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여성부 폐지 '7글자', 나와 상의 없었다"

"여성부 폐지와 모든 '젠더 담론' 씨뿌린 건 나…여성부 수명 다했다"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정치의 기수로 꼽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은 자신과 상의 없이 이뤄진 일이며 자신은 이를 몰랐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대선 과정에서 최대의 논란거리가 여성가족부 폐지였는데 그건 이 전 대표 아이디어였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여가부 폐지와 모든 '젠더 담론'에 어쨌든 씨를 뿌린 건 저이고, 그(캠프) 안의 청년보좌역이나 이런 사람들은 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제 것에서 보통 튀어나온다. 그런데 그걸 하기로 된 결정된 시점은 저와는 상의가 없었다. 페이스북에 일곱 글자 쓴 날은 저한테 '미리 하겠습니다'라든지 '이거 합시다'라는 얘기를 안 하고 그냥 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여성부 폐지라는 '한 줄 공약'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데 대해 "제가 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다만 자신이 '젠더 담론'이라고 표현한 성차별 옹호성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여성부 폐지 '7글자 공약'을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고 이날 밝힌 것도, 여성부 폐지 주장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했으면 더 잘했을 것'이라고 당시 윤석열 캠프의 캠페인에 대해 비판하는 맥락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같은 경우에, 제가 예전에 (당) 대표 하면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없앨 때가 됐다고 얘기했었다"며 "여성가족부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그 당시 여성 인권이라는 것이 정말 문제가 많았을 때, 차별이 심했을 때 호주제 폐지라든지 이런 걸 특임으로 맡아가지고 했던 특임부처"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처럼 여성 인권에 문제가 있고 여성이 차별받는 것은 과거의 일일 뿐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늘 주장해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전당대회 출마 당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여성이 밤길을)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거나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 SNS 등을 통해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하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고,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서는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도 "이게(여성부가) 영속적으로 가기에는 지금 일감이 너무 없어가지고 계속 무슨 청소년 게임 문제나 이런 거 건드리고 이상한 방향으로 일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갔다"며 "때문에 이제는 수명이 다했다고 보고 위원회 형태나 이런 걸로 전환하자"고 했다.

그는 당시 윤석열 캠프의 캠페인에 대해서는 "딱 해가지고, 이건 '여성가족부 폐지' 한 다음에 아무 게(것이) 없다"며 "공약이라는 것이 좀 빈약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당시 윤석열 캠프에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신지예 전 녹색당 대표를 영입한 것에 대해 이날도 "그거야 어떤 한심한 사람이 20대 남성 표를 (이미)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20대 여성표를 불러모아보자고 프랑켄슈타인 식으로 전략을 짠 것"이라고 혹평했다. (☞관련 기사 : 제1야당 대표 이준석의 페미니즘 반대 '혁명 투쟁'?)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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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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