김어준 씨의 부정선거 주장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을 언급하며 "거기에 보면 1시간 넘게 중앙선관위의 선거시스템 미비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김어준 씨가 그러면 약간 극우세력인가"라며 김 씨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김 사무총장의 반론을 구하기도 했다. 김 사무총장은 "그와 관련한 부분은 그때 당시에 실제적인 선거 소송이나 그와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이 다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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