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쟁 비협조' 비난한 트럼프에 마크롱 "예고 없이 피해주는 나라 있어" 일침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비협조에 루비오 국무장관 "나토 재검토할 것" 경고하기도

미국의 이란 침공을 두고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가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예고 없이 해를 끼칠 수 있는 동맹국이라며 미국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일본 지지통신은 도쿄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열린 일본-프랑스 경제포럼 연설에서 유럽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예고도 없이 일본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나라"와 차이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 포럼에서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움직임이 느리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예측 가능성에는 가치가 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특히 최근 몇 주 동안 그 점을 증명해 왔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시기에는 예측 가능성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확신한다"라며 일방적으로 행동해 동맹국의 단결을 저해하는 국가들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들은 모레에는 현재의 입장을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일은 예고 없이 일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란 전쟁과 관련해 수시로 입장이 바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은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가리킨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에 의해 사실상 봉쇄된 상태"라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이란 공격이 초래하는 "에너지에 대한 심각한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유럽은 여러분(일본)의 편이다"라면서 "우리는 국제법, 협상, 그리고 외교의 재개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본-프랑스 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스라엘로 향하는 군수 물자를 실은 비행기들의 영공 통과를 불허한 데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프랑스는 성공적으로 제거된 '이란의 도살자'와 관련해 매우 협조적이지 않았다. 미국은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기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 "우리가 그럴(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유가 없다. 그건 우리 몫이 아니다. 프랑스 몫이고, 그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 몫"이라며 프랑스를 비롯해 필요한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알아서 개방하든지, 아니면 미국의 석유를 구매하라는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31일 폭스뉴스 앵커 션 해니티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분쟁이 종식되면 미국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의 역할을 재고할 수도 있다며 유럽 국가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에 도움이 되어 온 이 동맹이 여전히 그 목적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미국이 단순히 유럽을 방어하는 입장에 서 있는 일방통행이 되었는지 재검토할 것이다. 우리가 동맹의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이 우리에게 기지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과 관련한 군사적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국 공영방송 BBC는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이 이란 공격에 동원되는 미국 항공기는 스페인 영공을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이날 이탈리아는 시칠리아에 있는 공군 기지에 미군 항공기가 착륙하는 것을 허가하지 안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미군의 폭격기가 해당 기지에 착륙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무기 반출을 거부한 국가도 있다. 폴란드 일간지 <제치포스폴리타>는 31일 미국이 이란과 갈등 고조 및 중동 지역 내 미군과 동맹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증가를 고려해 폴란드에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 2개 포대 중 하나를 배치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시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해당 시스템은 중동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폴란드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폴란드 영공과 나토 동부 전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계획이 없다. 우리 동맹국들은 우리가 맡은 임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폴란드의 안보는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폴란드 국방부는 미국이 폴란드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야누시 세이메이 폴란드 국방부 대변인은 <제치포스폴리타>에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폴란드에는 현재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 2대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 측은 나토 동부 전선의 주요 국가로서, 방공 능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또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이란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이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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