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 명단에 올라야 할 것은 바로 쿠팡, 근로감독 실시해야"

시민단체와 노동자들 "쿠팡 고객인 시민들, 감시와 배제 대상으로 바라봐"

시민단체와 노동자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1만6000여 명이 넘는 노동자와 언론인 등을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쿠팡에 대해 "'블랙기업'으로 명단에 올라야 할 것은 바로 쿠팡"이라며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19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지금 당장 쿠팡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40조 '취업 방해의 금지'를 어기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이유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그리 놀랍지 않다. 현장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며, 이를 내면화하여 일한 지 벌써 수년째"라면서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노동조합 조합원과 간부뿐만 아니라 잠입 취재한 기자와 유튜버, 쿠팡 물류센터에서 단 한 번도 일하지 않은 언론인까지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은, 쿠팡이 고객이자 쿠팡 와우회원이기도 한 시민과 언론인들을 적극적인 감시와 배제의 대상으로 바라봐 왔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2021년 3월 마켓컬리의 블랙리스트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쿠팡의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데 대해 "이미 쉬운 해고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에게 블랙리스트는 확인 사살과도 같다. 그렇게 현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는 일종의 본보기가 되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회사의 지시를 거역 불가한 '왕의 명령'으로 받들게 하는 것"이라며 "물류센터 노동자는 쉬운 해고와 블랙리스트라는 생존권 위협, 이에 따른 인권과 건강권 상실이라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노동조합조차 블랙리스트라는 칼날의 희생양이 되어 간부 및 조합원 표적 해고, 이로 인한 현장 활동 위축이라는 부당노동행위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지금 가장 공정하고 상식적인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에 자유롭게 취업하고,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회사의 전제적인 감시와 통제를 가능케 하는 블랙리스트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병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그동안 쿠팡 물류센터 노동 현장에서 끊임없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블랙 리스트의 실체가 존재하는 사실임이 확인"됐다며 "쉬운 고용이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블랙리스트를 통해 언제든 쿠팡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들로 골라서 쓸 수 있다는 오만함"을 비판했다.

최효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 분회장은 "약 4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는데, 그중 3년을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했다"며 "노조활동을 하지 않았던 첫 계약 갱신 때는 같은 평가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았지만, 노조 조끼를 입고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하자 업무 시간에 일을 안 한다"고 윽박지르기 시작하더니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고 말했다.

최 분회장은 "저의 블랙리스트 등재 사유는 그대로 '근무태만'이 되었다"며 "권한이 집중된 소수의 관리자의 입김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당사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쿠팡의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와 언론인 등을 관리한 의혹을 받는 쿠팡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를 총괄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허위사실 유포,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 업무지시 불이행, 근무태만, 육아/가족돌봄 등 50여 개에 이르는 배제사유를 들어 1만6450명을 'PNG 리스트'에(일명 '블랙리스트') 올려 관리해 왔다. 관리 대상인 1만6000여 명에는 쿠팡에서 일했던 노동자뿐 아니라 언론인, 정치인, 유튜버 등도 포함되어 있다.

'PNG 리스트'에는 물류센터를 일컫는 듯한 '잠실센터' '대구센터' 등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실제 물류센터가 있는 지역명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기자와 시민단체 활동가의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각각 '잠실센터'와 '대구센터' 등으로 표기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근무지 무단 이탈'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 쿠팡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명백한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보도한 방송사와 관련자를 고소했다. 쿠팡은 지난 1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 고유 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 15일에는 블랙리스트를 처음 보도한 MBC 기자 4명 및 민주노총 노조간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등을 형사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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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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