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돌입한 與, 주자들 키워드는 '한동훈을 잡아라'?

나경원·윤상현 "한동훈 특검법도 받을 건가"…원희룡 "법무장관 2년간 뭐했나"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서로 물고 물리는 공세를 펴는 등 초반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 발의 제안이 파격을 일으킨 가운데, 당권 레이스의 핵심 키워드도 한 전 위원장에 대한 타 후보들의 견제로 나타났다.

羅, 韓·元 싸잡아 "윤심팔이하거나 갈등 무마하거나…대표는 당 오래한 사람이 해야"

나경원 의원은 24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 측 '특검 수정안'에 대해 "특검 이슈로 논쟁이 되는 것 자체가 저희가 실질적으로 야당의 의도에 따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특검을 너무 많이 발의하는데 그럼 그 특검을 다 받을 것인가, 한동훈 위원장 특검법도 발의됐던데 그럼 그것도 받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서도 한 전 위원장을 겨냥 "국민 여론만을 이야기하면서 특검 얘기를 그렇게 입장을 바꿀 수 있느냐"라며 "그러면 한동훈 특검도 야당이 발의했는데 여론조사 높으면 그럼 특검 하시겠나 묻고 싶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의총 전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SNS 게시물을 올리며 화제가 된 '헌법 제84조' 논란과 관련해 "이런 주제를 논의하는 상황이 너무나 끔찍하고 법치와 상식이 무너진 대한민국이 안타깝다"며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 부르는 저 당이 그대로 놔두겠느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끔찍한 법치 잔혹사가 있을 것"라고 말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견제구를 거듭 던졌다.

한 전 위원장은 앞서 SNS를 통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명시하는 헌법 제84조와 관련 이재명 대표를 겨냥 '유죄를 받으면 대통령 당선이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나 의원은 이에 "허망한 기대와 예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은 '비윤 주자'로 분류되는 한 전 위원장과 함께 '친윤 주자'로 분류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두 사람을 한 데 묶어 "한 전 위원장이나 원 전 장관이나 이번 당대표를 (대선 도전의) 디딤돌로 생각한다"며 "저도 늘 꿈은 크게 갖고 있지만 이번에는 당을 살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을 했고 여기서 저까지 사심을 갖고 하면 정말 이 당이 산으로 갈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른바 '친윤'과 '비윤'이 아닌 중립 성향을 강조해온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 사이 친윤 대 비윤 구도를 겨냥 "윤심팔이를 하거나 아니면 '나 갈등 아니야'라고 무마해야 되거나 이게 다 문제가 있다"며 "양쪽 주자 다 정말 걱정된다. 양쪽 주자 다 하나는 지금 사석에서 무슨 뭐라 뭐라 한다고 호칭이 이상하다라는 그런 보도가 있었고 한쪽 주자는 (당정)일체를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원 전 장관이 출마선언 시 강조한 '당정일체론'에 대해서는 "원 전 장관은 당정일체를 들고 나왔다. 그건 뭐냐. 이미 실패했다"며 "당대표는 어쨌든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의를 하는데 그걸 밖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당대표 자리는 당을 오래 하고 안 사람들이 좀 해야 되지 않느냐"라며 "저도 22년 당 한 번도 안 떠나고, 당이 어려울 때 쪼르륵 나가고 싶은 심정들 있잖나. 그런데 당 지키면서 해왔던 그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당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전 위원장과 과거 탈당 경력이 있는 원 전 장관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다.

元,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법무장관 뭐했나"…한동훈은 '明 때리기'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에게 포화를 집중했다. 이날 오전 초선 공부모임에 참여한 원 전 장관은 민주당 측이 '김건희 특검법'으로 제기하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이게 민주당 특검 소재로 주렁주렁 끌려 온다"며 "(도이치 사건은) 지난 2년 동안 검찰이 수사했다, 결론 냈나. 기소해도 좋고 혐의 없으면 무혐의로 종결 지었어야 한다. 2년 동안 뭐했나"라고 법무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전 위원장의 법무부장관 재직 당시를 겨냥한 발언이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오후에도 "법무부라 하면 국무위원으로서 외무부 다음에 최고 서열"이라며 "(도이치 모터스 사건을) 시간 끌고 정쟁 문제로 넘겨서 갈수록 점점 정치적 부담이 되게 하고 국정수행 동력떨트리는 악재로 남긴 자체가 국무위원으로서 나아가선 정치를 책임지는 국가 지도자로서 가슴에 손을 짚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의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 제시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특검은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하고 그게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이걸 내부에서 싸움을 붙여서 뭘 하자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쏟아지는 공세에 최소한도의 방어를 펼치되, 다른 당권주자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전 위원장은 특검법 수정안 제안에 대한 당내 비판을 두고 "지금의 민심,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저는 이렇게 설득력 있는 대안,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고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원 전 장관의 도이치 사건 법무부 책임론에 대해서도 "수사를 법무부가 하는 건 아니"라고만 짧게 답했다.

그는 이날 초선 공부모임에 참여해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헌법 제84조 논란과 관련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국민의힘 측 의견이) 73%에 대한 지지를 받는다. 물론 이 이슈는 결과적으로 그 말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대부분의 발언을 이 대표에 대한 공세에 할애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어서도 "첫째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 라고 생각하고 둘째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정말로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겠는데, 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시게 만드는 방식이 우리의 싸움에 주요한 방식"이라고 말하는 등 이 대표에 대한 '공격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별도로 다른 당권주자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한편 역시 초선 공부모임에 참여한 윤상현 의원 역시 '한동훈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는 공부모임 모두발언에선 "토론회를 통해 헌법 제84조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뼈 저리게 느끼는건 줄 서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정치" 등의 발언만 남기며 역시 타 후보들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공세를 폈다.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되는 걸 봤다", "한 위원장이 주변 사람들 다 식사하면서 대통령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10초 통화다. 대통령한테 전화해서 당 대표 나간다 할 때도 의례적인 통합 면피성이다", "(대통령과의) 신뢰는 거의 바닥"이라고 말하는 등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을 집중 공격했다.

윤 의원은 이어서도 "반윤으로 (표를) 받아서 만약에 당 대표가 되면 매번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을 해 나갈 건가"라며 "당정이 파탄난다. 그럼 윤 대통령 탈당, 이거 원하는 거 아닌가"라고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또 그는 한 전 위원장의 특검법 수정안 제안에 대해서도 "공수처 수사가 끝나기 전에도 특검법 발의하겠다 이건 도대체 뭔가"라며 "그걸 보면서 한마디로 민주당 당대표 나가시는구나, 민주당 당대표 민주당 사람이 할 얘기다. 이건 내부 전선을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서 국민적 의혹이 없나, 50% 이상이 특검법 찬성한다"며 "그러면 한동훈 특검법 받으실 건가"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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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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