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재판과 관련해 법원에 각기 다른 불만을 표출했다. 여당은 재판이 이 대표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지연되고 있다며, 최근 위증교사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대장동 사건과 병합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여당의 문제제기를 '법원 독립성 침해'로 간주하면서도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과하게 허용했다고 항의했다.
국회 법사위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서울·수원고법 및 관할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어김없이 이 대표 재판이었다.
여당은 위증교사 사건 배당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이 이 대표 지키기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백현동 사건 그리고 대장동, 위례신도지 성남FC 사건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저질러진 행위"라며 "위증교사 혐의는 경기도지사 당시 저지른 행위이고 피고인도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독 사건으로 접수됐는데 왜 재정합의 결정을 받았는지, 또 왜 하필이면 사건이 많은 형사합의33부에 갔는지, 이것이 결국은 이 대표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한 꼼수가 아닌가 법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관 사무분담 예규에 따라 재정결정부에 회부했고 예규 규정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중대한 사건으로 합의체로 결정하는 게 적당하다는 판단 하에 합의부에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도 "대장동 사건·성남FC 사건·백현동 사건, 여기에 위증교사까지 (병합)되면 굉장히 복잡한 사건이 되기 때문에 언제 재판이 끝날지 모른다"며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이것을 병합심리 요청을 한 것이다. 재판을 길게 끌고 가겠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은 재판을 받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병합 심리를 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또한 이 대표의 '고의 지연'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지난 13일에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재판에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아 49일 만에 열린 재판이 5분 만에 끝났다"며 "이 대표는 국감 때문에 불출석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정작 상임위 국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 농락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판사 생활 하면서 이런 일 보신 적 있느냐. 재판 지연 의도로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지법원장은 이에 대해 "보기 드문 상황은 맞다"면서도 "(지연 의도는) 제가 판단하기에 자료가 부족한 것 같다"고 답했다.
역시 판사 출신인 같은 당 장동혁 의원은 "구속 영장이 기각됐는데 그 이유에 대해 분명히 위증교사에 대한 범죄 혐의는 소명된다고 하면서 당대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 대한 설시가 있다. 굳이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느냐"며 "법원이 그런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게 중립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거나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머쓱한 듯 웃으며 "별로 답변하기 싫은 질문들"이라며 "가능하면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지 않으려고 다들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진영 논리에 빠져서 자기한테 조금이라도 불리한 그런 결정이나 판결 혹은 표현 중의 일부라도 있으면 그 법원의 판결을 아주 비판하는 경향이 최근에 부쩍 많아진 것 같아서 법관 입장에서는 정말 비감하기조차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법원에서는 이런데도 불구하고 각자가 신중하게 결정하고 (판결문을) 기재하고 해서 정치적 논란거리 속에서 우리까지 같이 빠져들지 않게끔 더욱 처신이나 판결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걱정을 끼쳐 드렸다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위증교사 사건 배당 주관자인 신종열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배당 사유를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신 부장판사는 답변서에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 배당에 관한 예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신 부장판사가) 하나의 항목으로 든 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 위증 사건이 어떻게 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이냐. 이재명 대표의 위증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이냐"고 따져 물었다.
윤 고법원장은 "그 사건 자체만 보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이라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원장님께서 걱정하신 것처럼 정치가 사법화되는 게 아니고 신종열 부장이 정치화시켜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재판부 배당과 관련해 여당이 문제 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재판 관여'라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입법부가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집권 여당의 경우에는 정치적 압력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이게 문제가 왜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재판부가 배당을 하고 판결을 하고 하는 이 과정 자체가 사법 독립의 표징"이라고 했다.
이어 "내용적으로도 대장동과 백현동을 병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해 달라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안 삼고 위증교사 사건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며 "영장이 기각될 때 '위증교사는 소명이 됐다' 이런 식으로 써 놔서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자기한테 유리한 부분은 쏙 빼 가지고 법원을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재판 지연 의혹에 대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김승원 의원은 "대장동·성남FC 등 공소장은 무려 168쪽에 달하고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은 수사 기록이 합치면 400권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대개 한 권에 500장씩 묶으니까 한 20만 페이지 정도에 달한다"면서 "캐비닛에 1만 쪽 정도가 들어갈까. 5000쪽도 못 들어갈 것 같은데 20만 쪽을 어디에다 보관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수백 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데 대해선 항의를 했다. 김승원 의원은 "이재명 대표 측 관련된 사람들이 727일간 376회 압수수색이 이뤄어졌다. 너무한 것 아니냐"며 "그냥 전표 한두 장만 갖고 오면 되는 것을, 그것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하라고 법원에서 명령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김 지법원장에게 "법원의 캐비닛 사정을 걱정하는 위원님들 질의를 들으니까 가슴이 뭉클하냐"고 비꼬며, "일반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의 범죄사실, 공소사실에 대해서 세기조차 버거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판 증거기록이 20만 쪽이나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서도 공세를 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일제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제3자 변제를 기각하는 판결이 나왔는데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피공탁자(강제 동원 피해자)의 의사가 명백하다"며 "돈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니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도 해소가 돼야 된다, 이런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채권자 동의 없이도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는 법적인 논리가 성립한다고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단정적으로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소송을 강행하거나 질질 끌 경우에 의율이 가능한 조항이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윤 고법원장은 "민감한 사안들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해결하고 법적으로도 해결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이런 문제가 자꾸 법원으로 와 법관들을 당혹하게 하고 민감한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이런 민감한 사안들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해결을 하고 입법적으로 좀 해결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민감한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국감장에서 법원장으로서 이런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적절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범계 의원은 "남영진 KBS 이사장과 다르게 권태선 이사장에 대해서는 왜 해임 처분 집행 정지가 이뤄졌을까를 봤더니, 감사원과 방통위가 해임 합동작전을 치른 것 아닌가"라며 "감사원 현직 감사교육원장을 하는 1급 공무원이 갑자기 방통위 사무처장으로 이 정부 들어서 발령이 났는데, 그 방통위 사무처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행시 동기"라며 연결 의혹을 제기했다.
장낙원 행정법원장은 "법원장으로서 개별적인 결정에 당부에 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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