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는 김기현 체제 유지용" 여당 외부 혁신위원 3인 사퇴설로 갈등 최고조

전날 의총서도 설전 "김기현 체제로 끝까지" vs "내려놔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주일 후 당 지도부·중진·윤핵관 험지 출마, 불출마 권고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린 가운데, 일부 혁신위원이 '김기현 지도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 혁신위는 안 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한때 알려졌다. 혁신위는 한나절 만에 '사의 표명은 없었다'고 공식 진화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혁신위원들의 거취 표명으로 당 지도부를 압박한 모양새가 되면서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소연·이젬마·임장미 등 혁신위원 3명은 지난 23일 혁신위 10차 전체회의 뒤 "김경진 혁신위원으로부터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더 이상의 혁신위 활동은 무의미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시사저널>이 이날 밤 보도했다.

사의를 표한 혁신위원들은 "'대체 우리는 왜 있는 건가', '이제까지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혁신위 활동을 하면서 '혁신위원들부터 혁신돼야 한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되레 우리에게 '그런 순수함으로 모르는 게 많아서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다만 혁신위는 24일 오후 3시 언론 공지를 통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위원장은 오늘 오찬을 했다"며 "(인 위원장이) 확인한 바,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다"고 사태를 진화했다.

당 안팎에서는 인요한 혁신위가 좌초되면 김기현 지도체제가 무너지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혁신에도 실패한 지도부에 내년 총선을 맡기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혁신위 해산에 대한 김 대표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혁신위원 사퇴 파동도 결과적으로는 지도부에 대한 혁신위 측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 비공개 자리에서는 수도권 험지 출마에서부터 비대위 전환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로 제기되는 '김기현 대표 희생론'을 두고 의원들 간에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맡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최근 당과 지도부에 희생을 강요하고 흔드는 일이 심해지고 있다. 비대위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비대위 전환은) 당을 위한 일이 결코 아니다. 김기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김기현 희생론'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성일종 의원은 "이기는 혁신을 해야 하고, 당이 변화해야 한다. 내려놓을 때는 내려놔야 한다"며 "단합이 안 돼 어려움에 처한 게 아니다"라며 김 대표가 혁신위의 '희생'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성 의원은 2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기현 대표는 우리 당이 갖고 있는 대권주자의 한 분이고 큰 인물"이라며 "조그마한 것, 사사로운 것에 연연할 분이 아니기 때문에 당을 위한 큰 결단을 하실 분이라고 보고 있다"고 재차 압박했다.

성 의원은 "반드시 혁신에 성공을 해야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를 통해서 국정의 안정적인 동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면서 특히 "어제 의총에서도 의원 한 분이 '김기현 체제로 단결해서 가자'고 얘기하던데,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모든 선거에서 우리가 단결을 안 해서 졌나? 혁신을 통해서 국민의 박수 소리가 클 때 저희가 선거에서 이길 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영남을 제외한 충청 이북권에서는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할 지점은 충청 이북권에서의 승리를 해야지 영남권의 승리의 목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성 의원은 나아가 당 지도부의 비대위 전환에 대해서도 "그것은 그 이후의 문제이지 지금 그것까지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면서도 "모든 방법이 다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도부를 비롯해서 우리 당 모든 분들이 모든 걸 내려놓고 (총선) 승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수도권 4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와 김 대표가 험지 출마, 불출마를 두고 갈등하는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김 대표 나름대로 희생의 생각이 있다. 문제는 타임스케줄이 안 맞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정작 중요한 공천은 내년 2, 3월이다. 친윤계, 중진, 대표의 결단이 지금 나오면 너무 빠른 카드"라고 했다. 윤 의원은 "지금 이거(험지 출마, 불출마)하면 밀려서 하는 모양이 된다"며 "본인들의 결단, 주도적인 희생, 헌신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측의 '희생' 압박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혁신위가 그 동안 나름대로 의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혁신위 측이 다음주 중 최고위에 '희생' 권고안 의결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혁신위원 사퇴 파동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좋은 의견들을 잘 참고하겠다"고만 했다.

당 지도부의 혁신위 권고에 대한 무호응과 이로 인한 혁신위원 사퇴 파동까지 이어지며 당 내에서는 혁신위 무용론도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인요한 혁신위는 차라리 더이상 지도부 들러리 서지말고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며 "어제 혁신위 내에서조차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는 실토가 나오고 이에 반발해 일부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혁신위가 그 동안 당지도부와 '짜고 친 고스톱'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는 출발부터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국면전환용, 시간끌기용 꼼수 기구'라는 의구심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을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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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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