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檢 공작수사에 날개 달아줄 것"

"저들 꼼수에 놀아나선 안 돼" 입원 중 부결 호소…당내 표심 영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단식 중 병상에서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한 것이다.

단식 21일차인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생각해보았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표결 없이 실질심사를 할 기회가 이미 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저나 민주당이 이를 막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앞으로도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표결없이 얼마든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윤석열 검찰이 정치 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하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검찰의 정치 개입과 헌정 파괴에 맞서는 길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이 싸움은 단지 이재명과 검찰 간의 싸움이 아니"라며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 겁박과 야당 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이재명 앞에 서면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된다"며 "돈 벌면 제3자 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검찰에게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라고 했다.

이어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선 "자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이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총회, 2시간반 격론…"수사 부당성 드러내야" vs "방탄 수렁에 빠져"

이 대표의 이같은 '병상 입장표명'이 체포동의안 가·부결을 놓고 갈라진 당내 여론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관련 기사 : 체포동의안 표결 D-1, 전운 감도는 민주당)

이날 원내지도부와 면담한 한 재선의원은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역효과가 날 것 같다"며 "단식 때문에 동정론이 있었는데 그게 깨진 것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한 초선의원도 자신이 느끼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가결·부결 모두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권 폭정·검찰 독재 저지 총력 투쟁대회'를 열었다. 오후로 예정된 의원총회 직전 검찰을 규탄하는 투쟁대회를 연 것을 두고 당 주류·지도부가 부결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4시부터 시작된 의원총회에서는 그러나 의원들 간 '가결시켜야 한다', '부결시켜야 한다'며 이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변인인 김한규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발언 내용은) '나는 어떻게 하겠다' 이런 이야기도 많았고, '당론을 정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2시간 30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약 30명의 의원들이 토론에 참여했다고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어떤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함에 따라 각자 의원들이 숙고하고 그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먼저) 박광온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 일원으로서 최고위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을 보고했다"며 "최고위의 논의사항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서 부결하는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이것을 당론으로 하지는 않고 각 의원들이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해달라'는 요청"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라서 많은 의원들이 제안을 개진했다"고 그는 의총 진행경과를 설명했다.

지도부를 포함,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한 이들은 "수사 신속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정기국회 기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부당한 수사행위다. 그것이 잘못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헀다고 이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자는 것은 완전히 방탄의 수렁에 다같이 빠지자는 것", "국민들 앞에 '우리는 방탄 정당이다'라고 만세를 부르는 것밖에 안 되고 아무 실효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김종민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단식 중 건강 악화로 1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같은 날 타병원 이송을 위해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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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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