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특검법 발의했던 이상민, 국민의힘 입당으로 '신념 포기'?

전용기 "신념도 포기하실지 궁금" 지적에 이상민 "민주당은 뭘 했나" 발끈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 시절 본인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등 당내 기조와 어긋나는 법안과 관련한 '신념전환' 지적에 "민주당은 다수이면서 왜 그 법을 통과 못 시켰나" 물으며 반박했다.

8일 오전 국민의힘 비대위원회의에서 입당식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의원은 '본인이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혀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민주당도) 전체적 분위기는 차별금지법, 평등법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소속돼있던 지난 2021년 당시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23인의 민주당 의원들과 본인 대표로 공동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정의당 장혜영안(2020년), 민주당 박주민안(2021년), 민주당 권인숙안(2021년) 등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해당 법안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지적,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각 언론사들을 향해 "(이 의원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물어봐 달라"며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위해 정치신념도 포기하실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날 전 의원의 해당 지적과 관련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 나아가선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이 기본에 저는 동의한다"며 "저는 그거는 국민의힘에서도 다른 의원들과 여러 소통을 통해서 의견을 모아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 의원들한테 묻고 싶다. 민주당은 다수이면서 왜 그 법을 통과 못 시키나" 물으며 "(민주당은) 짐짓 진보적 정당인 것처럼 그런 법안이나 목소리를 일부에서 내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차별금지법, 평등법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기독교의 눈치를 보느라 (차별금지법을) 입 밖에 꺼내는 것도 잘 안 한다"며 "그게 민주당의 모습이다. 민주당이 진보인가"라고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내 여러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해왔음에도 정작 지도부는 정기국회의 주요 국면마다 해당 법안들을 외면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021년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던 이재명 대표 또한 지난해 4월엔 "차별금지법은 필요한 법이지만 무리해서까지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라고 입장을 바꾸면서 국내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차별금지법의 논의 및 안건 상정 자체에 직접적으로 반대해온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 논의를 해 보겠다'는 이 의원의 해명도 다소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은 지난 2022년 12월에도 차별금지법 안건 상정에 전면 반대해 해당 법안 논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들은 민주당 측 위원들이 당월 6일 법사위에서 '정식 안건이 아닌 토론 형식으로라도 차별금지법 논의를 진행'하자고 하자 전원 퇴장했다. (관련기사 ☞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면서 … 차별금지법 토론조차 거부한 국민의힘)

그해 5월엔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처음 발의된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법안 관련 국회 공청회가 열렸지만, 이또한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 측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반쪽 짜리 공청회로 남았다.

이 의원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기본적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본인이 발의한 평등법(차별금지법)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는 "여러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 이르기에는 상당히 완강하게 반대하는 사회의 입장이 있다"며 "당장의 통과를 억지로 시키는 건 제가 볼 땐 사회적 정책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괜히 정치적·정략용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입법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권단체들이 '남은 과제는 법안의 즉시 제정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취지에는 동의하나 법안처리에는 반대'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도 사실상의 '입장전환'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은 본인이 발의했고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쌍특검법에 대해서도 다소간의 입장변화를 보였다,

그는 쌍특검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 있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민주당이) 이번에 특검을 하겠다는 건 분명히 이번 총선에서 정략용으로 하겠다는 게 능히 짐작이 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는 본인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특검 내용 중에는 특검 임명이라든가 여러 가지 조정을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곧바로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마땅치 않다"며 "한 번 수사한 건을 재차 수사하는 게 마땅하냐 이런 측면도 있다"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본인이 당론과 다른 '쓴 소리'를 내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아왔지 않느냐는 지적엔 "오늘 들어온 새내긴데 저보고 막 무협지처럼 하라는 건 좀 무리지 않냐"면서 "100이면 100 소신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저도 달콤한 얘기 많이 한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 쌍특검법 등 본인 발의 법안에 대한 이 의원의 입장변화가 감지되면서, 이 의원의 민주당 탈당 및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오히려 쓴 소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후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겨냥 "민주당도 참 못났지만 용산의 여의도출장소를 자임하는 국힘은 봐줄만한 구석이 있긴 한가?"라며 "국힘에 계시면 이 지긋지긋한 적대적 양당관계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꼬집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한 이상민 의원에게 환영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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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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