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규제X … '미성년 리얼돌' 들여와도 못 잡는다

서영교 "미성년 리얼돌 수입·판매·운송 등에 관한 처벌 규정도 없다"

관세청이 '신체 일부를 묘사한 제품'을 시작으로 리얼돌 통관을 허용한 이후, 관련 수입 건수가 총 1000 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리얼돌에 대한 규제기준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 일각에선 여성 대상 '성 상품화' 논란과 함께 미성년 형상을 한 리얼돌의 유통 등 부작용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체 일부 묘사형 리얼돌 통관을 허용하는 지침이 시행된 작년 6월 말 이후 리얼돌 수입 건수는 1005건에 이르렀다. 신체 일부형 제품이 735건, 전신형 제품도 270건이었다.

관세청은 앞서 지난해 6월 전신형이 아닌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서 통관을 허용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부터는 전신형 리얼돌에 대해서도 통관을 허용했다. 반신형 리얼돌을 따로 수입 후 합쳐 전신형 리얼돌로 유통할 수 있다는 지적 등에 따른 결정이었다.

통관 허용의 이유와 관련해선 '사적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따랐다. 지난 2019년엔 대법원이, 지난 2021년엔 서울행정법원이 리얼돌 수입통관 관련 소송에서 '수입 허용' 쪽 손을 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용했다.

다만 법원 및 관세청의 이 같은 결정은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 상품화', '성 대상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당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다. 특히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린 지난 2019년 6월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에 총 26만 3000여 명이 동의해 사회적인 화제를 남겼다.

시민단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관세청이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고 "리얼돌은 여성인간의 몸‧신체를 성 기구화하는 것이며 (여성의 몸을) 거래 가능한 몸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라며 "(리얼돌 시장이) 사적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국가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오인되는 전신형 리얼돌과 특정 인물의 형상을 본뜬 리얼돌,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리얼돌 등은 통관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전국연대는 "미성년이나 실재하는 인물을 재현하는 것에 대해서만 규제하겠다는 안일한 대처로는 실제 리얼돌이 제작되고 판매, 유통, 소비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결코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리얼돌 제작, 판매, 유통 등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부재한 국내에선 지난해 6월 리얼돌 수입 부분 허용 이후 소위 '리얼돌 체험방'이라 불리는 리얼돌을 활용한 유사 성매매업소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전국연대는 "성구매가 자유로운 곳에서 리얼돌의 수요와 공급이 더욱 활발하며, 실제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은 성매매업소에 여성과 리얼돌을 함께 전시하기도 한다"라며 전신형 리얼돌의 수입 허가가 이 같은 '성 상품화' 문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관세청이 리얼돌 통관을 보류한 건수는 69건이었다. 실제 얼마나 많은 '보류되어야 할' 리얼돌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지는 통계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설령 미성년의 형상을 한 리얼돌이 유통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미성년 형상'이라 규정하고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은 부재한다는 얘기다.

이날 서영교 의원은 "관세청의 '리얼돌 수입통관 기준 지침'에는 아동·청소년 형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고 해외와 달리 미성년 리얼돌 수입·판매·운송 등에 관한 처벌 규정도 없는 실정"이라며 "미성년 형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과 미성년 리얼돌 제작·수입·유통 등을 금지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이용주 당시 무소속 의원(오른쪽)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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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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