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년 연속 '한국 인신매매 2등급국' 분류…성매매·이주노동자 착취 지적

인신매매방지법 시행에도 1등급 회복 못해…가해자 형량 약하고 피해자 처벌 사례 등 지적

한국이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2년 연속 2등급국에 머물렀다.

15일(현지시각) 미 국무부가 발간한 2023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평가 대상 188개국 중 일본, 스위스, 홍콩, 뉴질랜드 등과 함께 2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지난해 20년 만에 강등된 뒤 1등급으로 재분류되지 못한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직전 평가 기간에 비해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전반적으로 증대됐다. 한국이 2등급 분류를 유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의 평가 대상 기간은 2022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다.

지난 2001년부터 발간된 인신매매 보고서는 미국에서 2000년 개정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TVPA)이 규정한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의 준수 현황에 따라 평가 대상 국가를 1~3등급으로 분류한다. 이 법이 정한 최소 기준엔 해당 국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강압에 의한 성매매 등 심각한 수준의 인신매매의 경우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 2001년 첫 보고서에서 젊은 여성에 대한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가 지적되며 3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이듬해 1등급으로 상향된 뒤 이를 유지하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2020년에 비해 인신매매 관련 기소가 줄었고 인신매매범에 대해 낮은 형량이 선고됐으며 인신매매에 대한 조사 없이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를 성매매와 관련해 추방한 사례 등이 지적되며 등급이 하향 조정 됐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몇몇 핵심 영역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불충분한 절차로 인해 일부 피해자가 식별되지 못하거나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을 수 있고 당국이 인신매매를 당한 탓에 저지르게 된 불법 행위로 일부 피해자를 처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 인신매매(강제 노동)가 만연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강제 노동 피해자가 확인됐다는 어떤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자들이 계속해서 인신매매와 다른 범죄를 혼동하고 있으며 법원은 인신매매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부분의 범죄자들에게 1년 미만의 징역, 벌금,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도 짚었다. 이는 대체로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내용들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인신매매 현황을 평가하며 성매매와 이주 노동자 강제 노동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인신매매범들이 가출한 아동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유흥업소 등에서 성매매를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착취하고 있으며 필리핀 등 여러 아시아 국가 여성들에게 거짓으로 공장 일자리 등을 약속한 뒤 여권을 빼앗고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 한국 남성과 결혼을 빌미로 모집된 여성들이 실제로는 강제 노동과 성매매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성매매 여성에 대해 인신매매로 인한 결과인지 식별하지 않은 채 체포하거나 추방한 사례도 적시됐다. 보고서는 또 일부 한국 남성들이 아시아의 아동 성매매 관광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 법 개정으로 선원을 폭행할 경우 선박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이주 선원의 신분 증명서 압수를 금지했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력 모집업자들이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를 빚으로 책정해 강제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다만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피해자 통계가 수집된 점,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인신매매범의 수가 늘어난 점, 국가 차원 인신매매 신고 전화가 개설된 점 등은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새 피해자 식별 지표를 활용해 성매매 종사자, 선원,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취약층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고 보다 일관된 원양 어선 노동 조건 점검 체계를 통해 이주 선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형법상 인신매매의 정의를 국제 기준 및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신매매방지법)과 일치하도록 바꿀 것을 권고했다. 인신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등을 목적으로 사람을 폭행, 협박, 감금, 유인, 매매 하는 행위 등을 인신매매로 정의하고 있지만 형법은 인신매매 행위 유형을 매매로 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형법에서 인신매매의 정의가 수정되지 않아 다수의 비정부기구(NGO) 및 인신매매 방지 전문가들은 인신매매방지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 기소 및 유죄 판결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최하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다. 아프가니스탄, 중국, 이란, 러시아, 시리아 등도 3등급으로 분류됐다. 중국의 경우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에서 소수 민족에 대한 자의적 구금 및 강제 노동,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의 강제 노동 등이 지적됐다. 3등급 분류 국가는 총 24곳이다.  

독일, 스웨덴, 미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30개 국가는 1등급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1등급 분류가 해당국에서 인신매매 문제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TVPA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는 것이 1등급 분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이를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를 2등급(106개국)으로, 2등급 국가 중 심각한 형태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크게 증가하는데도 국가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2등급 감시 대상(워치 리스트·25개국)으로 따로 분류했다.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는 3등급으로 분류됐다. 정부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된 소말리아 등 3개국은 특수 사례로 분류됐다. 

▲미국 국무부가 15일(현지시각) 발간한 2023년 인신매매 보고서 표지. ⓒ미국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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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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