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대북 전단 '표현의 자유' 라던 尹 정부와 다르다…대북전단 단체에 "살포 중지 강력 요청"

통일부 "전단 살포 규제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180도 달라진 대북 전단 살포 입장

이재명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며 사실상 방치한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행보다.

9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월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5월 8일에 이어 세 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통일부는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적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4,5월과 6월 2일 등 이미 전단을 살포했는데 이 시점에 이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대선 결과에 따라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부에서 정례브리핑에 이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결정한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에 구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우리 판단의 시점에 대해서 확인해 드릴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통일부는 이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과 소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 해인 2022년 9월 당시 북한자유주간을 계기로 대북전단 살포가 예정돼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그동안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대북전단 등 살포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다"며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등 살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우려하고 있으며, 전단 등 살포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전단 살포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020. 12. 29. 법률 제1776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리자 사실상 전단 살포를 방치했다.

당시 정부는 헌재 결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헌재 결정문에는 기존 법률로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음에도 추가적인 법률 제한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즉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법률이 위헌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이 있는데도 법률을 만들어 제지하려는 것이 과도하기 때문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전단 살포와 관련한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고, 이후 북한이 2024년 5월 오물이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내려보내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다.

남한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체결된 9.19 군사 합의의 효력을 중단시켰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전단 살포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경기도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6월 1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청에서 북한 '오물풍선' 관련 긴급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민·국민 보호를 위한 공조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예상 지역에 즉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출동시켜 순찰하고 감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단속을 본격화했다.

김 지사는 이후 파주시와 김포시, 연천군 등 11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이 지역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을 투입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단속했다. 이는 현행 사법경찰직무법에 따른 것이었다.

전단 살포를 방치하던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따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직무가 정지된 이후였다.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대북전단 문제는 최근 정세 및 상황의 민감성과 우리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접근하겠다"며 "유관기관, 관련 단체, 접경지역 주민들과의 긴밀한 소통 등 상황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차원에서, 지난 12일 대북전단 민간단체들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6월 20일 밤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을 향해 전단 30만장과 USB, 1달러 지폐 등을 담은 대형 애드벌룬을 띄웠다고 21일 밝혔다. ⓒ연합뉴스

한편 전단 살포 문제로 촉발된 남북 간 확성기 방송과 관련, 북한에서 오물 풍선이 내려오고 있지 않은데 남한이 먼저 확성기 방송 중단을 검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대북확성기 방송은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대북 방송 중단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따라 달려 있다고 수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며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대남 방송은 접경지역과 서해에서 낮밤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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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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