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모르면 어떤가"…한동훈 표 기후공약은 '기후 백래시'?

韓 "국가차원 기후대응" 강조했지만…환경단체 "尹 정부 '기후퇴행' 그대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핵발전·재생에너지 균형 확충, 기후대응기금 2배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위기 관련해 'RE100을 아느냐'고만 얘기한다"며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발전 확충 등 윤석열 정부의 기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이번 공약이 "기후전환 백래시에 가깝다"는 비판적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현장간담회를 열고 "(기후대응 공약은) 단기적으론 표에 도움 안 되더라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힘은 부족하지만 그런 정당이 되고 싶다"며 이 같은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엔 △기후위기 대응 재원 확대 △차세대 핵발전 SMR 기술개발 등 무탄소 에너지 확대 △기업의 저탄소 전환 적극 지원 등이 내용으로 담겼다.

한 위원장은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탈핵' 기조를 확립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정책을 강조해온 민주당을 겨냥 "민주당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꼭 이렇게만 얘기한다. '너 RE100(재생에너지 100% 충당 캠페인) 알아?', 이거잖나"라며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떤가, 모를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난 알고 넌 모른다' 이런 차이로 접근하고 그럴 문제가 아니다. 사실 (RE100) 이건 별 것 아닌 얘기잖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RE100) 그 문제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정답으로 공인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완전히 재생에너지 100%로만 가면 과연 우리사회가 장기적·중기적 운영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기후위기 문제는) 지금 우리의 관점처럼 탄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TV토론 당시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RE100이 뭔가요'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반박하는 한편, 정부의 원전 유지·확충 기조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등 적극적인 핵발전 확충 정책이 이번 공약의 쟁점사안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후대응재원 확충 △기후위기특별위원회 등 컨트롤타워 강화 △화력발전소 지역을 청정수소생산지로 전환 등 여타 공약은 이미 시민사회와 국회, 혹은 지자체 차원에서도 제기돼온 통상적인 수준의 공약이지만, 핵발전 확충의 경우 탈핵 방향을 추구하는 야권 및 환경단체들의 이견과 맞물려 현 정부 환경정책의 뇌관으로 꾸준히 자리해왔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과 획기적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지 못한다"며 "국민의힘은 원전(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약에는 △SMR 기술개발 적극 추진 및 핵발전·풍력 등 무탄소전원에 유리하게 전기요금체계 개편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인허가를 간소화 △무탄소 에너지 관련 사업·투자·연구 세제·재정·금융지원 등 핵발전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도 함께 담겼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여당의 공약이 결국은 재생에너지가 아닌 핵발전을 기후정책의 중심에 놓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 정부는 (재생에너지 관련) 단기·중장기 계획이나 목표를 다 낮춰버린 상황"이라며 "(공약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용량이나 발전량이 지금보다는 증가하겠지만, (현 정부가) 이미 그 증가추세 자체를 많이 꺾어버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산업 정상화를 넘어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칠 것"이라며 "3조3000억 원 규모의 일감과 1조원 규모의 특별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핵발전 확충 기조를 밝혀왔다. 이에 환경단체 등에선 '정부가 전임 정부 태양광 비리사건 등을 명분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피력하고, 탈핵 되돌리기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따르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어떤 핵발전소든 간에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줄여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탈핵'까지 가야 된다는 것이 국내외 대부분의 기후단체들이 공유하는 입장"이라며 "현 정부의 기조를 현상유지한 여당의 기후대응 공약은 국제사회의 흐름 등 기준에 의하면 매우 미흡하다. 어떻게 보면 에너지전환의 퇴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전환 백레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교통·환경·에너지세 전입비율(7%) 조정 등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 등을 통해 현 2조4000억 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2027년까지 5조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파이를 늘리는 것은 예전부터 환경단체들도 제안했던 것이고 그 이상으로 늘리는 것도 매우 합당한 방향"이라고 일면 긍정 평가하면서도 "다만 그 돈을 어디다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은 공약에서 확충된 재원을 △배출권 할당기업 온실가스 감축설비 지원 △수소·수열 등 무탄소 에너지 전환 △석탄발전소 지역 청정수소 생산 △국제감축 등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엔 탄소중립 설비교체, 저탄소 기술개발 등 기업지원을 중소‧중견 기업이 아닌 대기업·공기업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인해서 좀 타격을 받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상대적인 역량이 높지 않은 영세업체·취약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특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등 (전환 대상) 노동자 등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더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그런 메시지가 없다는 게 (여당 기조의)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공약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충남, 인천 등 화력발전소 지역을 세계 최대 청정수소 생산지로 전환하는 등의 산업전환 정책이 담겨있지만, 전환 대상 노동자들을 위환 '정의로운 전환' 등 기후전환운동단체들이 주장해온 구체적인 전환 로드맵은 공약에서 빠져있다.

이 연구위원은 "수소전환이 정말 맞는 방향인가에 대한 쟁점이 있지만 (수소 산업전환이) 일정하게 필요하긴 하다. 중요한 건 해당 아이디어는 이미 5년, 10년 전에 나와있던 정책 중 하나라는 것"이라며 "해당 정책이 정말 기후대응에 필요하다거나, 혹은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설프거나 별 내용이 없는 내용"이라고 평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기후 미래 택배'를 전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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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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