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나가는 김동연, '양평고속道 원안+알파'…2009년 '세종시 원안+알파' 연상?

'대선 게임'에 편입된 국책사업…'양평고속道' 이슈 뛰어든 김동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사태 및 영부인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관련 이슈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도 유관 사업이지만, 이 사안이 현재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라는 점 때문에 김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연결 사업을 '플러스 알파'로 제안했다. 과거 MB가 대통령 당선 후 '세종시 백지화'를 추진해 논란이 일자 박근혜가 "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를 역제안해 여론을 뒤집은 적이 있다. 박근혜는 이 일을 계기로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논란이 될 소지가 많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일이 꼬였다. 향후 국토부가 '원안'을 재추진해도 '대안'을 새로 추진해도, '백지화'를 밀고 나가도 잡음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 처가 땅 의혹'이라는 휘발성 강한 이슈를 장착한 이 사안은 선거철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김동연, 국토부 주장 직접 조목조목 반박

김동연 지사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고 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논란의 본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선이 왜 갑자기 특정인이 소유한 땅 옆으로 변경되었냐는 의문이다. 다른 하나는 무책임한 백지화 선언으로 불거진 국정 난맥상"이라며 "원안이 좋으냐, 변경안이 좋으냐는 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첫번째 '본질'과 관련해 "의혹의 핵심은 분명하다. 왜, 누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가. 이 세 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해법으로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지사는 여기에 더해 "경기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기 동북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애초에 경기도의 건의로 추진이 시작된 사업이다. 이 사업에 이어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연결을 추진하겠다"며 "국토부 원안이 추진된다면, 경기도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연결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 먼저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우리 사회는 '정의', '공정'이 말로만 강조되고 있다. 변경안을 강행하게 되면, 정의와 공정을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와 박탈감을 남길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후 사업 재개 조건으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일가 특혜 의혹을 '가짜 뉴스'로 규정한 것과 달리, 김 지사는 이 사업의 핵심 문제를 "노선이 왜 갑자기 특정인이 소유한 땅 옆으로 변경되었냐는 의문"을 첫째로 뒀다. 원희룡 장관을 위시한 현 정부의 연루 가능성을 '백지화 사태'의 핵심으로 짚은 셈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다수의 국책 사업을 다룬 바 있는 김 지사는 국토부 주장을 직접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국토부가 '전부 공개'했다는 자료를 아무리 살펴봐도 노선의 경제성을 검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사비, 보상비 등 세부 비용산정 자료가 없다. 비용에 대한 자료는 '시기별 총사업비 산출표' 단 한 장뿐이다. 기존 '예타안'보다 총연장이 2km 늘어나고, IC가 1개 추가되었는데 사업비는 고작 140억 원만 늘었을 뿐이고, 그 산출 근거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공개된 자료를 보면 국토부 주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들이 있다. 국토부는 원안 노선의 단점으로 전원주택, 펜션 등을 많이 통과해서 민원이 우려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데 국토부 공개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반대다. 원안 노선은 1744세대 3651명이 거주하는 4개 마을을 지나가는데 비해, 대안 노선은 8570세대, 1만8130명이 거주하는 10개 마을을 지나간다. 원안보다 다섯 배가 많다. 국토부 자료로 볼 때 더 많은 민원이 우려되는 노선은 대안 노선, 즉 변경안"이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또 "이번에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 중에는 '서울-양양 고속도로'와의 연결 가능성은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다. '대안 노선 검토보고서' 상에 '예타 노선'은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고려', 변경안은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미고려'로 명시돼있다"며 "국토부에 묻는다. '장래 노선축 연장계획 고려', '미고려'는 어떤 의미인가. 도대체 어느 노선축과의 연결 가능성을 의미하느냐"고 했다.

'왜, 누가, 어떻게?'

김 지사는 "첫째, '왜' 갑자기 변경안이 등장했는가"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이 종점을 포함해 무려 55%나 바뀌면서 새로운 노선이나 다름없는 변경안이 나왔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후 시·종점이 변경된 고속도로 사업이 14건이나 된다면서 '이례적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사실과 많이 다르다. 경기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토부가 제시한 14건 중 2건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고, 나머지 12건 중 11건은 2012년 이전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은 2012년 이후 노선의 1/3 이상이 변경된 최초의 사례"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둘째, '누가' 그 변경을 주도했는가"라며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 회사가 조사를 시작하는 '착수보고서'에서 변경안을 제안했다는 것은 오랜 공직을 경험한 제 식견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국토부와 기재부가 2년 넘게 검토하여 확정한 '예타안'에 대해 55%나 변경되는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민간 용역업체가 단독으로 1조7000억 규모의 국가사업 변경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그 어떤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셋째, '어떤 근거와 절차로' 변경이 이뤄졌는가"라며 "변경안은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합당한 근거도 없다. 우선 국토부는 노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경기도를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1차 협의에서 배제된 경기도에겐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2023년 1월, 2차 협의에서도 국토부는 변경안에 대한 의견만 요청했을 뿐, 원안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2차 협의는 2022년 11월 타당성 용역을 통해 변경안을 '최적안'으로 확정한 이후였다. 국토부는 이미 노선을 결정한 후 경기도에는 통보만 한 셈"이라고 했다.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이번엔 '양평고속도로'

중요한 선거에서 국책 사업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대표적인 게 세종시 건설 이슈다. 노무현은 세종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충청 표심을 잡아 집권에 성공했다. 이명박은 이어 '수도 이전 반대' 스탠스와 '뉴타운 돌풍'으로 수도권 표심을 잡았지만, 집권 후 한발 더 나아가 '세종시 백지화(세종시 수정안 논란)'를 추진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권력 누수'의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에 박근혜가 '세종시 원안'을 넘어 '원안 플러스 알파'를 던지면서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박근혜의 '원안 플러스 알파' 발언은 '세종시의 산파 노무현'이라는 상징자본을 갖고 있던 당시 야당의 '이슈 주도권'까지 빼앗은, 정치적으로 '신의 한수'라는 평을 들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도 '핫 이슈'였다. 박근혜는 재임 중인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뒤집고 '김해공항 확장'을 선언했다가 PK 지역에서 '공약 파기'라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TK를 기반으로 한 대통령이 지역 눈치를 봤다는 비판이 PK 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결국 PK 지역 민심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 탄핵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이 있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회 47석 중 4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간 것은 그간 보수 집권 세력의 'PK 홀대론'도 한 몫 했다.

표와 건설 경기부양을 최우선으로 해 '정치 공약'으로 만들어지는 대형 국책 사업은 '포퓰리즘' 논란은 물론 재정 낭비, 환경 파괴 등 숱한 논쟁을 낳기 마련이다. 대형 국책 사업의 근본 문제를 지적하기 앞서 이 이슈가 선거 민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정치권의 '영원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세종시나 동남권 신공항 논란과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대통령 처가 땅이 근교에 있다는 점 때문에 폭발력이 더 강한 사안이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이 사안 때문에 전국적 인지도의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주자들이 이 이슈에 뛰어들었고, 야권에서도 이재명 대표 등 여의도 유력 정치인 뿐 아니라 경기도 현안을 앞세운 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참전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가 누군가의 '대권 무덤'이 될지, 누군가의 '대권 발판'이 될 지 주목되는 이유다.

▲세종시 백지화 논란 당시 박근혜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재확인했다는 <연합뉴스> 영상 보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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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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