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감서 충돌…野 '정치감사' vs 與 '진교훈 통계조작 책임론' 맞불

파행 거듭한 감사원 국감…野 "'전현희 보고서' 열람 버튼 고의로 없앴다" 의혹 제기

여야가 감사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또다시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야당은 '정치 감사'‧'전현희 보고서' 감사위원 패싱 공개 논란 등을 비판하며 감사원 운영 방식 문제를 제기했고, 여당은 감사원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은폐 의혹을 문제 삼으며 역공을 폈다. 여당은 특히 이 과정에서 이틀 전 10.11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경찰청 차장 출신 진교훈 강서구청장 책임론까지 거론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9월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국토부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서 통계 수치를 조작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며 "조작 사실을 은폐하려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계 조작 외압에 대해서는 2019년 11월에 경찰이 이미 사안을 인지했고 이것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정보 보고를 한 사실도 확인이 됐다"며 "참고로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이 진교훈,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강욱이었다"고 야권 인사들을 겨냥했다.

조 의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향해 "이번 감사 대상에 경찰청이 포함이 안 됐느냐"고 따져 물었고, 최 원장은 "이 부분은 저희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고 간접적으로 정황 증거만 파악돼 있는 상태였다"고만 답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집단 범죄'라고 표현했다. 전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추려고 한 것은 국민들을 속이려고 한 것이고, 그로 인해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건축 부담금이 1조 원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말 손해배상을 청구를 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질의를 삼간 대신 감사원이 현 정부 들어 '정치 감사'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감사원장 단독으로 결재해서 수사 요청한 게 무려 45건"이라며 "사무총장 단독 결재로 영장 없이 수집된 자료들도 다 지금 검찰의 수사기관에 넘어가고 있다"며 반성을 요구했다. 이에 최 원장은 "반성할 일이 아니"라며 "국가 사정기관 체계 전체로 봤을 때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부분 등을 수사기관인 검찰 등에 넘기는 것은 사정기관 전체 공조 체계로 봤을 때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원장께서 지금 감사원법을 곡해하시는 것 같다. 왜 감사원이 도대체 정권의 돌격대가 됐나 했더니 감사원장의 제왕적 인식이 지금 그 바탕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권이라 함은 원장을 포함한 7인의 감사위원회가 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법) 어디에도 감사원장 혼자 한다고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저희가 정치 감사 이런 건 한 적도 없고, 다만 법과 원칙 상식을 일탈한 대형 사건이 많았다"고 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또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보고서 공개 당시 '조은석 감사위원 패싱' 논란을 다시 거론하며 감사원의 위법적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내부 과정에서 법·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잘못이 다소 있었다"며 "이로 인한 내·외부의 수많은 억측,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들이 제기되고, 많은 국민께서 걱정하게 된 점을 감사원장으로서 송구하다"고 오히려 조 감사위원을 겨냥했다.

최 원장은 자신의 '송구하다'는 입장 표명을 두고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감사원과 감사원장이 법과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건가, 또는 특정 감사위원(조은석) 행위가 충실하지 못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두 가지 다 포함"이라며 "법과 원칙에 어긋났다는 표현은 주심위원(조은석)의 행태를 두고 쓴 표현이고, 감사원과 원장의 잘못은 마지막 시행 단계에서 통상적으로 쭉 해오던 전자문서 열람 처리 과정에서 주심위원이 거부하는 바람에 통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한 매끄럽지 못했던 처리"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패싱 논란'에서 나아가 감사원이 고의적으로 보고서를 열람할 수 없도록 전산상에서 열람 버튼을 없앴다는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칠승 의원은 "열람을 해야만 결제가 되고 그 내용에 동의가 안 되면 반려를 하도록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되는데 그게 지금 없는 거 아니냐"며 "열람 버튼도 없고 반려 버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 자료로 '열람' 버튼 없이 '결재 이력'과 '닫기' 버튼만 남은 화면을 띄웠다.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은 "변작을 통해 승인한 걸로 바꾼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남가영 감사원 디지털감사지원관은 "열람 기능을 저희가 없앤 게 아니고 문서 처리가 완료돼 확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 변경이 안 되도록 자동으로 (버튼이) 없어진 것"이라며 "다른 위원님들도 검토하실 때 다 그 버튼들은 여전히 있고 그 감사 사항이 완료되면 다 그 버튼들은 사라지게 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변작을 통해서 승인한 것으로 바꾼 것이지 않느냐"고 재차 따져 묻자, 최 원장은 "(조 감사위원이) 열람조차 안 누르고 있어서 저희들은 시행을 해야 되겠다는 시급성 때문에 관련 부서에서 전자팀에 열람 버튼을 안 누르더라도 시행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 달라고 협조 공문이 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 사건의 본질은 조 감사위원의 고의 지연으로 인한 업무 방해라며 감사원 주장을 거들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조은석 감사위원이 특히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와 관련돼서 이렇게 모든 절차에 대해서 사사건건 관여를 하고 본인이 받은 자료를 감사위원장이나 사무처와 공유하지 않고 감사위원들만 공유를 하는 이런 아주 이례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조은석 감사위원이 이와 같은 모습 행태로 감사에 지나치게 관여한 적 있었냐"고 물었다.

최 원장은 "70일 동안 열람을 안 하고서 70일 이상 (지연)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보고 받아 열람 후 문안 정리해 시행하기까지 감사위원회 의결 후 71일이 지연됐다"고 부연했다.

유 의원이 조 감사위원의 자질을 문제 삼자, 최 원장은 "저도 이번에 보고를 받으면서 주심으로서 처신이 몹시 부적절했다, 이렇게 저도 판단을 했다"며 "지금 다른 사항은 모르겠지만 권익위 감사와 관련해서는 처음서부터 끝에까지 권현희 권익위원장 대변인, 변호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감사위원회에 있는 위원이 자기가 봤을 때 잘 동의를 못 하면 고민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최 원장은 "그렇다고 무한정 지연은 적절한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또한 "조은석 감사위원의 일탈적인 행위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것을 관리하시는 방법이 저는 굉장히 거칠었다고 생각한다"며 "2시간 만에 이 절차를 열람으로 진행해서 완료로 바꾸는 과정들, 그런 것들이 과연 절차적으로 국민들에게 완벽하게 설득이 가능하겠냐"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솔직히 감사원의 개혁 또는 감사원의 감시 기능을 누가 할까에 대한 감사원의 노력은 낙제점"이라며 "감사원의 감사 기능을 지키고 독립성을 확보해 드리고 싶어하는 저 의원의 입장으로서도 방어가 이제는 안 된다. 외부 감사 기능을 적극 검토해보기를 요청한다"고 조언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이 외부 감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문제는 아니"라며 "(조 위원) 진상조사 건이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마무리되면 거울 삼아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여야 간 의견 충돌로 오랜 시간 파행을 겪었다. 본 질의에 앞서서는 감사위원 배석 문제를 이유로 여야가 갈등을 빚어 시작 20여 분 만에 감사가 중지됐다.

2시간여 만에 겨우 속개된 오전 질의 과정에서는 야당 의원 도중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위원장 허가 없이 발언대에 나와 야당 위원들이 거세게 항의, 회의가 잠시 중단되는 일도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자 김도읍 위원장은 박 의원을 향해 "본인 출장 관련해서 해명이나 잘하라"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감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대다수 의원들이 오후 4~5시가 되어서야 첫 주질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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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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