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일단 짓고 보자'? 50년간 못 찾은 핵폐기장, 지금은 있나?

[핵발전 확대, 이대로 괜찮나] ① 핵폐기물 포화에도 2기 추가 건설… 고준위폐기물 특별법, 헌법소원 청구

이재명 정부가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던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에 따른 석탄발전소 폐지와 현재로서는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재생에너지로는 추후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핵발전소를 둘러싼 여러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에서는 관련 비판 쟁점을 세 편으로 나눠 정리한다. 편집자

정부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규 원전 추가 건설 등 핵발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핵발전소 폐기물만으로도 저장시설은 포화상태다. 핵발전을 가동한 지 약 50년이 됐으나, 역대 정부 모두 지역 사회를 설득하지 못해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도 못한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대책 없는 핵발전 증설은 어불성설"이라며 완강히 맞선다.

고준위 핵폐기물 포화는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문제다. <프레시안>이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 자료를 살펴본 결과, 대다수 핵발전 본부의 고준위 핵폐기물은 저장률이 80~90%에 이르렀다. 고준위는 방사능 농도와 열 발생량이 높은 폐기물로, 대부분 다 쓰고 버려지는 핵연료다.

현재 2개 호기가 상업가동 중인 고리 핵발전소는 2025년 12월 기준, 저장용량 8115다발 대비 7471다발이 저장됐다. 92.06%가량이다.

정부는 설계 수명이 다 해 가동이 중지된 고리 2·3·4호기를 재가동하려 한다. 이 핵폐기물까지 셈해 본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수명 기간 동안 예상 발생량은 1만 2290다발이라고 2023년 밝혔다. 이르면 2028년 포화한다. 수명이 연장된 2호기 저장 시설을 더 조밀하게 조정하면, 2032년에 포화한다고 분석됐다.

▲원전본부별(지역별) 사용후핵연료량 등 현황 표.(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소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2025년 12월 31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사용후핵연료 저장 가능 연도(2025년 12월 8일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2023년 2월 9일 보도자료 종합) ⓒ프레시안(손가영)

경주 월성 핵발전소는 포화 위기를 이미 겪었다. 월성의 총 6개 호기 중 2개는 발전 방식이 경수로이고, 4개는 중수로이다. 중수로는 경수로 방식보다 핵폐기물 발생량이 5~10배가량 더 많다. 2025년 12월 한수원과 원안위가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린 자료만 보면, 저장비율이 모두 95~100%에 달했다. 경수로 2개 호기는 95.51%, 중수로 4개 호기는 100%를 넘겼다.

월성 중수로 핵발전소를 보면, 4개 호기 및 건식저장시설의 총저장용량은 50만 1912다발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까지 총 52만 6412다발의 핵폐기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산업자원통상부는 2023년 저장시설 확충 등의 현황을 분석해 2037년 저장용량이 포화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명 기간 총 발생량은 72만 1920다발로 예상됐다. 현재 저장용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울 핵발전소 8개 호기도 저장용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공공데이터 포털 자료에 따르면, 핵폐기물량은 7548다발로 저장용량 7066다발을 넘겼다. 한울원전본부는 202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확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좀 더 확충된 저장용량이 공공데이터포털 자료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한울 핵발전소의 예상포화시점은 2031년이다. 이들의 수명은 2027년부터 2044년까지 걸쳐 있다. 산자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총 발생량이 2만 7401다발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현재 보고된 저장용량의 3배를 넘는다.

전남 영광의 한빛 핵발전소 6개 호기의 예상 포화 시점은 2030년이다. 이들의 설계 수명은 최장 2042년까지다. 산자부는 총 1만 3051다발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까지 7619다발(84.5%)이 저장됐다. 저장용량은 9017다발이다.

울산 울주군의 새울 핵발전소 2개 호기의 저장률은 57.44% 가량이다. 저장용량 1560다발 중 896다발이 지난해 12월까지 저장됐다. 총 수명기간 동안 예상 발생량은 1만 5660다발이다. 산자부는 예상포화시점이 2066년이라고 밝혔다. 이들 설계수명은 각각 2075년, 2079년이다. 현재 새울 3·4호기 건설을 완료해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원전본부별(지역별) 저장용량 대비 사용후핵연료량 양 비교.(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소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2025년 12월 31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사용후핵연료 저장 가능 연도(2025년 12월 8일 기준)' 공공데이터포털 자료 이용.) ⓒ프레시안(손가영)

핵폐기물 포화 뻔한데 핵발전 늘려

한국 핵발전소는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마련하기 전 건설부터 시작됐다. 첫 상업 운전이 시작된 1978년 이래 50년 가까이 지났으나, 아직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안면도(1990), 굴업도(1994), 부안(2003) 등에 핵폐기장 건설을 시도했으나, 지역사회를 설득하지 못했고 격렬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 시기엔 반대 주민 1명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환경정의 단체들이 "대책 없는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핵발전소는 애초 첫 가동부터 폐기물에 대한 대책 없이 시작됐는데, 여전히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전을 더 늘린다는 것이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12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쓰레기 문제 해결의 근본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이미 만들어진 건 어쩔 수 없다해도, 핵발전소를 또 새로 건립하는 건 다른 문제다.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증설이 추진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박근혜·문재인 전 정부 시기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건설을 위한 공론화 과정도 거쳤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이 사무국장은 "대부분 비민주적·졸속 과정이 문제가 됐다"며 "핵폐기물은 40년 이상 싸워 온 문제인데, 이를 수 개월 만에 해결하려 하니 민주적 논의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국장은 "핵발전소 건립 논의의 대부분은 기본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핵폐기물 배출을 실제로 얼마나 할 것인지가 투명하게 산출되고, 이에 대한 기본 로드맵이 먼저 선 후 공론화가 진행돼야 하는데 이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핵발전소, 노후 핵발전 수명 연장, 그리고 핵폐기물까지 이는 모두 하나의 문제로, 별개가 아니"라며 "핵폐기장만 가지고 공론화를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주 월성 원전 부지 내에 설치된 건식저장시설.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월성원전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200평가량의 수조에 총 3만200여다발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2022년 11월 16일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유튜브채널 '쌓여만 가는 고준위방폐물, 선진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과학쿠키 다큐 단편' 갈무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 핵폐기장, 지을 수 있나

국회와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9월 시행령까지 통과됐다. 핵폐기장 부지 선정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발전소 부지 안에 저장시설을 만들 수 있게 한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 측은 이 저장시설을 '임시' 저장시설이라고 주장하나, 핵발전소 근교에 사는 주민들은 "결국 영구 폐기장이 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12일 통화에서 "임시라고는 하나 50년 가까이 핵폐기장 장소를 못 찾았는데, 그간의 경험상 영구시설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법상엔 이곳에 폐기물을 언제 까지만 보관한다는 반출기한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제기됐다. 각 핵발전소 부지의 반경 80km(킬로미터) 이내의 주민과 핵발전을 반대하는 시민들 284명이 청구인이다. 80km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이다. 이들은 이 법과 시행령의 핵심 조항이 행복추구권, 평등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중대히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형 핵사고에 따른 피해 최소화가 가능한 부지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원전부지를 폐기장 부지로 정했다"며 "시설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검토나 방사능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 이 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시설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영경 사무국장은 "이 법 또한 공론화 절차를 규정했으니 추진이 될 텐데, (지난 1월) 신규 원전 공론화 과정 등에 비춰 보건대 얼마나 실효성있게 이뤄질 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위가 아닌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마련됐다. 고준위가 대부분 사용후 핵연료라면, 중저준위는 이보다 오염농도는 낮은 원자로 내부 필터나 금속 부품, 작업복, 장갑 등의 폐기물이다. 경주 안북면에 동굴 처분 시설과 지상(표층) 처분 시설이 있다. 2015년부터 1단계 처분장이 건립되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총 3만 9499드럼이 영구 시설에 처분됐다. 10만 드럼까지 처분이 가능하다.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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