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故)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에 대한 정치권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고인의 별세를 계기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시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한 뒤 "최근에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이 수많은 사람들 희생으로 쌓아왔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종철 열사는 아시는 것처럼 80년대 민주화 투쟁의 기폭제가 됐던 대표적인 사건(의 당사자)"이라며 "정 여사님의 애틋함이나 안타까움을 더 이상 안 봤으면 좋겠는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이 대표보다 먼저 빈소를 찾아 "민주유공자법이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박종철 열사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부활하는데 가장 큰 희생을 했던 분"이라며 "지금도 저를 포함해 80년대 세대를 살았던 많은 분들이 박 열사와 그 가족분들에게 큰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민주유공자법 처리가 안 되고 있다"며 '이 법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금전적 혜택을 주는 법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하는 법이라는 측면에서 이 법은 (정차순) 어머님이 돌아가기 전까지 그 법 꼭 처리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했다.
이어 "이번 국회에서 안 되더라도 다음 국회까지라도 희생된 많은 분들, (민주유공화법을) 염원하셨던 분들을 위해 이 민주유공화법이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에서도 이날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과 장혜영 원내대표 직무대행, 심상정 의원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어 김수영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받아들일 수 없던 아들의 죽음, 그 단장의 고통을 끌어안고 한국 사회 민주화를 위한 중단 없는 투쟁의 삶을 살아내셨던 정차순 여사께 한없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안식과 평안을 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사께서 생전 꼭 이루고 싶으셨던 것이 '민주유공자법'의 제정"이라며 "국가 폭력에 의해 죽거나 행방불명되었거나 심한 부상을 입은 829명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가 아닌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자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78%가 법 제정에 동의하는데 여당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셀프 특혜'니 '운동권 신분 세습'이니 비난한다"며 "법안 내용과 전혀 무관한 트집을 잡아 사실을 왜곡하고 선동하며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이들이 정차순 어머님의 얼굴 앞에서도 날조와 비난을 뱉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사람의 탈을 쓰고서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대학교(혜광고-서울대) 선배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고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무이 어무이 우리 종철이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리 가셨습니까"라면서 "너무 걱정 마시고 편히 가시이소. 여기서는 제가 단디 해보겠슴니더"라고 적었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날 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범여권 인사들도 애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도 같은날 저녁 조문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정희용 수석대변인 명의 추모 논평에서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가 그리운 아들 곁으로 돌아가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열사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의 역사를 바꿨다. 정 여사는 가족들과 함께 아들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셨고,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사셨다"며 "4.19 혁명일을 하루 앞둔 오늘 정 여사의 안타까운 소식은 더욱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