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현장 사진의 웅변…"7년 전부터 잼버리 부지는 육지였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20] '생갯벌 부지' 논란에 대해 탐구

새만금잼버리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회 파행의 근원으로 손꼽히는 ‘생갯벌 부지’ 논란의 진실도 밝혀질 전망이다.

잼버리 부지의 적정성 논란은 ①왜 생(生)갯벌을 선정했느냐 ②왜 부지 매립이 너무 늦어졌느냐 등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 논란은 국민의힘 정경희 국회의원이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전북도가 매립한 지 10년이 넘어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멀쩡한 기존 새만금 부지를 여럿 두고도 난데없이 메우지도 않은 생갯벌을 잼버리 개최지로 밀어붙였다”며 “그야말로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 선정”이라고 주장하며 불을 댕겼다.

하지만 생갯벌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새만금 잼버리 현장 2016년 사진(좌)과 2019년 사진. 야영장 부지 매립이 완료된 2022년 말 이전에 부지가 육지화됐음을 보여준다. ⓒ이원택 국회의원

새만금 땅은 지난 2006년 4월 가력도 인근의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고 이후 육지화가 가속화됐다.

부안과 군산 앞바다를 세계 최장의 33km 방조제로 가두고 내부를 땅으로 만드는 대역사는 2010년 4월 방조제 보강공사와 성토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준공됐다.

방조제로 바다를 막고 안에 있는 물을 빼며 육지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올해 8월 잼버리 대회를 치르기 9년 전인 2014년 이후 160㎢의 땅이 노출된 상태였다.

잼버리 부지를 매립하기 전에 이미 땅은 갯벌이 아닌 육지화되어 풀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국회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이 지난 4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잼버리 부지가 육지화된 사진 3장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재확인됐다.

지난 2016년에 찍은 사진에는 ‘2023 세계잼버리 유치 예정지’라는 팻말이, 2019년 사진에는 ‘2023 세계잼버리 개최지’라는 안내판이 크게 부착돼 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올해 8월 1일 열린 잼버리 대회 야영지, 서브캠프에 텐트들이 일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새만금 현장을 수도 없이 방문해온 정치인으로서 현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잼버리 부지를 생갯벌로 몰아가는 것에 경악을 했다”며 “갯벌이 아님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사진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수많은 자료집을 뒤져 찾아낸 사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의 말대로 생갯벌이었다면 한국스카우트연맹과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현장실사도 부정하는 꼴이 된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지난 2015년 9월17일 새만금잼버리 현장 실사에 나서 '적합' 판단을 내렸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역시 이듬해인 2016년 8월16일 현장을 꼼꼼히 실사한 후에 잼버리 야영지로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려 이듬해 최종 부지로 선정되는 다단계를 거쳤다.

두 차례의 실사는 올해 새만금잼버리 개최 시기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수십 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온 스카우트연맹의 최종 판단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잼버리 대회 야영지 ⓒ프레시안

이원택 의원은 “잼버리 파행의 근원은 의료서비스 문제, 화장실과 샤워실 등 위생 문제, 폭염 대피시설, 해충, 생수 등의 문제였지 결코 생갯벌 문제가 아니었다”며 “갯벌 이슈로 본질을 흐리고 책임론을 전북에 떠밀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제시한 잼버리 부지 조건은 3가지이다.

4만명 이상의 대원들이 야영할 수 있는 △광활한 야영지, 구체적으로는 825만㎡(250만평)의 부지 △대원들이 먹을 수 있는 상수원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 등이 그것이다.

정경희 의원은 “새만금의 다른 부지도 있었지 않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곳은 올해 대회를 치른 잼버리 야영지 단 1곳이었다.

김관영 도지사도 “양질의 상수도를 끌어올 수 있는 지역이 부안댐과 가까운 올해 대회 부지였다”며 “영외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직소천, 고사포 해수욕장 등이 부안에 집중돼 있어 잼버리 부지를 부안군 일대로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문제, 부지 매립이 늦어진 이유를 살펴보자.

▲제19차 새만금위원회가 열린 2017년 12월 6일 잼버리부지 매립사업 회의자료 ⓒ프레시안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박근혜 정부 때 관광레저용지 1지구를 2020년까지 매립 개발하기로 했지만 이곳에 투자하겠다는 민간자본을 찾을 수 없어 지연됐고 문재인 정부 때 농생명 용지로 전환해 매립했다.

잼버리 부지는 2017년 8월 대외 유치 확정 당시만 해도 관광·레저용지(31.6㎢)로 2017년 12월 6일에 열린 제19차 새만금위원회 회의에서 농지관리기금을 끌어다 이곳을 농업용지로 바꿔 매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대회 일정을 감안해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해 2022년 12월 이전에 매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과 2019년에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마련하고 총사업비까지 협의한 후 2020년 상반기에 매립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또 “대회 후에는 해당 부지를 농업용지로 활용하되, 새만금개발청장의 요청시 새만금개발공사 등 수요자에게 매각해 매각대금은 농지관리기금으로 납입해 기금 손실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확실히 말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기금 1846억원을 투입해 부안군 잼버리 부지 8.84㎢를 매립한 것이다. 새만금과 관련한 최고 결정기구라 할 수있는 '새만금위원회'의 당시 3호 안건으로 처리된 셈이다.

매립 완료 시점도 알려진 것과 사실이 다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은 “잼버리 야영지 부지 매립은 2020년 1월에 착공해 개막을 8개월 앞둔 2022년 12월에 준공됐다”며 “교량과 도로 건설 등을 고려할 때 실제 매립 기간은 1년 3개월뿐이어서 졸속 매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의 주장대로 매립 완료시점은 2022년 12월이었지만 이는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모두 설치하는 최종 완료시점이었다.

잼버리 대회 야영에 필요한 땅을 돋우는 매립 완료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선 2021년 말이었다고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기본·실시설계상의 부지매립 완료가 2022년 말이었지 야영지 땅을 돋우는 매립은 2021년 말에 끝났다”며 “결코 졸속 매립이 아닌 엄격한 설계에 의한 매립이 진행됐던 것”이라고 언급, ‘부지매립 지연론’은 진실에서 벗어나 있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종합하면 잼버리 부지는 생갯벌이 아닌 오랫동안 육지화 된 야영지이고 부지 매립 역시 졸속이 아닌 설계상의 로드맵에 따라 착실히 진행됐다는 결론이다.

전북지역에서는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 선정'이 아니라 '망할 수 없는 부지 선정'이었는데 초기대응에 실패해 파행으로 끝난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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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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