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 죽겠다. 이 글은 '아무개가 일베이다/아니다'를 직접 논하는 글은 아니다. 그건 논란이 된 리센느 멤버 원이의 스마트폰 사용기록이라도 뒤져보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다. 다만 '와 무섭노', '(여기가) 도시노'라는 말이 통상적인 영남 방언의 용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만 살핀다.
△ '교양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현대 서울말'인 표준어는 의문형 어미가 의미에 따라 나눠지지 않는다. 다만 중세국어의 흔적인지 또다른 이유인지, 영남방언에서는 앞에 오는 말의 격과 의미에 따라 의문형 종결어미가 나뉜다. 어미 '-나/-노'는 용언인 동사·관형사와 결합하며, '-나'는 '예/아니오 질문(영어의 yes/no question), '-노'는 '의문사 질문(wh- question)'에 보통 쓰인다.
예시에서 앞의 질문은 예/아니오로 답하는 질문, 뒤의 질문은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주관식으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와 무섭다'라는 감탄의 의미를 전달하는 영남 방언은 표준어 그대로 '와 무섭다' 또는 '와 무시라(표준어의 '와 무서워라') 정도이다. 다만 앞에 온 '와'가 감탄사 '우와'가 아니라 '왜'라는 의문사의 영남 방언이라면 '와 무섭노'는 '왜 무섭지?'라는 뜻이 돼서 일반적 용법에 해당한다.
물론 원이는 거제 출신이니만큼 영남 방언의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는데(거제 야호!), 그 지역민도 때로는 말을 잘못 쓸 수 있다. "팔순인 우리 할머니도 '춥노', '비 오노' 자주 말씀하신다"는 주장도 있는데, 앞에 '왜 이리', '갑자기 뭔' 등이 생략된 게 아니라면 그저 그 분 또는 그 마을의 언어 습관이 보다 많은 영남인들의 통상적 언어 사용법과 다른 경우라 하겠다. 예컨대 한국인인 내가 실수로 비문(非文)을 썼을 수도 있는데 '한국인인 아무개가 이렇게 말하니까 그게 맞다'라는 말이 성립할 수는 없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의문사 없는 의문문이나 감탄문에서도 '-노'라는 어미가 쓰이는 일부 사례를 발견해 논문 등에 수록한 바가 있는데 예컨대 옷가게에서 옷을 입어보고 '작노'라고 혼잣말을 한다든지, '쟈는 아까 간다디만 아직 안 갔노'라고 말하는 등의 경우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경우 역시 의미상 '왜'가 있는 편이 더 자연스럽기에(왜 작지? 왜 아직 안 갔지?), 언어의 실사용 과정에서 문법 변형이 일어났거나 또는 문장의 일부 요소가 생략된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 '-나/-노'가 용언과 결합하는 어미라면, 체언(명사·대명사·수사)과 결합하는 영남 방언의 의문형 어미는 '-가/-고'이다. 이 때 역시 '-가'는 예/아니오 질문과, '-고'는 의문사 질문과 결합한다.
'여기가 도시가'는 예/아니오로 답하는 질문이고, '무슨 도시고'는 여기가 무슨 시·군인지 주관식으로 답하는 질문이다. '(와, 이곳이) 도시이구나' 라는 감탄의 의미를 전달하는 영남 방언은 '도시다', '도시네', '도시 아이가' 정도일 터이다. 만약 '여기가 도시냐?'를 묻는 질문을 영남 방언으로 한 것이라면 "도시가?"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한국어에서 의문문과 감탄문은 문장구조가 때로 거의 동일하다. '하늘이 파랗구나!' 같은 순수 감탄형 문장도 있지만, '방이 왜 이리 더워'라는 문장은 문맥에 따라 이 방이 더운 이유를 순수하게 묻는 의문문일 수도 있고, 방이 너무 더워서 짜증이 난다는 뜻일 수도 있다. 후자의 의미일 경우 이 문장은 감탄문이 된다. 그리고 이 문장을 영남 방언으로 옮기면 앞에 의문사인 '왜'가 붙었으므로 '와 이리 덥노'가 된다.
일베가 뭔지도 모르실 구순·백수 어르신께서 '덥노'라고 말씀하셨다면 앞에 '왜 이리'가 생략된 것으로 보거나, '덥네'라고 말씀하셔야 할 것을 더위 때문에 말씀을 잘못 하신 경우일 수 있다.
△ 다수 언중(言衆)의 언어 사용 습관과 동떨어진 사투리를 잘못 말한 것이 바로 혐오와 등치될 수는 없다. 다만 2026년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베'라는 사회적 맥락, 전직 대통령과 그의 죽음을 희화화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정치적 맥락 때문에 시민사회 공론장에서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 이렇게 말하는 동영상을 올렸던데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아이돌 가수의 발언이 혐오인지 아닌지 본업도 아닌 문화컨텐츠 비평을 하고, 그에 대한 반박을 한답시고 경상도 사람 속 터지는 '가짜 사투리'로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고 전직 대통령을 모욕하는 장면이다. 논란이 주로 진행되는 배경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점을 감안해서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도시노', '무섭노' → 일반적 경상도 사투리는 아님.
-원이가 일베냐 → 그건 모름. 그냥 말실수 할 수도 있지.
-원이가 '무섭노'라고 하는 영상 올린 거 불편함 → 그럴 수 있음.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팬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감 → 그럴 수 있음.
-거봐라. '-노' 쓰지 말라는 거 마녀사냥이네 → 그럴 순 없음.
-정치인들 참견 → 하지마.
전혀 무관한 듯 하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배재고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끼어들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모 정당 대변인의 다음과 같은 논평 제목이 너무도 적절하다. "학생들은 성숙하게 사죄했고, 국회의원은 미숙하게 화환을 보냈습니다." 첨언하자면, 화환이 아닌 비판을 보낸 이들도 딱히 잘한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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