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 이준석, 또…"텔레그램 차단할 거냐? 학교 없애면 학폭 없어져?"

경찰청장 "보안메신저 큰 문제", 국수본도 "방 폭파하면 수사 어려워" 지적 와중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기술 활용 온라인성범죄가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큰 불안과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안티-페미니즘' 정치인의 대표 격인 이준석 의원이 또 "이런 식이면 대책은 텔레그램 차단밖에 없다", "학교폭력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라고 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의원은 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이런 식으로 가면 대책은 텔레그램 차단밖에 없다. 텔레그램 차단할지 아닐지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상임위에서) 과기정통부에 제가 물어봤을 때도 과잉 규제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질의했는데, 결국 텔레그램 차단할지만 고민하면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정치하는 데 있어서 뭐든 규제해서 막을 때 가장 쉬운 게(뭐냐), 예를 들어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면 가장 쉬운 학교폭력 없애는 방법이 뭔가. 학교를 없애는 것이다. 확실하게 없어진다, 학교폭력이"라며 "이런 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해법 같지만 아닌 해법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예를 들어 텔레그램이 문제가 된다, 다른 메신저로 이전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건 결국에는 다 차단해버려야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텔레그램이 아닌 다른 메신저로의 '이전'은 쉽지 않다. 2019년 'n번방 사건'과 2020년 '박사방 사건' 등 성폭력범죄 사례나 마약·사기 등 많은 범죄 사례에서 텔레그램은 빈번하게 플랫폼으로 활용된 반면 실명·전화번호 기반의 국내 메신저 카카오톡·라인 등은 그렇지 않았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한 답변에서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 검거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이유를 묻는 의원 질의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메신저"라며 "보안 메신저를 통해 수사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진 않지만, 우회경로를 활용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조 청장은 "보안 메신저에 대해 직접적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고, 확실히 근절할 수 있도록 지난달 말부터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기자간담회에서도 텔레그램 대화방이 수사 착수 이전에 '폭파'된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프랑스에서 했듯이 서울경찰청이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 이번 범죄(허위영상물 등) 방조 혐의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면서도, 다만 '여군 딥페이크방'은 존재 사실이 보도된 당일 폭파돼 사실상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이 계정정보 등 수사 자료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잘 주지 않는다"고 텔레그램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각종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이번 기회에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자동 생성하는 텔레그램 봇(프로그램) 8개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며, '겹지인방' 등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물을 만든 뒤 유포하는 텔레그램 단체방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 본부장은 수사와 관련해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지금까지 전혀 검거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나름의 수사기법이 있어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중"이라며 지난달 26∼29일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총 88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피의자 24명이 특정됐다고 밝히면서도, 이는 수사기관의 민완이라기보다는 피해자들의 적극적 신고에 기인한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우 본부장은 "'미투 운동'처럼 과거에 그냥 넘어갔던 일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피해자들이 '누가 했다'는 것까지 함께 적시해 수사의뢰를 한 것이 꽤 많다"고 말했다.

즉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등이 '다른 메신저에 비해 특별히 텔레그램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와중에, '텔레그램 차단해봐야 어차피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 범죄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가운데 혼자 "정부에 하도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다 보니 과잉규제로 결론이 날까 우려된다", "텔레그램을 차단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방법이 있나"라고 했었다.

이 의원은 올해 2월 낸 입장문에서 "이준석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당시 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됐다"며 스스로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를 자임하는 등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정치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비로소 정치권 주요 인물이 된 시점인 지난 2021년 이후 여러 차례 공개 발언과 인터뷰를 통해 페미니즘의 전제인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집요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 "<82년생 김지영> 작가는 (책 속에서)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말한 것이나, 방송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하는 것",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 등의 말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한 윤석열 대통령과 매우 흡사한 젠더 인식인 셈이다.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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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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