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反페미니즘' 이준석에 "트럼프식 갈라치기"

"할당제 제대로 시행해본 적도 없는데 폐지론 자체가 말이 안 돼"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은혜 의원이 당권 경쟁자 중 하나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향해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여성·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할당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이 비판 대상이 됐다.

김 의원은 23일 SNS에 쓴 글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할당제를 제대로 시행해 본 적도 없는데 폐지론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공천에 적용된 방식은 청년, 여성, 신인 '가산점'이지 '할당제'가 아니다"라며 "아직 시행한 적도 없는 걸 왜 반대하나?"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문제제기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청년할당이란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불투명한 영입과 충원 방식'이 문제라고 말해야지, 모든 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식의 '트럼프 화법'으로 갈라치기를 하면 불필요한 논란만 증폭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전 최고위원은 청년할당제의 대안으로 토론 배틀을 꼽는데, 토론 기술이 청년할당제의 취지를 대체할 수는 없다. 청년할당제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자리는 586 기성정치의 기득권 연장수단이 된다"며 "할당제를 운영하면서 그 선발방식은 공정경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서울 강남 3구 중 1곳, 대구와 부산 지역 각 1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 2030 후보를 우선추천"하고 "광역의원과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의 30% 이상을 40대 이하 청년·여성으로 충원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김 의원이 이날 직접적인 비판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전날인 22일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자신과 이 전 최고위원, 김웅 의원 등 이른바 신진 3인방 토론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청년할당제 폐지론을 편 것이었다.

김 의원 발언 중 '청년할당제를 운영하면서 그 선발방식은 공정경쟁으로 해야 합리적'이라고 한 부분은 2011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20대 청년 비대위원'으로 "불투명한 영입"이 이뤄진 일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은 앞서 한 일간지 기고에서 여성 공직할당제를 "수치적 성평등에 (대한) 집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여성혐오·성착취 범죄의 존재를 부인하며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하는 등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적 언행을 일삼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의 언행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TV 토론이나 SNS상 발언에서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 경제지 인터뷰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비현실적이다. <82년생 김지영>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거나 "여성의 기회 평등이 침해받는 이슈가 '있다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는 등의 문제성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을 도널드 J.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비긴 일이 눈길을 끄는 것도 그래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무수히 많은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았었다.

김 의원은 앞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반여성주의 발언에 대해 "공격당할까봐 두려움을 갖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두려움을 못 본 척하거나 모르는 것인가"라며 "당 대표 선거라는 건 국민 전체의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 국민을 가르거나 나눌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되면 안 된다"고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 주자 가운데, 반여성주의 문제로 이 전 최고위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김 의원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그 외에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SNS에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글을 쓴 것이 이 전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해석됐던 정도다.

김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 인터뷰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의 신진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낡은 정치문법으로 단일화 하자는 제안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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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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