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근 수사' 파행에 野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尹대통령, 미래는 박근혜?"

빅용진 "해병 수사단장 보직해임, 드라마 <D.P.>가 현실로…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하던 尹 어디갔나"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숨진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보직 해임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천인공노할' 보직 해임, 대통령의 오래된 미래는 박근혜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 전 단숨에 봤던 (드라마) <D.P.> 시즌 2의 모습들이 이렇게 현실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장은 구명조끼조차 입을 수 없었던 채수근 상병 죽음의 진상에 다가가려 했을 뿐"이라며 "왜 군은 소신을 지킨 수사단장에게 수 차례 '이첩 보류' 명령을 내렸으며, 경찰로부터 수사자료를 회수함은 물론 그를 보직해임하고 무려 '집단항명 수괴'의 죄를 묻고 있단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 대령은 수사 초동 조사 자료에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단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다고 명시했으나, 이후 윗선으로부터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 대령은 사건 조사를 경북경찰청으로 넘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나 이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해 결국 보직 해임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원칙과 소신을 지킨 군인을 보직 해임시키고, 수사권도 없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지시한 것은 마치 <D.P.> 시즌 2의 오민우 준위와 구자운 법무실장이 연상될 정도로 소름끼치는 모습"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드라마 속 인물들은 군대 내 가혹행위를 은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어 "현재까지 나온 보도내용만으로도 이미 채 상병의 죽음에 사단장 등 지휘관의 책임은 명백하다"며 "국가인권위도 군이 다시 경찰에 수사자료를 돌려줘야한다고 하는 마당이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국방부가 무리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임성근 사단장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었고, 당시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것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고 대통령과 같은 아파트에 살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기 때문이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수사단장은 임 사단장을 혐의에서 빼라 수차례 지시받았음에도 빼지 않았다"며 "원칙과 소신이 '항명'이 되는 것, 우리 대한민국 군대가 언제까지 그런 군대여야 하느냐"고 비판헀다.

박 의원은 나아가 "소신을 지킨 군인을 보호하는 게 바로 국군통수권자의 임무"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부름을 받았던 시작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원칙과 소신을 지켰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때 윤석열은 대체 어디로 가고 소신에 좌천으로 응답했던 박근혜가 보이는 것이냐"고 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못 하는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박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거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다시 글을 올려 "국방부는 꼼수 궁리 말고 제3의 수사기관에 사건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더구나 오늘 박 대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국가안보실이 수사 결과를 보기를 원했다'는 박 대령의 기자회견 발표 내용을 언급하면서, "대체 국가안보실이 그걸 무슨 권한으로, 왜 봐야 하느냐"면서 "이 정권 들어 국가 안보에까지 불법과 무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찰 수사 중인 기록 달라고 요구했으면 줬을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수차례 외압을 행사한 국방부는 아마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게 보복을 가하고, 임성근 사단장을 지키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발표하려고 열심히 궁리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는 △사단장을 제외한 누군가가 업무상 과실치사를 저지른 혐의가 있으니 이 부분만 수정하여 민간에 이첩한다는 것, △재조사했더니 범죄혐의가 없다. 범죄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민간이첩은 불가하다는 것, △검토해보니 군사기밀과 국가안보사항이 있어서 민간에 이첩할 수 없다. 군검찰과 군사법원에서 이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이 예상대로 국방부가 움직인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분노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오래된 미래'가 박근혜가 아니길 저 또한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