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마지막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김기현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에게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후보들을 "민주당 2중대"로 규정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에 대해 "대장동 판박이"라고 공격하고,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며 '윤심'을 내세운 김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김 후보는 2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체육관에서 열린 서울·경기·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민생경제를 살려내려면 대통령과 소통하고 공감을 잘 해야 한다"며 "당내 갈등과 분열을 일으켜서 당을 망치는 분이 또 앞장서면 민생 경제 해결 못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연설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안 후보가 전날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공정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해 "선거 전략 차원에서 처음에는 연대라고 하다가 또 아니라고 하다가… 헷갈린다"며 "어떤 게 진심인지 모르겠다. 그때그때 다르다"고 비꼬았다.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에 대해 김 후보는 "민주당이 요즘 김기현이 1등으로 나서니까 두려운가 보다. 그래서 다시 선거 공작의 망령을 부리려 한다"며 민주당이 당 진상조사단을 설치한 일을 거론하고는 "민주당은 그렇다 쳐도 우리 당 내부에서 민주당과 합작해서 2중대를 하겠다고 하면 곤란하지 않나"라며고 했다.
김 후보는 "오늘 울산시장(국민의힘 소속 김두겸)이 김기현 땅 밑 터널이 지나도록 최종 확정한 사람이 민주당 송철호 시장이라고 기자회견했다"며 "이제 가짜뉴스 퍼뜨린 사람은 사과하고 정중하게 다시는 안 하겠다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는 "제가 걱정했던 대로 김 후보의 해명과는 다른 증언과 사실관계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 도시개발을 이유로 이권을 챙겼던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라는 의혹이 계속해서 쏟아진다"며 "만약 이런 일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정의를 중시하는 대통령께서 아예 후보로 생각조차 안 하셨을 것"이라고 김 후보를 공격했다.
안 후보는 또 "정순신 사태가 터지자 서울대에서 대자보가 붙고 청년층에서 격렬히 반발했다. 학교폭력도 문제였고 불공정 입학 문제도 컸다"며 "민주당이 바로 이런 조국 사태로 무너졌다. 누가 이런 추천을 해서 대통령께 부담을 드렸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는 '연설에서 말한 정순신 사태 책임론이 인사 책임을 뜻하나, 검증기관 책임을 뜻하나'라는 질문이 기자들로부터 나오자 "결과적으로 제대로 검증을 못한 셈이니까 바로잡아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그런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만 했다.
안 후보는 연설에서 "학교폭력, 불공정 입시, 부동산 투기는 국민의 3대 역린이다. 총선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곧바로 패배한다"며 "우리는 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정 변호사를 사퇴시켰다. 우리도 비리 의혹이 있는 후보를 뽑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전날 자신의 '대통령실·비대위 불공정' 발언에 대해 "제가 대통령실을 비판했다기보다는 '대통령실의 불공정한 주장에 대해 왜 답을 하지 않는가'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많다 보니 속깊은 생각을 정리해서 말한 것"이라며 "당시에 용산에서 정무수석이 와서 한 발언에 대해서 왜 정당하게 말을 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설명드린 것"이라고 했다. 또 김 후보 측의 책임당원 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당 선관위가) 충분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진상을 밝혀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기구의 취지에 맞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연설회에서 천하람 후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패배했던 4번의 선거마다 우리는 무릎 꿇고 큰절을 했다. 잘못했다고 읍소했다.그런데 여러분이 뭘 잘못했나? 종북좌파 타령과 읍소 전략 말고는 전략이 없던 지도부가 잘못한 것"이라며 "수도권은 물론 호남으로 확장하고 약자와 동행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는 자신의 온갖 의혹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믿는다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정말 큰일 날 소리다. 자신의 비리로 총선에서 지면 패배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라며 "김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이 자신을 믿는다는 이야기하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선거전이 달아오른 만큼 지지자 간 응원전도 치열했다. 연설회 시작 전 행사장 밖에서 안 후보 지지자들은 안 후보의 선거 홍보 영상이 재생되는 전광판 트럭 앞에서 "안철수"가 적힌 잠바를 입고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그 옆에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전광판 트럭이 세워져 있었는데, 후보자가 아닌 이준석 전 대표의 얼굴 사진이 같이 붙어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황교안"이 쓰인 조끼를 입은 사물놀이패도 행사장 밖을 돌아다녔다. 연설회장 안에서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비교적 많아 보였고, 이들은 김 후보 연설에 큰 환호로 화답하는 한편 안 후보와 황 후보가 김 후보에게 공세를 펼 때면 야유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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