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임기 첫날…尹·韓 갈등 초점으로 '채상병 특검' 다시 부상

韓 '제3자 특검' 강행 기조에…홍철호 "원내 협의해야", 친윤계도 "당대표 권한 아냐" 견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취임 첫날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집권여당의 강점은 국민을 위해 (정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다만 한 대표는 당 일각에서 '당정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제3자 채상병 특검안과 관련, 이날도 다시금 추진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첫날부터 당 안팎 친윤계 인사들로부터 견제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24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홍 수석을 접견했다. 이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새 지도부 출범을 기념으로 현충원을 참배한 뒤 이어진 신임 대표로서의 첫 공식 활동이었다. 홍 수석은 한 대표에게 난 화분을 전하며 "축하도 하고 대표님께 또 많은 기대한다는 말씀도 전하러 왔다"고 덕담을 했다. 한 대표도 "수석님은 제가 지난 선거 때도 같이 뛰었던 전우"라며 화답했다.

이날 만남은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의 공식적인 첫 접견이었지만, 두 사람은 현안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홍 수석은 "대통령님께서 어제 (전당대회 연설에서) 말씀을 충분히 하셨다"며 "여당과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는 말씀을 어제 여러 번 강조하셨다. 그래서 오늘 아마 두 분이 저녁에 좋은 말씀들을 나누지 않을까 한다"고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낙선한 당대표 후보 3인(원희룡·나경원·윤상현)을 함께 만날 예정이다.

한 대표 또한 "제가 대통령님과 함께 당 쪽에서 당을 이끌면서 우리 집권 여당,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지금 여러가지 저항을 받고 있는데 다 이겨내고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를 해서 좋은 대한민국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만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전당대회 직후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선 "최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 격려해주셨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당정 간 최대 갈등 소재로 꼽히는 채상병 특검법 문제에 대해서는 한 대표와 친윤계·대통령실 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 제안(제3자 특검법)'을 변함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 직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그걸로 혹시라도 국민들께 받을 수 있었던 '진실규명에 소극적이지 않냐'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만약 의원총회에서 제3자 특검법 반대 당론이 정해지면 따를 것인가' 묻는 질문에도 "정치에 있어 만약을 미리 결정할 필요는 없다"며 "제 입장은 분명히 말씀드렸고 변한 건 없다"고 재차 말했다. 그는 당내 특검법 반대 의견을 설득하겠다며 "제가 설득력 있는 논거를 밝혔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이점이 있고 국민께 어떻게 다가갈지 말씀드려서 절차를 통해 잘 설명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홍 수석이 한 대표와의 비공개 접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제3자 특검안 추진 의사에 대해 "원내에서 같이 협의될 것이라고 저는 안다"며 "그게 또 당연한 절차"라고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원내' 협의를 강조한 것으로, 해당 의제와 관련해서는 당 대표인 한 대표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을 은연중 시사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 현재 원외 신분이기도 하다.

한 대표와 함께 지도부에 진입한 당내 친윤계 인사들로부터도 벌써부터 '특검법은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 소관'이라며 견제구가 쏟아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KBS 등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며 "당 대표라고 해도 국회 운영에 관해서는 원내대표의 권한을 침범할 수도 없고, 당 대표의 의사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하도록 돼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지금 겉으로 보기에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이 다른 것이 명백한데, 이런 경우에는 원내대표의 의견에 따라야 되는 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라며 "(한 대표가) 당의 의사에 반하는 그런 어떤 결정을 하려고 한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최고위에서 당연히 저의 의견을 말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도부 내 대립을 예고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한 대표가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 검찰조사와 관련 '국민 눈높이'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당대표가 되셨으니까 국민의 눈높이가 구체적으로 뭔지에 대해서 자꾸 답을 요구받을 텐데, 그냥 '국민의 눈높이' 이런 추상적 언어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저도 국민의 눈높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를 향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좀 더 인간적인 관계 설정을 회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며 "지지자들이나 당원들 사이에서 (한 대표에 대해) 특히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강도가 좀 높아졌기 때문에 저는 그런 면에서 의구심을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최고위원 또한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를 겨냥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된 입장은 원내 전략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게 당 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이 법은 이미 한 번 표결이 이뤄졌고 이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됐다"라며 "저희 108명의 의원들은 분명히 반대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아니지만 친윤계인 대구 지역 재선 김승수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 관련 원내 여론에 대해 "당내 의원들은 채상병 특검 자체에 대해서 순수한 의도보다는 민주당의 대통령 흠집 내기, 탄핵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절대적으로 반대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대표가 특검법 수정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민주당처럼 이재명 대표 한 마디에 전체 의원이 좌지우지되는 곳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부분에 대해 한 대표가 이야기한 것에 상당히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며 "'당을 위해서 앞장섰던 분들인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얘기도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표는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생각하겠다"면서 인선 기준으로 "(국민들에) 경청, 설명, 설득할 수 있는 정당, 설명을 더 잘 할 수 있는 정당"을 언급했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친한계 박정훈 최고위원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총 9명인 국민의힘 최고위 구성원 가운데 한 대표 본인을 포함해 3명은 친한계, 3명이 비한계(김재원·인요한·김민전)이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친한계 인사를 임명해 안정적 당권 구도를 가져가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상태다.

2인의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현재 모두 친윤계 인사로, 추경호 원내대표는 임기가 보장돼 있고,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의 뜻에 따라 교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 임명권은 당 대표에게 있으나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가 24일 오후 국회를 예방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왼쪽)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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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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