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이어 세브란스도…의료 파업 도미노에 환자·병원노동자 '절망'

환자·병원노동자 "넉 달간 장기 공백으로 큰 피해 겪었다, 병원으로 돌아오라"

서울대병원에 이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오는 18일 전면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상 초유의 의료 파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의사들의 이어지는 파업 선언에 환자들과 병원 노동자들은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양상이 의사 대 환자, 의사 대 병원노동자 등으로 다변화되는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정부가 의료 및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27일부터 모든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시술을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단 응급·중증 진료 기능은 유지하기로 했다. 전체 교수 735명 대상 설문조사(9~11일)에서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응답이 72.2%(531명)에 달했다.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삼성서울) 중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곳은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이 두 번째다. 나머지 세 곳도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고, 무기한 파업도 논의 중이다. 서울성모병원을 수련 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의 경우 오는 20일 무기한 휴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의정 갈등이 지속된 4개월간 의료 공백을 버틴 환자와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은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들은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등의 무기한 휴진 결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휴진과 무기한 휴진 결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넉 달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장기간 의료 공백으로 환자들은 큰 불안과 피해를 겪었다"면서 "이제 막 사태 해결의 희망이 보이는 시점에서 또다시 의료계의 집단휴진 결의를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2일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의사협회의 18일 전면 휴진과 맞물려 중증질환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미래 의료와 제자를 생각한다면서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하소연은 매몰차게 거절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증 질환자는 '피해' 사례가 아닌 '사망' 사례를 접수할 처지에 놓였다"며 "(교수들은) 무엇이 중한지 따지는 이성을 되찾으라"고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2024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의사는 환자 곁으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라며 "의사 진료 거부로 인한 경영 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했다.

노조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가 100일 넘게 지속되고 있고, 정부와 의사단체의 강대강 대치에 환자와 국민, 보건의료노동자가 고통받고 있다"고 규탄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비겁한 의료 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겠다고 하지만 누가 의사들을 노예라고 생각하느냐"며 "의사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은 것은 의사 선배들이다. 병원으로 돌아와 선배들하고 투쟁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 및 주4일제, 공공의료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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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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