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과 이란 갈등 재점화로 휴전이 살얼음판에 놓인 가운데 이스라엘이 최근 미국에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다는 첩보를 공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틀간 공방 뒤 양쪽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국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졌다.
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최근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새로운 계획을 검토 중임을 시사하는 새 첩보를 미국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 방송은 유사한 내용을 보도하며 이 경고가 이번 주에 전달됐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 암살 계획 가능성 관련 정보를 꾸준히 포착해 왔지만 이번에 이스라엘이 공유한 정보는 구체적인 새 음모에 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새 음모의 세부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이번 보고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더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할지 고심하는 가운데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소식통은 정보당국 일부는 항상 이스라엘 보고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미국이 해당 음모 정보를 직접 검증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련해 미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답변을 거부했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8일 발언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이란과의 충돌에 대해 이야기하며 암살 위험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미국의 지도자, 나를 제거하려 한다"며 "나는 모든 (암살) 명단에 올라 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난 그들의 온갖 목록에 올라 있다. 지금까진 운이 좀 따랐던 것 같지만 이런 행운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악하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며 "이 암세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전용기(에어포스원)를 갈아타면서, 암살 위험에 대비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귀국 때 카타르가 선물한 새 전용기 대신 구형 전용기를 타고 영국까지 이동한 뒤 영국 공군기지에서 새 전용기로 갈아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뉴욕타임스>(NYT)는 새 전용기가 구형 전용기가 갖췄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은 특정 위협 때문이 아니라 비밀경호국 권고에 따른 예방 조치로 앙카라 출발 때 기존 전용기가 이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보안 문제 탓에 비행기를 갈아탔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는 앙카라를 떠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와는 달리 취재진에 사진 찍을 여유를 주지 않고 빠르게 전용기에 탑승했다고도 했다. 또 전용기 탑승자들에 창문 덮개를 내리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관련 질문을 받고 이란 위협 탓 "위험한 비행기"에 타고 있어서 덮개를 내리라는 지시가 내려졌을 거라고 설명했다.
9일 이스라엘 지도부는 전쟁 재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 수료식 연설에서 이스라엘군이 이란에 대한 "작전 재개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공권을 회복하고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란에 세 번째 '청백 공습(독자 공습)'도 단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같은 행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휴전의 또 다른 뇌관인 레바논 남부 철군 문제에 대해서도 이스라엘군이 "필요한 만큼" 주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관련 이틀간 무력 충돌을 벌인 미국과 이란은 일단 추가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매체에서 9일 오후 핵발전소가 있는 이란 남서부 부셰르 인근 및 남부 코나라크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해당 시간 공습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10일 오전까지 이란의 추가 보복도 이뤄지지 않았다. 알자지라를 보면 부셰르 지역 당국자는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폭발이 방공망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혔다고 한다.
물밑에서 외교 재개를 위한 노력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AP> 통신은 중재 노력에 관여하는 역내 정보 당국자에 따르면 휴전 유지를 위한 고위급 소통이 24시간 내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카타르, 이집트가 이를 주도 중이며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참여 중이라고 한다.
미 매체 <악시오스>도 중재국 소식통들과 미 당국자를 인용해 중재국들이 최근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양쪽이 이전 회담에서 핵협상 관련 진전을 이뤘다고 보고 양해각서 붕괴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 중재국 소식통은 중재국들이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을 양해각서에 반대하고 이를 약화하려는 이란 정권 내 세력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재에 관여 중인 한 역내 소식통은 "우선 양쪽이 긴장 완화에 합의하고 다음 실무 협상 날짜를 잡을 수 있도록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합의가 "끝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번 군사 작전 역시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AP>를 보면 분쟁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 이란 담당 국장 알리 바에즈는 최근 미국 공습이 "외교적 문을 닫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적 압박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강압적 협상은 위험한 게임이다. 어느 순간 압박 작전은 그 자체로 추진력을 얻어 표면적으론 피하려 했던 전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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