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 수용"…화물연대 파업 분수령?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등 백지화 제안…"안전운임제 지속 위한 최소한의 결정"

더불어민주당이 화물연대 파업 요구조건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대상종목 확대에 대해 "정부·여당의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전향적 입장을 표했다. 국회 내에서 화물연대의 주장에 힘을 실었던 민주당이 이탈하면서, 화물연대 파업도 전기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토교통위원들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현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 결과로 제시한 '3년 연장'안을 수용해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지금 국회에서 법안처리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전운임제가 사라질 절박한 시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으로 인한 파업의 지속과 경제적 피해 확산을 막고, 안전운임제의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입장 변경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은 그간 화물연대와 함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상시화)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약속 미이행으로 안전운임제가 일몰 위기에 놓여,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안전운임제가 종료된다"면서 "2018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안전운임제도가 사라질 위기이고, 내년부터 폐지되면 안전운임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제도 부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정부·여당이 주장한 안을 우리가 전적으로 수용한 이상 합의처리에 나서야 한다"며 "그동안 품목 확대를 위한 증재인 모두를 거부한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한 만큼 국토위 소위와 전체회의 일정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상시화'가 아닌 '3년 연장'을 받아들면서 품목 확대도 법안개정 후 별도 협의체에서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이들은 "법안개정과는 별개로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을 계속 논의하기 위한 국토위 산하 여야 합의기구를 동수로 구성할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한다"며 여당의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최소한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저희는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활용한 법안 일방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12월 말까지가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아니냐"며 "자동일몰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정부와 여당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3년 연장안'이라도 그러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 입장이 아니라 정부·여당 입장을 그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기자회견"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화물연대가 원칙적으로 요구해온 안전운임제 전면 적용이나 전 품목 확대는 저희 공식 입장이 아니었고, '3개 품목 확대'를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5년 연장에 1개 품목 확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희가 '그러면 좋다. 3년 연장에 품목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어렵다면 품목 확대와 관해서는 국회와 논의하자'는 것을 제안했는데 이 또한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상식적인 안마저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이번 기회에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야 간사 간에는 어제 거의 좁혀진 상황이었는데, 이것을 대통령실이 완전히 틀어버려 저희는 황당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토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한 내용은 전날 여야 간사 간 합의에서 논의된 잠정안이었는데 이를 대통령실이 거부했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를) 제압하고 말살하자는 의도가 고스란히 담기지 않았다면 이런 극한 선택은 불가능하다"며 정부, 특히 대통령실의 의도에 의혹을 제기했다.

화물연대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화물연대는 민주당 국토위원들의 기자회견 직후 언론 공지에서 "오늘 민주당이 발표한 입장 내용에 대해선 화물연대도 알지 못한 바, 사실관계 확인 및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부안 이미 거둬들였다. 원점에서 논의해야"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정 제안조차 거부한다며 초강경 입장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가 먼저 업무복귀를 한 이후에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이미 오래 전 백 번 양보해 '3년 연장' 정부안을 냈다. 그걸 걷어찬 게 화물연대이고 민주당도 합세했다"며 "그러고 길거리에 나가 15일간 운송거부를 하며 3조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을 유발해 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부안을 이제야 받겠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업무복귀 한 뒤에야 법안 논의가 가능한데 내일(9일)은 복귀가 안 된 상태라 의사일정 합의는 없다"며 "지난번처럼 일방적으로 회의를 여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심지어 '화물연대가 파업을 중단하면 3년 연장안을 받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도 "그건 아니다.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업무 복귀를 촉구했음에도 (파업을) 15일 지속해서 지난주에 대통령이 '원점 검토'를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처음 제안을 사실상 거둬들였다고 봐야 하고, 다시 논의한다면 원점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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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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