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다가 상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집단 항명 수괴'로 몰려 수사대상이 된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하겠다며 제3의 기관에서 공정하게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1일 박 대령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하였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31일 해병대는 이날 오후 2시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앞둔 오후 1시 돌연 이를 취소했다. 이후 경찰에 이첩하려던 자료도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단시켰다.
이 장관이 전날인 30일 조사보고서를 보고 받고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다가 언론 발표 직전에 갑자기 이같은 행동을 보인 것을 두고 국방부는 특정인의 혐의를 적시해서 보고서를 경찰에 넘길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바로 회수했다.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해병대 수사단장 A대령을 직무 정지 및 보직 해임 조치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A대령이 군형법 제45조에 따라 집단을 이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입건 및 수사에 착수했다. 또 채 상병 사건 수사도 9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에 착수했다.
박 대령은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 다만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며 본인의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국방부장관마저도 유가족에게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여 엄정하게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하였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박 대령은 "수십 차례 해병대사령관에게 적법하게 처리할 것을 건의 드렸다. 또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하였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하였다"며 본인의 수사 결과 이첩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하였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령의 수사 거부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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