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69시간제' 오락가락에 여당도 '부글부글'…"조삼모사"

주호영, 뒤늦게 "이해관계자 얘기 듣겠다"지만 친윤계도 "아쉬운 부분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로 알려진 노동시간 개편 정책을 추진하다 반발 여론에 부딪쳐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아쉽다"는 자평이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노동시간 개편안 재검토와 관련해 "전체적인 걸 다시 점검하고 의견을 돋고 있다"며 "지금 '69시간'이라는 말만 알려져서 마치 주 52시간 근로가 주 69시간 근로로 늘어난 것처럼 비쳐진 면이 많고, 일부 MZ세대 중에도 '앞에 몰아서 일하고 뒤에 휴가 가는 게 보장되나' 하는 의심이 많다. 이해관계자 전체 이야기를 듣고 우리 당의 의견을 정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는 정부와 당 지도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때로는 선의가 있더라도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게 있다. 우리가 너무 순진하게 접근한 거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실과 정부가 좀 더 소통했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국회에 의견을 묻거나 우리도 적극 나섰어야 했는데 반쯤은 우리(당) 책임도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큰 틀에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정권 임기 안에 연 1900시간대에서 연 1700시간대로 가겠다. 주 40시간 아래로 간다' 이런 메시지를 앞세웠어야 한다"며 "저는 윤 대통령도 원래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설득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노동시간 개편안에 단위기간 별로 '분기 90%(140시간), 반기 80%(250시간), 연 70%(440시간) 연장노동 총량 감축'이 담겨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특히 여당 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대통령께서 순발력 있게 청년들의 바람과 요구를 수용한 건 상당히 잘된 것 같다"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정책이) 뚝딱 떨어진 건 아닐 거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전문가와 정부의 검토를 밟아서 올라온 것 아니겠느냐"며 "최고 결정권자의 용단이 아니었다면 철회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비주류에 속한 다른 의원은 노동시장 개편이 '노동개혁 1호'로 떠오른 데 대해 "노동 문제에는 고용 유연성, 생산성, 비정규직, 노동시장 이중구조, 원청·대기업과 이들 기업 노조의 양보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너무 단순하게 '노동시간'만 부각했다"고 비판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그는 "MZ세대의 반대에 부딪친 것도 있고 홍보 부족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노동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체적인 합의"라며 "노사정이 모여 합의를 만들면 좋았겠는데 그런 노력은 없었다.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되지 않는 이상 어떤 결과를 내도, 노동시간을 주 50시간으로 줄여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비주류 의원도 통화에서 "아쉬움이 있다. 처음부터 2030 세대와 근로자들의 의견을 묻고 수렴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잘못된 걸 무리해서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시정하는 게 옳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의견을 듣고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등 참석자들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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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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