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에 국민 죽어나간다"고 하자, 한덕수 "가짜 뉴스"

여당서도 우려 목소리 나왔지만 사과 요구 '묵살'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 공백 장기화로 국민들이 죽어 나간다'는 야당의 지적에 "가짜 뉴스",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는 건 과장"이라고 반발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지역 중증 응급환자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구체적 통계 앞에선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고가)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한 총리는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례도 잇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잇따른다'는 표현은 좀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중 의석에 있던 야당 의원이 "국민들이 죽어 나가지 않나"라고 말하자 한 총리는 "그건 가짜뉴스다. 어디에 죽어나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것은 의사와 간호사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죽어 나간다는 표현이 뭐냐. 저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이같은 답변에 의석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기사 안 보시냐", "의사 선생님들도 죽겠다고 한다", "오늘도 죽어나갔다". "무슨 가짜 뉴스라고 그러나. 국민이 다 보고 계신다"며 집단적으로 항의했다.

한 총리는 '국민들께 사과하실 의향이 있으시냐'는 남 의원의 질문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최선을 다하는 데 협조해달라"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관련) 단체들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이라며 한 총리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그런 일방적인 생각이 어딨느냐"며 "'의료개혁 해야 된다. (의대) 증원해야 된다' 하는 분들 많다"고 했다.

백 의원이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영향"이라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며 "지지율을 올리려면 의대 증원하지 말고 의료 개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야당 의원들과 싸워서 지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읽었다'며 답변 태도를 지적한 민주당 이용우 의원에게는 "의원님께서 먼저 목소리를 높인 걸로 안다"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한 총리는 그러나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민주당 김윤 의원이 구체적 통계 내용을 제시하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의원님께서 면밀하게 살피셨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달리 말씀드릴 숫자 갖지 않는다"며 "저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1만2000명에 가까운 인력들이 빠졌다"고 했다.

김윤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1000명당 사망자 수는 78.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7.0명) 대비 1.6명 늘어난 수치다.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지적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많은 국민이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노출돼 많은 국민이 처음 의대 증원 정책을 응원했다가 실망으로 돌아선 것도 사실"이라며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직을 걸고 열심히 일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분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최 의원은 "직에 목숨을 걸고 결과로 국민에게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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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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