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이재명 착하다? 착하기도, 안 착하기도 해"

"당헌당규 개정, 너무 빠르고 급하다…李 정치일정에 맞출 필요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당무위를 거쳐 당·대권 분리 예외조항 신설 및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당원투표 20% 반영 등을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민주당 친명계 핵심으로 꼽혔던 김영진 의원이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번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 대해 "너무 빠르고 급하게 임기응변으로 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굳이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가 있나.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8월 후반기에 있으니 그에 맞춰서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개정 과정의 문제와 관련 "당헌은 당의 헌법"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당헌당규는 과거에도 전대준비TF를 통해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한두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폭넓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의원도 TF에 들어가고, 또 전문가도 들어가고 외부 관계자도 들어가 논의해 왔던 과정이 민주당의 보편적인 당헌당규 개정의 방향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는 그런 사람의 구성이라든지 과정·절차가 과연 과거의 전례에 비춰서 충분했는지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의 정치적 파장·후과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연임과 당헌당규 개정을 자꾸만 매칭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며 "이 대표의 연임은 이 대표의 정치적 판단이고, 당헌당규는 민주당의 헌법 아니냐. 그건 구분해야 한다. 이 대표 개인의 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당원들의 집합체, 정치결사체인 정당이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이 대표의 정치일정에 맞춰서 할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팀이나 당 지도부는 지금이 과거와 다른 시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금은 윤석열 검찰 정부가 과도한 야당 탄압,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이 국면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해서 제안을 하고 의견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민주당이 지켜왔던 룰과 민주적 논의의 결정에 따르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당 대표 연임이라든지, 원내대표·(국회)의장의 당원권 강화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그것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이 대표와 연락해 반대 의견을 다시 한 번 전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에 따라서 연락하기도 하고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며 "저는 충분한 저의 의견을 얘기했고, 시기와 방법, 절차 그러고 내용에 있어서 조금 조절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반응에 대해서는 "깊게 들었는데 그 결과는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그는 전했다.

김 의원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이 대표 본인이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며 '이 대표가 너무 착하다'고 말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박 원내대표의 생각이겠지요. 어떡합니까"라며 "박 원내대표가 그런 그런 감성적인 면에 강한 원내대표이시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보신 것일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이 대표가 착하냐'는 질문에는 "착하기도 하고 안 착하기도 하겠지요.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요"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가 이재명 대표의 심성까지 판단하고 그럴 위치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당헌당규 개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강성 지지층에서 '수박' 등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그렇게들 평가하는 것 같은데, 그것 또한 그분들의 의견이라서 한번 들어보고 제가 만나서 한번 건강하게 토론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넓은 스펙트럼의 정당이라서 다양한 의견들에 관해서 상호 듣고 평가하고 토론하면서 결정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그런 주장들이나 단어를 쓰지 말자라고 하는 암묵적인 함의가 있는데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불편함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이번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는 김 의원과 정성호 의원 등 친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고, 친명계 밖에서도 비판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도 정치 철학이나 또 민주당 대표로서 지도자의 어떤 생각, 철학이 있을 것 아니냐. 그런데 그런 게 이번 당헌 개정 과정에서 안 좋게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당헌을 개정한다든가, 또 연임에 대해서도 그게 일종의 사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꽤 있다"며 "그것은 이 대표의 정치 철학, 또 정당인으로서 당을 생각하는 것과 배치되는 형태로 보여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했다.

최 전 수석은 그러면서 "(그 결과) 민주당 지지율도 상승이 안 되지 않느냐. 그리고 이 대표의 차기 지도자, 대선 잠룡으로서의 지지도도 사실 콘크리트처럼, 맨홀 뚜껑처럼 꽉 닫혀 있는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전 수석은 당·대권 분리 조항에 대해 "민주당의 정신이라는 게 있고 그것을 제정했던 그 이유가 있다"며 "(당 대표) 임기까지 손대면서 지방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은 결국 당권 독점 과정으로 가는 것이고 대선후보까지 (가는) 이런 건데, 결국은 이게 독이 되는 과정"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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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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