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 경쟁에 등장한 '핵무장론', 강경 보수층 끌어안기

나경원 "핵무장 해야", 한동훈 "잠재력 갖춰야", 원희룡·윤상현 "억제력 강화해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체결해 안보 이슈가 불거진 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일부 인사들이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보 보수층을 끌어안으려는 일부 당권주자들이 핵무장론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나경원 의원은 한국전쟁 발발일인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 국가 인정 수준으로 핵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지금 국제정서가 급변하고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이하고,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경우에 미국의 태도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여권에 등장하는 자체 핵무장론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수해야 하고,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일부 인사들의 주장 외에 NPT 체제 유지가 기본 방침인 미국 정부도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호의적이지 않다.

나 의원이 제기한 핵무장론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핵 전력을 활용한 안보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서 바로 핵무장을 하는건 국제사회에서 큰 제재를 받고 국민들이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거다. 그걸 지금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그런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한 전 위원장은 "그런 문제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한미관계를 관계 복원했다"며 "(한미관계 복원으로) 우방을 통한 핵 억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안한 판단이고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추는 게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면서 "재처리 기술 같은 걸 보유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본처럼 NPT 틀을 유지하되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갖춰 곧바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필요하지만 저희가 (핵) 잠재력을 갖추는 정도로 국제 제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정부 방침에 힘을 실었다. 그는 "북러 군사동맹 강화로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심정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이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원 전 장관은 "우리는 지난 해 한미 양국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우산 강화’ 성과를 얻었다"며 "지금은, 핵무장에 앞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면담을 가진 윤상현 의원 역시 비슷한 골자로 자체 핵무장론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 핵무장은 힘들다"며 "국제적으로 경제적으로 외교적 고립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러 간에 '유사 시 개입'을 명시한 조약이 체결되는 등 안보위기가 고조된 데 대한 대안으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한반도 영해 바깥에 핵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고, 그리고 한국과 미국 간 핵 공유 협정을 맺는 것"이라며 "이게 가장 현실적인 현재의 방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왼쪽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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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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