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말하는 정치?…李 'SNS 소통'의 명암

의제 설정부터 정책 연결까지 확대…신뢰·일관성 문제 놓고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의 X(엑스, 옛 트위터)가 최근 '제2의 국정 브리핑실'로 기능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세금, 노동, 외교 사안까지 망라한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던지고 그 파장이 다시 언론과 정치권, 시장으로 번지는 흐름이 반복되면서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이 대통령이 SNS에 올린 게시글은 60건이 넘는다. 특히 1월 마지막 주에는 20건 이상이 집중됐다. 하루 평균 두 건 이상을 올린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글을 올리고 댓글과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탈권위'적 형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오히려 대통령 1인에 집중된 정책 구조를 강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설탕 부담금부터 부동산까지…의제 '출발점' 된 대통령의 X

대통령의 SNS는 당초 국무회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을 정리해 올리는 등 국정홍보 창구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1월 말부터 이 대통령이 직접 X에 게시글을 올리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단순한 '홍보 창구'를 넘어 '의제 설정의 출발점'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탕 부담금을 도입하자는 대통령의 X에서부터 '설탕세' 논란이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글을 올리며 <마약보다 강력한 '달콤한 중독'… 국민 80% "설탕세 도입에 찬성">이라는 제목의 한 언론사 기사를 공유했다.

여당은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나섰고, 야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설탕세 도입'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또 설탕부담금과 설탕세를 혼재해 사용한 언론을 겨냥해 대통령은 "지방선거 타격주기 위해 증세프레임 만드는 걸까요?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하시기 바란다", "쉐도우복싱 또는 허수아비 타법", "여론조작 가짜뉴스"라고 직접 비판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가장 파장이 큰 의제는 부동산이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퍼지자 이 대통령은 직접 여론전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달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크게 해서는 안되겠다"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공언했다.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경고를 '추가 규제 신호'로 해석하며 각종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1일에도 "부동산 투기 때문에 나라 망하는 걸 보고도 왜 투기편을 드냐"며 "돈 벌겠다고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수십 수백 채씩 사모으는 바람에 집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이 줄어 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버는 돈에 세금 좀 부과한 것이 그렇게 부당한 것인가"라고 했다.

임금체불 문제를 지적하거나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속세 부담으로 부유층이 한국을 대거 떠난다는 주장에 대해 "사익도모와 정부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비난한 사례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사이다 정치'에서 국정 메시지로...대통령 발언의 무게

이 대통령이 SNS에서 구사하는 직설적인 화법은 정부가 발표한 공식 방침보다 더 강한 언어로 국민에게 다가가 즉각적인 이해와 '사이다' 효과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무게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정치인 이재명'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자연스러운 정치적 경로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오래된 정체성인 '사이다 정치인'은 SNS를 통해 시작됐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기본소득과 같은 브랜드 정책을 온라인으로 확산시켰고, 지지층은 SNS에서 결집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조직이었던 '손가락 혁명군'도 SNS를 하는 손가락을 무기로 정치적 개혁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SNS를 통해 즉각적 입장 표명과 반박을 이어왔다. 대선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SNS를 "목숨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없었으면 살아남았겠느냐"며 "언론들의 왜곡, 가짜정보에 옛날에 가루가 됐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게 제 목숨줄이다. 유튜브, 트위터(현 엑스), 인스타그램 이런 것들, 웬만한 SNS는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엄 국면에서도 이 대통령의 SNS는 '열일'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 대통령은 국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민 여러분 지금 국회로 와 달라", "늦은 시간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회로 이동해 국회 담장을 넘기까지의 상황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했다. 그는 후에 생중계를 한 이유에 대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어야 내가 체포되더라도 국민들이 내가 잡혀가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SNS가 정말 그의 "목숨줄"이었던 셈이다.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는 방식 역시 '이재명식 소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각본 없는 질의응답과 정책에 대한 밀도있는 대화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위원들과 정책 관계자들이 생중계를 계기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소명의식을 더 갖게 되는 것 같다"며 "국민도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인 이재명' 개인이 아닌 국가수반·행정수반이라는 제도적 위치에 있고, 그렇기에 발언의 무게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질문'이든 '의견 제안'이든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 읽힌다.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주워담을 수 없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동산, 세금처럼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는 더욱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 대통령이 X에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논의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단순히 의견이나 제안을 넘어 그의 말 자체가 정책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X에 주택임대 사업자에 대한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와 같은 영구적 세제 감면 혜택 축소를 제안하며 국민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주택임대 사업자의 종부세 감면 등의 특혜를 언급하며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면 재산세 종부세 감면혜택은 사라지지만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특혜는 계속되게 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축소 의견을 제안했다.

다음날인 10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같은 내용의 제안을 구윤철 경제부총리에게 던졌다. 이 대통령은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도 100년이고 1000년이고 중과하지 않으면, 그때 샀던 사람 중에는 300~500채 가진 사람도 많은데 양도세 중과 없이 20년 후에 팔아도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구 부총리는 "임대 종료 이후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해야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매각 기한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한 적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X에 한국어와 캄보디아어로 X에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쓴 바 있다. '한국 경찰의 단속으로 캄보디아 현지의 중국 범죄 조직도 한국인 조직원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 내용을 공유하면서다. 캄보디아 정부의 항의 했고 이 대통령이 작성한 글은 이후 X에서 삭제됐다.

야당에서는 비판 메시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국정 메시지는 불리하다고 지울 수 있는 일기장이 아니다"라며 "외교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삭제 과정까지 기록으로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임의로 게시하고 삭제하며 대통령 기록물 관리 원칙을 훼손하고, 국정 책임까지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단순히 게시글이 아니라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신중한 처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SNS 정치는 권위의 장벽을 낮춘 소통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책 신호가 대통령 개인을 통한 발신에 수렴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탈권위적 형식이 확대될수록 의사결정의 무게 중심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정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소통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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