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험난함 알려준 김기현에 감사"…인요한 혁신위, '주류 희생' 없이 '빈손 해산'

印 "오늘로 활동 마무리, 나머지는 당에 맡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는 24일까지로 예정됐던 활동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빈손 조기해산' 결말을 맞았다. '당 주류 희생' 혁신안은 김기현 대표의 버티기에 부딪쳐 결국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았고, 혁신위는 그럼에도 "나머지는 당에 맡긴다"며 물러섰다.

인 위원장은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12차 전체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마무리한다. 오는 11일 (최고위) 보고로 혁신위 활동은 다 종료되리라 생각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마지막 소감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개각을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일찍 단행하셔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다", "김기현 대표님께 감사하다. 혁신위원장을 맡을 기회를 주시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 활동 자체가 강서 보궐선거 패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용산과 당 지도부, 혁신위 3자 간에 '짜고 친' 기획이라는 비판을 더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혁신위원은 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질서 있는 조기해산'을 내용으로 한 전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회동 결과에 불만을 표하며 '당 주류 희생' 혁신안의 실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당 주류 희생' 혁신안 의결 거부에 반발해 사퇴 파동을 일으켰던 임장미 혁신위원은 "어제 (인요한) 위원장님 표정을 봤을 때 사실 봉합됐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과연 (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얼마나 움직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될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가)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실패가 밑거름이 돼 국민의 뜻에 가장 가까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면 얼마든 실패로 기록될 각오는 돼 있다"며 "나라를 위해서든 국민을 위해서든 사심 없이 희생의 길이 무엇인지, 그 희생이 왜 필요한지 각자 생각해서 가장 올바른 길로 가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우진 혁신위원도 "당 대표께서는 (공천 관련 혁신안을 다루는 것이) 공관위 역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물론 맞는 말씀"이라면서도 "다만 '당 대표인 내가 이 정도는 보장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면 혁신위원들이 좀 더 진정성을 느끼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안에 대한 당 대표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혁신위원 일부를 공관위원으로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을 오늘 개진할 생각"이라며 '공관위원 추천 요구를 안 받아들이면 혁신 의지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게 보여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회의 결론은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회동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정해용 혁신위원은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도 당이 혁신안을 수용하고 선거에서 이기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혁신위원의 공관위원 추천' 제안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무런 욕심 없이 국민의 마음을 전달하고 기다리는 것으로 결론내고 박우진 위원 제안을 안건으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혁신위의 '빈손 해산'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無勸)이었다"며 "(혁신안이) 전적으로 거부당했지 않나"라고 혹평했다. 김 대표가 전날 인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총선 희생 문제를 두고 "스텝 바이 스텝", "긴 호흡으로 지켜봐달라"라고 한 데 대해서도 안 의원은 "호흡이 길면 숨 넘어간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혁신위가 생긴 배경 자체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엄청난 차이로 참패했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고쳐달라는 뜻이었고, 그런 뜻에서 전권을 주겟다고 한 것인데 그렇다면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점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김 대표가) '어떤 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수용하겠다. 또 어떤 안에 대해서는 이런 사정이 있으니까 언제 우리가 결정하겠다' 이런 분명한 답을 내서 국민 시각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김 대표를 겨냥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는 자기가 솔선수범하고 자기가 희생을 할 때만 힘을 가진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군소리 없이 따라온다"며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것만 생각을 하고, 개인의 이익을 챙기면 아무런 힘이 없어진다. 그래서 조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김기현-인요한 회동 결과를 옹호하는 측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혁신위가 '빈손'으로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당을 위해 여러 안으로 뿌린 씨앗은 지금은 땅속에 묻혀 있는 것 같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이 돼 여러분 앞에 나타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보고 말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당 주류 희생' 혁신안 수용을 주장해 온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 위원장이 회동 뒤 '희생과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고 메시지를 낸 것은 김 대표가 희생 의지를 충분히 설득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마 본인(김 대표)이 당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희생 의지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주류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인 위원장이)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 혁신안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고 내부적으로 김 대표가 수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혁신위의 '빈손 해산'은 그간 김기현 지도부와 혁신위 간의 신경전에서 혁신위가 판정패했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는 승패의 분수령을 지난 5일 당정 비공개 오찬으로 꼽는 분석이 많다. 혁신위의 '빈손 해산' 발표는 김기현-인요한 회동으로부터는 하루 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 간의 오찬회동으로부터는 이틀 뒤에 나온 것이다.

결정적 요소는 역시나 '윤심'이었다. 김기현 지도부는 지난 5일 대통령실 오찬 후 이를 전격 공개했고, 같은 날 김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힘이 빠진 적이 없다. 김기현이 힘이 빠져보였느냐", "나는 윤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3~4시간씩 이야기하고 하루에 서너번 씩 전화도 한다"며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도 윤 대통령과 부산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2시간 가량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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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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