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로 결산보고서 발표 미루더니…정부 곳간 텅 비어

국가채무 역대 최대…국가부채도 최대

한국의 국가부채가 2400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정부가 갚아야 하는 나랏빚도 1100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현 정부가 재정적자 증가를 막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영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빚이 불어나고 있었다.

오히려 정부의 지난해 살림 결과 일반회계상 남은 돈은 근래 최저치였다. 정부 살림이 극도로 궁핍해진 셈이다.

11일 기획재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해당 보고서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정부는 감사원 결산을 거쳐 이를 5월 말에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가부채 2400조 넘어…GDP도 웃돌았다

지난해 국가재무제표에서 국가부채는 전년(2022년) 대비 113조3000억 원(4.9%)이 증가한 2439조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결산보고서가 작성된 2011회계연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아울러 이 같은 부채 규모는 작년 명목GDP 2236조3000억 원도 웃돌았다.

국가부채는 정부 채무인 국·공채와 차입금 등 재무제표상 확정부채에 지급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연금충당부채(미래 연금 지급액) 등 비확정 부채까지 합산한 재무제표상 지표다. 중앙 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 국가공기업 부채, 지방공기업 부채 등에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지출할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부채까지 모두 합산해 산출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 채무만 나타내는 국가채무와 개념이 다르다. 국가채무는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국가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통상 GDP와 국가채무를 비교해 나라 살림의 안정성을 본다.

지난해 국가부채 세목을 보면, 국·공채 등 확정부채가 전년 대비 60조 원(6.6%) 증가해 967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확정부채는 53조3000억 원(3.8%) 늘어나 1471조9000억 원이 됐다. 연금충당부채가 48조9000억 원 늘어난 1230조2000억 원이었다.

보증·보험 등 기타 충당부채는 1조 원 늘어난 63조 원이었다.

정부는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발행한 국채 잔액이 전년 대비 60조 원 늘어났고 연금충당부채의 현재가치가 48조9000억 원 증가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가자산은 전년 대비 180조9000억 원(6.4%) 늘어난 3014조5000억 원이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이 역대 최고(13.6%)를 기록해 주식·채권 등의 유동·투자자산이 증가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가 재정과 관련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건전재정' 강조했지만…나랏빚 1100조 돌파

지난해 국가채무, 즉 나랏빚은 1126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067조4000억 원) 대비 59조4000억 원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1000조 원을 넘더니 올해는 1100조 원을 웃돌았다.

당초 예산(1134조4000억 원) 보다는 7조6000억 원 줄어들었다.

이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로 집계됐다. 전년(49.4%)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명목GDP는 2236조3000억 원이다.

이 비율(결산 기준)이 50%를 넘어선 건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초다.

다만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국가 역할이 커짐에 따라 통상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전 정부를 비판한 윤석열 정부에서 정부 기조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국가채무 중 중앙정부 채무는 1092조5000억 원이었다. 전년보다 59조1000억 원 증가했다. 일반회계 적자보전(54.3조 원),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예탁(1.1조 원) 등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됐다.

예산(1101조7000억 원)보다 9조2000억 원 줄어들었다.

국고채 발행 규모가 전년 대비 60조5000억 원 늘어나 999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주택채권은 같은 기간 82조2000억 원에서 81조6000억 원으로 500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지방정부 채무는 전년 대비 3000억 원 늘어난 34조2000억 원이었다. 중앙정부로부터 진 채무는 제외한 결과다.

지방정부 채무는 6월 지방정부 결산 이후 확정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감소

지난해 정부 총수입은 전년 대비 43조9000억 원 줄어들어 573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지출은 71조7000억 원 감소한 610조7000억 원이었다.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커서 통합재정수지는 36조8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64조6000억 원)보다 적자 규모는 27조8000억 원 줄어들었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에서 1.6%로 줄어들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50조3000억 원 흑자였다. 전년(52조5000억 원)보다 흑자 규모가 2조200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이 48조4000억 원의 흑자를 봤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각 1조4000억 원, 1조1000억 원 흑자였다. 반면 사학연금은 6000억 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적자였다. 지난해(-117조 원)보다 적자 규모가 30조 원가량 줄어들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제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전년(5.4%)보다 1.3%포인트 줄어들었다. 다만 당초 예상(2.6%)보다는 1.3%포인트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정부 일반 살림 결과 남은 돈은 근래 최저

지난해 총세입은 전년 대비 77조 원(-13.4%) 감소한 497조 원이었다.

국세수입이 전년(395조9000억 원) 대비 51조9000억 원(-13.1%) 줄어든 344조1000억 원에 그쳤다. 경기 침체 여파로 세수가 줄어들었다.

당초 예산(400조5000억 원)에 비해서는 56조4000억 원이 작은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소득세 수입 감소분이 12조9000억 원이었고 법인세 수입 감소분은 23조2000억 원에 달했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7조9000억 원, 개별소비세 수입은 5000억 원씩 줄어들었다.

세외수입은 전년(178조 원)보다 25조1000억 원 줄어든 152조9000억 원이었다.

총세출은 전년(559조7000억 원) 대비 69조3000억 원(-12.4%) 감소한 490조4000억 원이었다. 세수 감소로 인해 집행률(결산/예산)은 90.8%에 그쳤다. 이는 전년(96.9%) 대비 6.1%포인트 감소한 결과다.

잉여금(총세입-총세출)에서 다음연도 이월액 3조9000억 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세계잉여금은 정부의 재정 운용 결과 당초 예산을 초과해 발생한 세입과 당초 예산상 쓰고 남은 세출불용액을 합산한 금액이다.

즉 정부가 지난 1년간 쓰고 실제로 남은 돈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364억 원이었다. 이는 회계 체계가 개편된 2007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즉 정부의 지난해 일반적인 살림 결과 곳간에 남은 돈이 근래 최저로 떨어질 정도로 궁핍해졌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우체국예금 1조1000억 원, 균특회계(균형발전특별회계) 7000억 원, 에특(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2000억 원 등 2조6000억 원이었다. 이는 개별 특별회계 근거 법령에 따라 해당 특별회계 자체세입으로 이입된다.

한편 본래 국가재정법상 국가결산은 매해 4월 10일까지 발표돼야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4월 11일로 발표를 미뤘다.

국가 살림 결과가 나빠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 때문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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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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