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450명쿠팡 블랙리스트, 수두룩한 법 위반 정황이 보인다

[쿠팡 블랙리스트 사태] 신속한 수사가 필요

쿠팡은 2017년 9월 20일부터 2023년 10월 17일까지의 기간 동안 1만6450명의 명부, 일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쿠팡풀필먼트에 취업을 지원하는 경우 취업지원자가 블랙리스트 명부에 등재된 사람과 동일인으로 판명되면 취업에서 제외하는 취업방해 행위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블랙리스트, 정확히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쿠팡이 무단으로 애초의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넘어서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행위로 같은 법 제71조, 제74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취업지원자와 퇴직자의 개인정보는 근로계약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제공되었는데, 오히려 그들의 취업을 제한하는 용도로 그 수집 목적을 벗어나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지원자 및 퇴직자의 개인정보를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되어 불필요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지체 없이 파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취업 배제 목적으로 활용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1조(개인정보의 파기) 제1항을 위반하여, 동법 제75조(과태료) 제4호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또한 M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쿠팡은 'PNG 리스트 관리'라고 명기된 쿠팡 내부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해 취업지원자와 퇴직자의 개인정보를 취업 배제 목적으로 그룹 내 전산망에 공유하고, 재입사 제한을 해제하기 위해선 쿠팡 잠실 본사 담당책임자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지원자, 퇴직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주체는 쿠팡이 아닌 쿠팡풀필먼트이므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그룹 내에서 공유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 그 사정을 알면서 제공받은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법 제71조 제1호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과징금 부과 대상이기도 하다.

아울러 쿠팡은 취업지원을 한 적이 없는 언론사 기자들의 개인정보까지 무단으로 수집하여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를 원천 봉쇄할 목적으로 기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정보 주체인 기자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행위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같은 법 제64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쿠팡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리스트가 퇴직자의 재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작성된 명부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근로기준법 제40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자사의 취업을 방해한 경우이므로 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취업을 방해한다'는 행위이다. 사용자의 인사권은 무제한적인 자유를 보장받지 않는다. 회사의 인사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그리고 이를 구체화한 사업장 내 규율에 따라 제한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회사가 징계를 하거나, 해고를 하는 경우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통해서 회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과 조치가 과연 정당한지 따져볼 수 있다.

▲쿠팡은 2017년 9월 20일부터 2023년 10월 17일까지의 기간 동안 1만6450명의 명부, 일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쿠팡풀필먼트에 취업을 지원하는 경우 취업지원자가 블랙리스트 명부에 등재된 사람과 동일인으로 판명되면 취업에서 제외하는 취업방해 행위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사태의 경우 영구적 취업금지라는 취업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피해당사자가 다퉈볼 기회는커녕,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도 알 수가 없었다. 회사의 일방적 주장이나 주관적인 판단인 경우에도 그 판단기준이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쿠팡의 경우에는 'PNG 리스트 관리'라고 명기된 쿠팡 내부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해 취업지원자와 퇴직자의 개인정보를 취업 배제 목적으로 그룹 내 전산망에 공유한 것으로도 보이기에 자사의 재취업만을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도 존재한다.

이렇게 블랙리스트에서 확인되는 쿠팡의 재취업제한 사유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기에 굉장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에도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라면 블랙리스트에 등재될 수 있고,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더라도 그 명부가 밝혀지기 전까진 어떤 문제제기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의적 기준에 따라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들이 다수가 블랙리스트 명부에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 사유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고, 오히려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들이 표적이 된 정황이 확인될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항 제1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90조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다.

쿠팡이 취업지원자, 퇴직자, 언론인들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는 현장의 통제를 강화하고, 문제제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미로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범죄행위로서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러한 소위 블랙리스트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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