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용'도 걷어찬 용산, 노동계 '백기투항' 압박하며 "이것은 강공이 아니다"

"'先복귀 後대화' 원칙 불변…화물연대·민주노총 입장표명 있어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제시한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키로 했음에도 대통령실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와 업무 복귀가 선행돼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한 화물연대 측의 입장 표명까지 요구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안전운임제 폐지 가능성도 열어놓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안전운임제를 수용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선(先) 복귀, 후(後) 대화"를 일관된 원칙이라고 밝히며 "복귀를 위한 어떠한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강공이 아니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원칙을 누차 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되 적용 품목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화물연대가 파업을 풀고 복귀하지 않으면 일몰 연장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일몰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는 내년부터 사라진다.

특히 여권 관계자는 "12월 말로 일몰제를 맞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놓은 제안이었다"며 "그러나 화물연대는 그 제안을 걷어차고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해 오늘로 15일째를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국민 경제는 액수로만 따질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건설현장이 멈춰서 저임금 근로자들이 오히려 어려워지고 미래세대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특히 "그런 막대한 피해에 대해 먼저 화물연대든 민주노총이든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고도 했다.

화물연대의 요구 조건인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는 불가하며,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파업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백기투항을 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파업 동력이 약화된 화물연대가 되려 여권의 강경론에 반발,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안전운임제 자체가 잘못된 제도일 수 있다. 안전에 기여한 바 없고 민노총(민주노총) 회비까지 내 연장 필요성에 회의적"이라며 "민노총이 불법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하면 민주당과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정부가 제시한 일몰제 3년 연장 제안에 대한 수용 입장을 밝혔음에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하면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을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논의도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9일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일몰제 3년 연장을 의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노동계에 대한 고강도 압박 등 여론전의 효과를 본 여권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속한 파업 철회와 정상화보다 노동계와 민주당을 한묶음으로 엮은 '적대적 노동정책'의 수위를 끌어올려 여론 지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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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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