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태원 참사' 대비한 대규모 합동훈련 진행

김동연 "더 안전한 경기도 만들어나갈 것"

오전 9시. 롯데백화점 수원점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던 에스컬레이터에서 역주행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수십 명이 폭 2m가 안 되는 에스컬레이터에 일렬로 끼여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구조대가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벌이는 한편, 백화점에 있던 인원도 분주히 대피시켰다.

'이태원 참사' 발생 방지를 위해 경기도가 8일 수원역 소재 롯데몰 수원점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는 도를 비롯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경찰, 한전, KT 등 32개 민관 기관 500여 명이 총동원됐다

이날 훈련은 신고접수 → 상황판단 → 상황전파 → 사고대응 → 재난현장 수습‧복구 등의 순으로 실시됐다. 경기도는 이날 합동훈련은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재난에 대비해 시스템과 매뉴얼의 실제 작동 점검을 위해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터 하단에서는 더미(훈련용 인형)를 쌓아 움직일 수 없는 사망자에 따른 어려운 구조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김동연 지사. ⓒ경기도

김동연 지사의 약속 실행으로 옮긴 첫 번째 합동훈련

이날 훈련은 '이태원 참사'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구조대는 시민들을 팔에 끼운 빨강, 노랑 띠 등으로 응급, 긴급 등의 상태로 분류해 심폐소생술을 했고, 일부는 백화점 외부로 후송했다. 다수 사망자 발생 상황에 따라 구조대 인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 추가 구조 인원을 목청껏 요청하기도 했다.

9시 20분께부터는 탈출 과정에서 가벽이 붕괴돼 시민들이 매몰되거나, 혼잡한 상황에서 대형버스와 승용차 간 교통사고도 연쇄적으로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사고 승용차 상부를 절단해 부상자를 구출하거나 버스 창문을 깨 부상자들을 후송하기도 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훈련결과 총 12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사망 20명, 부상 1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훈련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약속을 실행으로 옮긴 첫 번째 기관 합동훈련이다. 앞서 김 지사는 이태원 참사 열흘 만인 지난달 10일 사회재난 합동훈련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도민 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이날 훈련에서 현장을 살펴보며 무전으로 구조를 지시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시연하는 등 전체적인 훈련상황을 지휘했다. 

김 지사는 훈련 후 진행된 강평을 통해 "오늘 사회재난훈련은 처음부터 실제상황처럼 하자고 제가 이야기를 했고, 저도 훈련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참여했다"면서 "10월 29일 참사는 정말 끔찍한 일이었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예방과 초기 대처가 미흡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이 대형으로,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에 따라 훈련한 것은 아마 최초일 것"이라며 "우선 첫째로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저를 포함해서 도청, 또 모든 관계기관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현장에서 훈련지시를 내리고 있는 김동연 지사. ⓒ경기도

김동연 "더 안전한 경기도 만들어가도록 할것"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소방, 지자체, 경찰, 교육 등 관련 기관이 모두 모인 가상 사회재난 현장에서는 긴박함이 느껴졌다"며 "사무실에서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였다"고 이날 훈련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재난 발생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뤄졌다"며 "의사결정도 현장에서 지체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현장 책임자가 상황을 판단해 결정하면 도지사는 그 결정을 믿고 지원하겠다고 오늘 약속했다"며 "직급을 떠나 현장 책임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그것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이고, 그것이 현장 중심, 도민 중심 행정"이라며 "앞으로 현장 중심 ‘사회재난 합동훈련’의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서 ‘더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사회재난 상황을 가정해 관계기관 합동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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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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