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박민의 KBS 점령작전, 쿠데타 일어난 줄"

메인뉴스 앵커 교체에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여당은 "그냥 지켜봐야"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취임 첫날부터 9시 메인뉴스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앵커와 진행자를 교체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5.16 쿠데타처럼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줄 알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반면 "공영방송이 공정하게 하도록 그냥 지켜봐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점령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 진짜 군사 쿠데타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민 KBS 신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KBS가 신뢰를 잃고 위기를 자초했다"며 '재창조 수준'의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출근 첫 날부터 주요 간부들을 교체하고, KBS의 간판뉴스인 9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전면 교체했다.

홍 원내대표는 "박 사장 취임 첫날부터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방송 진행자나 방송 개편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듣도보도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 진행자가 무슨 불법행위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박 사장 취임과 동시에 KBS TV <뉴스9>와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앵커와 진행자가 시청자에게 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 교체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고 오직 정권에 충실하고 KBS를 이렇게 무참하게 유린해도 괜찮다는 것이냐"라며 "도대체 박민 사장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그것을 책임지기 싫으면 하루 빨리 내려오길 바란다"라며 "박 사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사장 자리를 그만두는 게 자신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조승래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3법'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며 "민주당이 왜 방송3법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독립시키려 했는지 지금 KBS를 보면 안다"고 했다.

조승래 의원은 "박민 KBS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방송 편성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과 KBS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을 헌신짝 취급하며 점령군처럼 현장을 짓밟았다"며 "박 사장 같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고 권력 입김을 줄이고 소모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방송3법"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방송 3법을 조속히 공포·시행해 공영방송의 독립을 바로 세우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란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윤 대통령은 방송3법을 조속히 공포하고 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이같은 비판에 "공영방송에 대해 정치권에서 늘상 입장에 따라 그런 주장을 하고 있지만 새로 사장이 취임했으니 인사나 이런 부분들을 합리적 기준으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KBS가 공영방송의 입장에서 또 공정하게 방송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길 저희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공정하게 방송을 하도록 하기 위해선 정치권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냥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1년차에 이뤄진 공영방송 관계 인사에 대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위원장 강효상 당시 국회의원)을 만드는 등 야당일 때는 '그냥 지켜보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국정감사 시기까지도 "패널 80% 이상이 민주당과 좌파 친화적 인물"이라고 하는 등 공영방송 공정성에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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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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