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야구방망이 들고 무안군청 찾아가 '난동'…막후 실세들 간에 무슨 일 있었나

900억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증설 업체 선정 놓고 갈등 폭발

민원인이 대낮에 야구방망이로 공무원 집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발생해 무안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사건의 당사자가 각각 군청 내외의 실세들로 알려진 인물들이기에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19일 무안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무안지역 폐기물 처리시설 운영자 A씨가 무안군 소통실장 B씨의 집무실에 찾아가 야구 방망이로 책상 등을 수차례 내리치며 거칠게 항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소통실장 B씨는 다치지 않았으나 책상 위의 유리가 다 깨지고 파편이 날리는 등 집무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무안군으로부터 십수년간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증설을 위한 무안군의 제안서 접수과정에서 자신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방망이 소동을 일으킨 A씨는 현재 무안군의 폐기물 처리시설 운영자이다.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돈을 군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업을 운영하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 군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수탁업자가 도리어 공무원을 협박한 것이다.

그는 이날 소통실장 B씨에게 "왜 내 제안서는 받지 않느냐"면서 "가만 두지 않겠다"고 다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이 발생한 이후 수탁업자 A씨가 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과 관련해 담당 부서를 찾아가지 않고 '소통실장 집무실로 직행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무안군청 전경 ⓒ무안군

군청 홈페이지 조직도에 조차 나와 있지 않은 소통실장직은 군청내에서 막강한 권력자로 통한다.

언론인 출신으로 김산 무안군수의 고교 후배인 소통실장 B씨는 지난 2022년 10월 군청에 들어갔다.

김산 군수는 주민들과의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별정직 6급에 해당하는 소통실장 자리를 신설하고 B씨를 자리에 앉혔다.

집무실은 군수실 바로 옆방으로 배치됐다.

그가 군청에 입성 후 주요 업무들이 그와 협의하는 과정이 생겨났다. 사실상 보고와 승인을 받는 절차다. 소통실장은 별정직으로 팀장급에 해당하지만 그는 군청 과장들과 업무 협의를 할 때도 마주보지 않고 테이블 옆의 상석에 앉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소통실장이 군수 위의 '상왕'으로 지칭됐다.

김산 군수와 간부 공무원 등이 지난해 7월 관급공사 계약 체결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후 소통실장의 권한은 더욱 커졌다.

재판을 앞둔 김 군수의 행동 반경에 제약이 생기면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민감한 사안이나 이권 다툼이 있는 사업들은 대다수 소통실장이 챙겼다.

공사 비용만 900억원대에 이르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증설 업체 선정을 놓고 업자인 A씨가 소통실장을 찾아가 깽판을 부린 이유다.

더욱이 현재 군에서 이번 사업과 관련해 유일하게 제안서를 접수받은 D업체의 대표는 소통실장과 고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무안군이 D업체에 신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맡길 것이라 짐작한 기존 수탁자 A씨가 소통실장 B씨에게 항의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번 야구방망이 테러가 발생했으나 피해자 격인 소통실장 B씨는 "위해를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A씨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건화 될 경우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자신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점을 염려했다는 후문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언젠가 터질 일이 발생했다는 의견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소통실장을 거치지 않고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무안군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군수가 사실상 권한을 위임한 건지, 소통실장이 월권을 행사한 건지 이번 기회에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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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진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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