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도 '홍범도 흉상 이전' 비판 "박근혜 때 함도 만들었는데…"

김병민 "과유불급", 김근식 "과도한 낙인찍기"…黨지도부는 거리두기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위치한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의 흉상을 독립기념관 등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국방부가 밝힌 데 대해 보수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비윤(非윤석열)계 중진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개 비판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여당 주류인 친윤계 내에서도 동요하는 반응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28일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 여당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일들에 대한 약간의 조정을 국방부·육사가 추진한 게 아닌가 싶은데 과유불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선 때 윤석열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친윤 인사로, 당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런 방식의 (동상 이전) 추진이 진행되게 된다면 벌써 나오게 되는 게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인 1962년 건국훈장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대한민국 해군에 홍범도함을 만들기도 했던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역사를 편향적으로 간 것 아니냐, 너무 한 쪽으로 왜곡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 정권교체되고 난 다음 이와 같은 방식의 일이 진행되게 된다면 불필요한 논란만 더 뜨거워지지 않을까"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결정적으로 우리 윤석열 정부가 갖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분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이 현재 광복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찬 회장 같은 분"이라며 "우당 이회영 선생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던 대한민국 독립 역사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정말 중요한 인물이고 그 분의 손자인 이종찬 회장이 또 윤석열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광복회장으로 계시는데, 그런 분들의 목소리가 많이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이종찬 회장은 전날 광복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종찬 회장 공개서한 전문 보기)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친우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부친으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퇴임 후 첫 공개 행보를 2021년 6월 9일 우당 기념관 개관식 참석으로 잡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로는 (동상을) 옮긴다는 사실은 철거한다는 의미"라며 "저는 과도한 사상적인 낙인찍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2021년 10월 초, 윤 대통령의 당내 경선 때부터 경선캠프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다. 대선 본선에서는 '김종인 선대위'에서 정세분석실장을 맡아 금태섭(전략기획)·정태근(정무대응) 당시 실장들과 3실장 체제를 형성했지만, 윤 대통령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한 이후에도 이들 중 유일하게 계속 외곽에서나마 윤 대통령을 도왔다.

김 위원장은 "홍범도 장군이 1920년대, 30년대 독립운동하면서 당시 레닌을 만나서 레닌한테 권총도 하사받고 이런 게 있으니 지금 대한민국의 좌우 갈등 속에서 그 시각으로 보니까 열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1945년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2차 대전 기간에 미국과 소련은 같은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홍범도 장군은 1943년에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일도 없고 6.25에 참전한 것도 없다"며 "우리가 사회주의 계열과 민족주의 계열을 다 우리의 독립운동의 뿌리로 보고, 그러나 분단된 이후 북한 공산집단에 참여했거나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거나 6.25 전쟁에 북한군으로 참여한 사람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지만 홍범도 장군은 그 기준에 안 맞지 않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를 독립군·광복군에서 찾는 게 기본적인 상식"이라며 "국군의 뿌리로서 5명의 흉상을 육사에다 놨던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 6.25의 영웅으로서 우리가 다시 재평가를 한다면 5명의 흉상을 옮기고 거기에 백선엽을 넣는 건 아니고 5명의 흉상에다 백선엽 장군 흉상을 하나 덧붙이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실에서는 입장이 안 나오고 '알아서 잘할 거'라고 하는 것 같고, 우리 국민의힘에서도 입장은 아직 못 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육사에서의 흉상 철거 논란이 자칫 역사전쟁 내지는 이념 편가르기로 되면 지금 가뜩이나 수도권 위기론이 나오는데 수도권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식의 편가르기와 과도한 낙인찍기, 매카시즘 우려가 나타나면 중도층은 다 떠나게 돼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당에서도 그렇고 대통령실도 빨리 마무리를 해서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고언했다.

전날 비윤계 중진인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대구시장도 SNS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유승민),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홍준표)라고 비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유승민 "육사 홍범도·김좌진 흉상 철거, 납득 어렵다")

다만 국방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당 지도부는 홍범도 장군을 "논란이 있는 분"으로 칭하며 "국방부와 육사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만 거듭 밝히며 이 논란과 거리를 두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이 사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의 대승을 이끈 독립전쟁 영웅이시고, 또 한편 자유시 참변 등 여러 가지 논란도 있는 분"이라며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방부가 대변인 브리핑에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밝힌 가운데, '국방부·육사가 결정할 일'이라고 한 발을 빼면서도 홍범도 장군을 '여러 논란이 있는 분'으로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유 대변인은 한편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라며 "이걸 가지고 '저열한 역사인식'이라고 (야당에서 비판)하는 것은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국민에게 말하지 않고 정쟁으로 일관하는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는, 육군 정체성을 부정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반민족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권 차원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 부정과 친일 행적 지우기 시도라면 민주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나서서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흉상 이전 계획을 취소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국방부 장관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국방부는 28일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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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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