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 69시간 희망 vs 노동자는 36시간 희망

한국 노동자 희망 노동시간 프랑스 수준…보사연 "워라밸 개선 필요"

정부가 현행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를 69시간으로 늘리는 안을 추진한 후 역풍에 휘말렸다. 노동자들이 실제 원하는 주간 노동시간은 정부 안의 절반 수준이었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의 노동자가 원하는 주간 노동 시간은 36.7시간이었다. 이는 현재 프랑스의 주간 노동 시간(주 35시간)과 비슷하다.

상용노동자는 37.63시간을, 임시·일용 노동자는 32.36시간의 근무 시간을 각각 원했다.

연령별로 희망 근무 시간을 나눠 보면, 20대 이하(19~29세)는 34.92시간을, 30대는 36.32시간을 각각 원했다.

나이가 들수록 긴 노동시간에 익숙했다. 40대는 37.11시간, 50대는 37.91시간의 주간 노동을 희망했다.

미혼자는 35.46시간을, 기혼자는 37.55시간을 각각 원했다.

보사연은 조사 대상자들의 실제 노동 시간도 조사했다. 취업자가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은 주 41시간이었다. 현실과 희망 사이 4시간가량 차이가 났다.

주당 근무 시간이 짧을수록 희망 근무 시간도 더 짧아졌다. 주당 30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의 희망 근무 시간은 주 25.82시간이었다. 30~40시간 근무자는 36.01시간을, 41~52시간 근무자는 40.06시간을 원했다.

이미 현행 제도를 초과해 52시간 초과 근무하는 이의 희망 근무 시간은 44.17시간이었다. 주당 45시간을 넘지 않았다.

식사 시간을 포함해 한국의 취업자들이 취하는 하루 휴게시간은 64.45분이었다. 응답자 절반 가까운 40.1%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휴게시간은 61.26분으로 집계됐다. 평균을 밑돌았다.

보사연은 이번 결과를 두고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국가"라며 노동자의 희망 노동 시간을 고려해 "일하는 시간 관리가 꾸준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금도 가장 긴 수준의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국가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이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길다. 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199시간 길고, OECD에서 가장 노동 시간이 짧은 독일의 1349시간보다는 566시간 길다.

한국과 비슷하게 긴 노동시간 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2021년 연간 노동시간은 1607시간이었다. 일본의 경우 노동자 40% 가까이가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는 '서비스 초과 근무'를 하고, 이는 노동시간에 집계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이 부족하다는 호소는 한국 노동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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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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