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직후 기괴한 구인광고 낸 머스크, '주 80시간' 일하라고?

[언어가 언어에게] ⑧ 'AI 독재 국가', '사업 국가'의 시범 등장, 트럼프-머스크의 미국

머스크의 기괴한(!?) 구인광고

미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는 당선 확정 직후인 11월 12일 예고한 대로 미국의 차기 정부효율부(DOGE) 책임자로 xAI의 일론 머스크와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를 지명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명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자신의 엑스 계정에 구인광고를 냈습니다.

더 이상의 파트타임 아이디어 제안자들은 필요없다. 매주 80시간 이상을 일할 의향이 있는, 지극히 높은 아이큐(super high-IQ)를 가진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 일론과 비벡이 상위 1%를 검토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어찌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머스크의 구인광고 의미를 꼼꼼히 심층 취재하고 분석한 미디어나 전문가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검색을 해보아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주 80시간 이상이라. 주 5일 근무로 계산하면 하루 16시간을 일하고도 무보수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을까요? 그것도 박사학위 소지자 이상의 높은 아이큐를 가진 사람이 말입니다.

머스크의 이런 구인광고를 보고도 사람들은 기행과 독설, 농담을 일삼아 엑스에 올리는 그의 '어그로' 끌기 '관종' 행태의 하나로 치부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놀랍게도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지능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인공지능(AI)입니다. AI는 주 80시간 이상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일요일도 없이 주 80시간의 2배가 넘는 주 168시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업무 대부분이 사람과 사물의 데이터를 패턴(유형)으로 분류하고, 가공하고, 다양한 정책 방안들을 세우고, 핵심을 요약하고, 집행하는 일들입니다. AI가 가장 잘 하는 일들입니다.

이미 AGI 3단계, 즉 AI 에이전트(Agents)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미국 인민의 대리인들인 연방정부의 '인간지능'을 90% 이상 해고하고 AI로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고도 남을뿐더러 아마도 순식간에 일어날 것입니다.

미 연방정부 예산 6.7조 달러의 1/3인 2조 달러 예산을 감축하겠다는 호언장담은 결코 허풍이 아닙니다. 이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약 8천여 명의 직원 가운데 80%를 해고하고 1,300명 남짓으로 줄인 전력이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금 그의 표현 그대로 그 자신을 혁명가로 생각하고 있고, 혁명을 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왜 트럼프에 올인했을까

저는 일론 머스크가 자기 소유의 엑스에 구인광고의 한 단어 한 단어를 올리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저 높은 곳에서 수많은 천재들 가운데 상위 1%를 선발하는 초천재의 책상에는 서류 더미도 없고 특별히 자신을 위해 제작된 스마트폰 하나만 달랑 놓여 있었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대중'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천재성에 한껏 취해 온몸에 퍼진 희열을 숨기지 않고 만면에 승자의 미소를 짓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저는 소름이 돋고 오싹합니다.

트럼프 승리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부정확함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캠프와 해리스 캠프의 주요 선거 전략가들 개개인에 대한 정보와 분석도 줄을 이었습니다. 경합주별로 투표권자들을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해서 어떤 층이 트럼프를 지지했는지 분석한 주장들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번 선거가 철저히 AI 선거였다는 점은 소홀히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는 AI 선거였습니다.

4년 전 트럼프 반대자였던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에 올인한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그의 AI 올인이 원인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실리콘밸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합니다. 팔란티어 창업자 폴 틸 등 소수의 확실한 공화당원을 제외하고 구글, 오픈 AI, 메타 등의 주요 임원들과 과학자-개발자들 대부분이 진보주의자들입니다. 심지어 팔란티어 대표 일렉스 캅은 폴 틸 의장과 달리 사회주의자를 자처합니다.

실리콘 밸리 좌파는 강남좌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훨씬 그 수가 많고 실리콘밸리를 압도합니다. 당연히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머스크처럼 입장을 바꿔 트럼프 지지를 한 사람들이 줄을 이어 나타났습니다. 오픈 AI의 샘 올트먼도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더 많이 상당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타와 아마존 등도 공화당과 민주당에 공평하게 선거자금을 기부했습니다.

구글은 미 연방정부와 반독점 소송 중으로 해체 위기에 놓여 있고, 트럼프가 구글이 편향되어 있다고 끊임없이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 지지 입장을 고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공개석상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를 1개월 앞두고 블룸버그통신의 한 행사에서 구글 해체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뒷전에서 구글의 로비가 있었다고 추측되는 대목입니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명확합니다. 실리콘밸리 AI 빅테크의 사람들은 선거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엑스를 비롯한 SNS를 AI가 분석한 결과는 트럼프 당선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투자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에서 돈이 어디로 몰려 가는지,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AI개발 후발주자인 머스크가 거액을 들여 올인한 배경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투표권자들을 계급, 계층, 성, 세대, 지역 등으로 분류해서 그에 맞는 메시지 캠페인을 펼치던 전통의 선거전략과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 실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선거전략은 기본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별 맞춤 메시지 캠페인이 실제로 집행된 선거였다고 추정됩니다. AI와 SNS가 있기에 가능한 전략입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를 통해 확보한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정치 성향에 맞는 온갖 종류의 메시지를 유형별로 분류, 그 강도와 횟수까지 고려해서 선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명학하고도 확실한 여론 조작입니다.

머스크는 탐욕의 사업가입니다. 결코 손해보는 거래는 아예 벌이지도 않습니다. 그의 모든 기행과 언행은 모두 돈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2명을 추첨해서 이른바 '트럼프 복권' 100만 달러, 약 14억원을 지급했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자극해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기발하고도 효과가 확실한 전략이었습니다.

머스크는 7월부터 매달 4,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23억원을 트럼프 캠프에 기부했습니다. 정확한 총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트럼프 당선에 쏟아부은 총액은 수억 달러, 한화로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다만 촉(觸)만으로 이런 올인을 할 리는 전혀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이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도중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해 트럼프 지원을 호소하며 펄쩍 뛰고있다. ⓒAFP/연합뉴스

AI 독재 국가, 사업국가의 시범 출현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 돈의 몇 배를 긁어모을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미디어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는 당선 직후 40%나 폭등했고, 그 이후 계속 상승했습니다. 머스크는 5일 동안 무려 100조를 벌었습니다. 이보다 더한 '타짜'의 베팅 성공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국가 권력은 오래 전부터 타짜들의 베팅 대상이었습니다.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는 그런 베팅을 제도화해서 미국을 확실하게 '사업 국가'로 만들고 있고 만들 것입니다. 그들의 손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차원이 다른 막강한 괴력의 AI라는 무기가 쥐어져 있습니다.

사업국가는 아마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박근혜-윤석열의 대일 매국 행정 협약과 달리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의 체제 전환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온라인 기술 웹사이트 탐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11월 18일, 일론 머스크가 오픈 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자료 가운데 오픈 AI 설립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을 일부 기사로 올렸습니다. 머스크가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샘 알트먼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대표, 일리야 수츠케버 구글 딥마인드 과학자, 그렉 브록먼 스트라이프 전 최고 기술책임자 등과 함께 오픈 AI 창업을 주도했고, 초대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샘 올트먼과 일리아 수츠케버, 그렉 브록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AGI를 먼저 개발하게 되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구글과 데미스 허사비스의 철학을 감안할 때 구글이 정말로 AGI 독재 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머스크는 2014년 딥마인드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패배했습니다. 딥마인드는 구글에 인수됩니다. 그리고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4전 1패로 이깁니다. 딥마인드의 주식 가치는 하늘로 치솟아 오릅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주역이 일리야 수츠케버입니다.

오픈 AI가 비영리단체로 출발하고, 창립 이념으로 “인류 전체에게 유익한 AGI의 안전한 개발”을 내세우면서 약관에까지 명시한 까닭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을 비롯한 오픈 AI 창립자들의 우려대로 AGI의 등장은 AI 독재 국가, AI 독재 사회로 귀결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게다가 AI 빅테크와 결합된 '사업국가'라는 이중 정체성도 갖게 될 것입니다. 구글과 데미스 허사비스의 AI 독재를 우려했던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 AI 독재를 실험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AI 독재 국가, 사업국가가 어떤 모습의 국가일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플라톤이 꿈꿨던 철인 독재의 이상향일지 영화 메트릭스가 보여주고 있는 디스토피아일지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GI의 등장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빅테크들의 경쟁에 미국, 중국 등 국가간 경쟁까지 더해 이 흐름은 어느 누구도 제어가 불가능합니다. 느린 연착륙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던 샘 올트먼조차 올해 9월에는 1천일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2025년 내년에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거의 유일한 구명보트, 이웃공동체

새로운 기술은 늘 세상을 바꿉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일으키는 부작용과 해악은 늘 뒤늦게 알게 됩니다. 디지털 기기, 특히 스마트폰의 SNS가 마약과도 같은 중독 증세로 인간 뇌, 무엇보다도 성장 과정의 청소년들 뇌를 파괴되고 있고, 청소년 자살 급증 등 생명체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뒤늦게 이제서야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에게 학교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와 철저하게 분리되게 하는 '디지털 쉼표' 정책을 시행합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세계 최초로 국가가 디지털 기기 규제에 나선 의미있는 진전입니다.

AGI 개발은 인간지능의 정점이자 개발-성장주의의 극점입니다. 이 극점이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아니면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닐지 우리는 모릅니다. AGI는 이전의 기술과는 다르게 완전히 차원과 패러다임이 다른 초지능의 세상을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극단의 기후위기와 극단의 불평등 현실에서 AGI의 등장은 인간에게 역으로 더없이 좋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온몸과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리며 개발과 성장을 해 온 결과가 핵개인으로 갈갈이 찢기고 해체된 극단의 세상입니다. 더구나 인간 지능을 훌쩍 뛰어넘는 AGI가 등장해 인간의 일자리는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인간은 잉여인간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AI 독재 국가, 사업 국가가 이미 미국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선례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모두 인간 탐욕과 어리석음의 결과입니다.

인간은 도대체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다시 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한 것입니다. 인간은 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합니다. 그래야만 생존이 가능해집니다. 이전의 인공지능 글에서 여러번 강조했듯, 인공지능과 인간의 유일한 차이는 인공지능은 기계이고 인간은 지구별 생태계에 연결된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질문할 수 있는 인간에게 유일한 구명보트는 생명체로 깨어나 이같은 지구생태계와 다시 재연결되는 이웃공동체입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멈추고, 내 옆과 뒤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이웃공동체 재생의 첫걸음입니다.

하바드대 신학대학원 연구원인 캐스퍼 터 카일은 말합니다. 살아있음의 충만함을 느끼는 깊은 관계는 첫째, 자신과의 연결 둘째, 이웃과의 연결 셋째, 자연과의 연결, 넷째 초월자(또는 영성)와의 연결 등 4단계를 통해 심화된다고.

그렇습니다. 다른 어떤 일과 과업에 우선해서 눈을 감고 시선을 내 안의 나 자신으로 돌리는 것이 생명체로 재탄생하기 위한 첫 번째 의식입니다. 사업과 일과 정치 성향과 주장으로 나 자신을 잃어버렸던 과거와 결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람쥐 쳇바퀴같은 핵개인의 감옥에서 탈출해야 살 길이 열립니다.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나 자신과 나를 다시 연결하고 이웃과 연결하는 것, 이것이 생명체로 깨어나는 인간 대장정 서사의 시작입니다. 끝.

● 이 글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웹진 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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