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인정한 '베트남 학살', 이제 정부의 차례다

참여연대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 이제 정부가 나서 조사할 때"

국내 사법부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제는 베트남 학살에 대한 '정부차원 진상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에 큰 진전을 가져온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라면서도 "이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은 베트남 퐁니 마을의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 씨(63)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한국군의 '작전수행 과정에서 벌어진 조직적 민간인 학살'을 정부 공식기관 사상 최초로 인정한 사례다. (관련기사 ☞ 국내 공식기관 최초로 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인정)

단체는 지난 1999년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정부가 "20년 넘게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사과 및 피해회복 등 조치를 거부해왔다.

이번 판결에서 다뤄진 퐁니 마을의 피해자들은 지난 2019년 4월에도 한국을 방문해 집단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지만, 같은 해 8월 국방부는 '청원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민간인 학살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이를 거부했다

당시 국방부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의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외교적 상황 등으로 해당 '조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번 소송의 법률대리인단 소속 박진석 변호사는 7일 판결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는 베트남 정부로 인해 피해자들이 한국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만 해도 큰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한국정부의 결심"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큰 과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날 성명에서 참여연대는 퐁니 사건 이외의 학살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의 결심을 촉구했다.

특히 단체는 "하미 마을 학살의 경우 지난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되었음에도 위원회는 조사개시결정을 미루고 있다"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신속한 조사개시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하미 마을의 학살 피해자들은 지난해 4월 한국 진실화해위 측에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어 단체는 "가해국으로서 진실과 책임을 제대로 마주할 때, 앞으로 한국이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있다"라며 "공식적인 진상조사를 토대로 한국정부는 공식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하여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지난 8일 낸 입장문에서 "(승소한) 응우옌티탄 이외에도 수많은 베트남 학살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라며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 제정 △베트남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7일 베트남 퐁니 마을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가 법률대리인단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승소 소감을 전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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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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