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 키워드는?…오염수·가짜뉴스·양평고속道

[2023국정감사] 여야, 상임위 곳곳 충돌…전·현 정부 책임론 맞붙어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 여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 논란,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를, 여당은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파상공세를 쏟아냈고,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의 공식석상 데뷔 무대가 될 예정이었던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한 끝에 저녁 6시를 넘겨서야 감사가 시작됐다.

민주당 '오염수 공세' 제기에…정부·여당 "이재명 횟집", "어민 피해" 역공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정무위원회·문화체육관관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관련 우려를 제기했다.

국무조정실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10차례 열렸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TF' 차관급 회의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단 3차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8월 24일 이후 지금까지도 차관급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TF 회의 개최 현황' 자료에 따르면, TF 구성 이후 현재까지 79차례 TF 회의가 진행됐으며 차관급 회의는 13회, 국장급 회의는 66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진행한 차관급 회의는 단 3차례"라고 밝혔다.

국회 문체위의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감사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책자는 정책간행물로서 8가지 단계를 거쳐 제작·배포돼야 함에도 문체부는 이를 어겼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역대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 결과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당사국 총회에서 IAEA와 별개로 해양환경보호적 관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런던협약·의정서 회의에서 다뤄져야 함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1년만에 입장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특히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처음으로 의제화한 정부는 2011년 MB정부"라며 "국민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역대 정부의 노력을 윤석열 정부가 일거에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그 직할부대를 대상으로 한 국방위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보도자료를 내어 "해군은 방사능 오염수가 해군 임무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해당 연구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며 "해군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염수가 우리 해군 작전해역에 도달하는 시간은 2~3년 안"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그러나 해군은 관련 대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해군 함정은 조수기를 통해 해수에서 청수(淸水)를 얻는데, 함정에 설치된 조수기에 방사능 핵종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해군은 '방사성 물질 제거 가능 추가 장비를 확보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추가 확보 계획은 없다. 향후 장비개발 시 추가 확보를 검토 예정'이라고 답했다"고 부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한겨레>에 제공한 자료에서, 질병관리청의 지난해 8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고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방사선에 의한 피폭선량이 현저히 늘어갈 것이므로 국민건강영향평가에서 전향적으로 조사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음에도 이 보고서는 '정보공개법상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이라는 이유로 2024년 5월까지 비공개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어민 피해 우려 등을 들어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반격을 가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문체위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도 함께 출장도 가고, 수산물도 즐겨 드시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횟집 가서 드시고…"라며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사안이 있으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게 (문체부의) 역할 아니냐"고 이 대표를 거론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방문규 장관이 여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면서 "(기준량 등의) 전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큰 충격을 받기 때문에 그 피해가 바로 어민이나 수산업계에 돌아가는 문제가 있다"며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런던 민주당 보도자료'로 분리한 박진 장관의 런던의정서 관련 자료가 보인다. ⓒ연합뉴스

유인촌·이동관 '중고 데뷔전'에선 가짜뉴스 공방…野 "尹대통령·김건희가 싫어하면 가짜뉴스냐", "기준 뭐냐"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책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회 문체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 전장이 됐다. 문체위에서는 한글날 연휴 도중 임명장을 받은 유인촌 신임 문체부 장관이, 과방위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감 재(再)데뷔전을 치렀다.

유 장관은 이날 문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가짜뉴스' 대책에 대해 "언론들의 자율 심의가 중요하다. 언론사 스스로 가짜뉴스를 가려낼 수 있는 자율적 심의기능을 더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논하겠다"고 했다. 유 장관은 그러면서 "포털이 지금은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환경이 변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요즘 환경에 맞춘 법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법률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 장관은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과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가짜뉴스가 뭔지 객관적 기준부터 마련하라"(민주당 이개호 의원),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가 싫다고 하면 가짜뉴스가 되는 것 같다"(같은 당 임오경 의원) 등 의심어린 반응이 나오자 "대통령이 싫어하면 가짜뉴스라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유인촌, 야당과 '가짜뉴스' 설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가짜뉴스 대책 문제로 야당과 맞붙었다. 이 위원장은 야당 과방위원들이 '방송 외에는 심의권한이 없는 방통위·방심위가 인터넷언론 규제까지 담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선진국에서도 모두 법을 먼저 정해놓고 규제하는 경우는 없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 지적해 달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단순 오보와 가짜뉴스를 어떻게 판별하느냐는 질의에는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며 "그 판단은 심의기관(방심위)이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에 대해서는 "100% 순 가짜뉴스"라고 날을 세우며 "갑자기 선거 직전에 이런 가짜뉴스가 보도됐을 때 어떻게 대응하겠느냐. 신속심의제도를 도입해 민관 자율기구(방심위)를 통한 자율적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이라고 정부 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짜뉴스에 따른 폐해는 여야, 진보-보수(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이동관, '중국 응원 90%'에 "대선에도 영향 가능…호들갑 떨 일")

이에 대해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국감 도중 별도 규탄 성명까지 냈다. 민주당 위원들은 "이 위원장의 '가짜뉴스 대책' 불법성에 경악한다"며 "'반드시 법률에 근거할 필요는 없다', '행정조치로 얼마든지 자율규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의 모든 규제와 행정행위가 법률에 근거해 시행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마저 저버린 위험한 인식이자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위원들은 "그동안 방통위와 방심위는 '가짜뉴스 규제'라는 구호를 앞세워 각종 언론사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고, 포털에 대해 '자율규제'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해 전방위적 사실조사를 통해 압박하는 모순적 행정을 버젓이 벌이고 있다"며 "이 위원장의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 대책' 발언에 군사독재 시설 보도지침이 떠오른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차량 6000대 증가? 양평 신도시라도 하나" vs 원희룡 "양평고속道, 부당 변경이면 책임지겠다"

국토위의 국토부 등 대상 국감에서는 야당으로부터 양평고속도로 사업 추진과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 문제가 중점 제기됐다.

야당 감사위원들은 특히 지난 5일 국토부가 국감을 앞두고 양평고속도로 대안인 '강상면 종점안'이 더 경제성이 높다는 발표를 한 데 대해 "왜곡과 조작이 포함된 엉터리 조사"(민주당 최인호 간사), "거짓과 부풀리기로 점철된 답정너 문서"(정의당 심상정 의원)라고 주장하며 원희룡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원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관련 기사 : 야당 "양평고속도로 엉터리 발표 사과하라"에 원희룡 '거부')

야당 감사위원들은 국토부 발표에서 '강상면 대안 채택시 이용량이 6078대 늘어난다'고 돼있는 점을 지적, "원안 종점일 때 이 도로를 안타는 6000대가 4분 거리로 (종점을) 옮기면 탄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며 "양평에 3기 신도시라도 생기느냐"(민주당 이소영 의원)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국토부 장관 또는 간부들이 관여해서 외압을 가해 노선을 부당하게 변경했거나, 부정하게 결탁한 팩트가 나온다면 모든 책임을 저희가 지겠다"고 정면 대응했다.

국민의힘 국토위원들은 야당의 양평고속도로 관련 공세에 맞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국민의힘 김학용 의원)고 맞불을 놨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에 대해 야당은 '부적격 인사를 지명한 대통령 책임'이라고, 야당은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 책임'이라고 각각 주장하며 설전을 벌였다. (☞관련 기사 : 野 "'투표로 대법원 판결 심판하자'는 김태우 적절하냐"…대법원 "삼가야")

법사위에서는 또 이튿날 치러지는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 광복절 특사를 받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김태우 전 구청장이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공익제보자'를 자처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두고 여야 의원들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간 신경전도 펼쳐졌다.

한편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국방위원회의 국방부·국직부대 대상 국감은 파행을 거듭한 끝에 저녁 6시 12분에야 감사가 개시됐다. 야당 국방위원들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없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강행 임명된 신 장관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감사위원석에 '부적격자 신원식 장관 임명 철회하라'라고 쓰인 팻말을 붙이자, 여당 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팻말을 제거하지 않으면 국감을 개최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였다.

이 과정에서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이 "(팻말을) 떼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야당 간사 김병주 의원이 "국민은 신원식의 막말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거부하자, 성 의원이 "막말 이야기하면 우리는 할 말이 없나. 성남시장 때 '형수 쌍욕'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해 야당 위원들이 "왜 이재명 대표 이야기가 나오느냐"(기동민 의원)라고 항의하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2023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의원석에 '부적격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하라!' 피켓을 붙이자 여당 의원들이 퇴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결국 오후 들어 피켓을 제거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입장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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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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