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맞춤' 당헌당규 통과…정작 李는 반대?

당·대권 분리 예외조항 인정…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한발짝 다가섰다. 민주당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가 사퇴할 경우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확정했다. 또한 향후 당에서 실시하는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추미애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탈락을 계기로 강성당원의 목소리가 의장 경선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장치가 생긴 것이다.

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기존 당헌·당규에 따른다면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당헌·당규 개정이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도 대표로서 지휘한 뒤에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22대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 우원식 후보가 추미애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서 당원 반발이 거세지자 후속조치로 당원권을 강화하는 안을 제시하며 시작됐다. '친명'인 추미애 후보가 아닌 우원식 후보가 되었다는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당원의 목소리를 국회 의장 선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당무위는 당내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국회의장의 중립성 유지를 우려한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국회를 통솔하는 의장 경선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또한 당헌·당규 개정안에는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여러 재판을 받고있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개정안이 아니냐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는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무공천 규정' 역시 이번에 삭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권 강화'와 별개로 더불어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조항, 부정부패 직무 정지 규정 폐지 등의 개정 사안은 이 대표를 위한 '맞춤' 개정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으로 나왔다.

당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중도 표심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론이 나왔고, 친명 정성호·김영진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시민단체 경실련도 "민주당은 당원 만의 정당이 아니"라며 논평을 낸 바 있다.

당무위에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당무위 후 취재진과 만나 "개정안에 대해 재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몇 분 당무위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면서도 "토론을 거쳐서 원안 의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대표 시한과 관련한 개정안에 우려를 제기했으나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이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당 대표의) 사퇴 시한과 관련한 조항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빼고 갔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상당기간 최고위원회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그 결과 당무위에 부의한 대로 토론하자, 의결하자고 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당헌당규 관련 논의를 했는데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 등이 이 대표에게 "개정이 대표를 위한 게 아니다. 조항에 예외 조항이 없어 보완이 필요한 것", "그냥 욕 먹으시라. 욕을 먹더라도 일찍 먹는 게 낫다"고 설득했다며 "대표가 너무 반대를 하길래 설득하느라 한참 걸렸다"고 했다.

부정부패 혐의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과 관련해 이 수석대변인은 "윤리심판 규정에서 부패 연루 혐의에 대해선 여러가지 장치로 징계와 관련해 규정하고 있기에 의무 조항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의견으로 통일됐다"고 전했다.

당무위에서는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 공천을 하지 않는 '무공천 규정'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것을 왜 삭제까지 이렇게 가느냐는 당무위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부정부패 혐의가 있더라도 우리 당이 무공천 결정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런 규정을 두게 되면 무공천을 하더라도 당의 진정성이 설명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우리 당 입장에서 정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의견 개진이 있었고 문제 제기한 당무위원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원안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당무위에서 의결된 당헌 개정안은 오는 1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제4차 중앙위를 소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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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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