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험지' 출마한다던 하태경, 같은 당 최재형 지역구 종로로

河 "최재형도 양해했다" vs 崔 "나온다고 하길래 '알아서 하라' 했다. 말린다고 되겠나"

부산 지역구를 버리고 차기 총선에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종로는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의 지역구다.

하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 서울의 심장부 종로에서 출마하겠다"며 "종로에서 힘차게 깃발을 들고,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국민의힘은 영남의 지지에만 머물지 말고 수도권으로 그 기반을 넓혀야 한다"며 "이런 저의 소신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부산 해운대 지역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울의 한복판, 수도권의 중심, 종로에 도전한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은 출마지 조율 과정에 대해 "당과 상의했다. 당도 지금 종로에 출마하기로 확정된 사람 없다며 출마를 양해해주셨다"고 했다. 특히 지역구 현역인 최 의원과의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하 의원은 "(최 의원은) 제가 매우 존경하는 분이시기 때문에 저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직접 찾아뵙고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동안의 제 고민을 설명했다"며 "최 의원님은 정말 조심스럽게 '종로 도전하다'는 말을 들으시고 '어떻게 막겠나. 양해하겠다'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하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총선은 해운대가 아닌 서울에서 도전하겠다"며 "당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다음날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현장에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서울 쪽에서 당에서 지정하는 곳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 솔선수범'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하 의원이 결국 선택한 곳은 민주당 현역의원 지역구가 아닌 국민의힘 내 비윤계인 최 의원 지역구였던 셈이다.

정작 최 의원은 '양해했다'는 하 의원의 말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하 의원은 종로 출마를 양해받았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나온다고 하길래 (나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며 "양해라는 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나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최 의원은 당시 대화 상황에 대해 "그런 것(출마 지역)과는 전혀 관계 없이 밥을 먹다가 제가 궁금해서 '서울 수도권 나온다는데 어디에 나올 생각이냐'고 하니 종로를 이야기하더라"며 "종로 출마를 나하고 상의하려고 한 것이면 여러 가지 해줄 말이 많지만 본인이 (이미) 결정하고 나왔는데 내가 뭐 할 말이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말리는 게 맞는 것도 아닐 것"이라며 "종로구민이나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SNS에 올린 글에서 "한동훈 장관의 종로 출마설에 이어 부산 해운대구에서 3선을 한 중진 의원인 하 의원이 오늘 제가 현역 국회의원으로 있는 종로구 출마를 선언했다. 역시 종로는 '정치1번지'가 맞는 것 같다"며 "정치1번지 종로를 지켜내는 것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종로이고 종로구민의 마음"이라고 뼈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정치1번지 종로를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해온 만큼, 내년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일전불사의 각오를 밝혔다.

한편 하 의원은 종로 출마설이 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지역구에 매이면 우리 당의 전국적 지지도를 높이고 다양한 분을 돕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우리 당 지지율 목표를 모두 함께 정하고 그에 걸맞게 비례 (뒷) 번호를 달아서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견제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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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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