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기국회 내 이상민 해임안 처리' 가닥…탄핵소추는 다음 카드로

野 "尹대통령 거부시 국정조사 후 탄핵안 발의" vs 與 "개탄스럽다"…예산 협상은 평행선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방침대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정했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다음 단계로 미룸으로써 당장 최악의 여야 대치 상황은 면했지만,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처리 또한 반대하고 있어 불과 하루 남은 예산안 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상민 장관 (문책) 관련, 의원들이 '해임건의안으로 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을 8일·9일 본회의 때 (보고 및)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후 국정조사가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조치하지 않을 경우, 그 이후에 탄핵소추안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해임건의안부터 처리하고 탄핵소추안은 국정조사 진행 후 다음 카드로 쓰겠다는 얘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에서 행정적·사법적 책임도 따져볼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해임을 거부하면 탄핵도 가야 하지 않겠나. 강제적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을 이번 (8일, 9일) 본회의 때 무조건 처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런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임건의안과 관계 없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빠르게 제대로 논의돼야 하고, 책임져야 할 이상민 장관은 (대통령이) 문책하라는 그런 의미"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임건의안 처리와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 막판 논의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이날 의총은 약 40분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원내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 앞서 미리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당 내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해임건의안을 건너뛰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데다가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미뤄지면서 원내 지도부는 탄핵소추 절차에 바로 돌입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의원들 전언에 따르면 당 내에서 해임건의안 처리 의견 비율이 탄핵소추안 발의 의견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도 "압도적 다수가 의총에서 이견 없이 (해임건의안 처리에) 동의했다"고 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선 다수 의원이 '법적 근거 미비'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장관의 이태원 참사 관련 대응이) 법 위반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 "법적 책임으로만 물을 수 없는 정치적 책임의 영역을 국정조사를 통해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해임건의안은 법률 근거가 아주 뚜렷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근거가 매우 명확해야 한다"면서 "지도부가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하지만 얼만큼 탄탄하게 법 논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그랬던 것처럼, 만일 탄핵에 실패하면 엄청난 역풍이 우려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가장 극단적 방법인 탄핵소추안 발의 대신 이미 발의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의총 직후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제1야당의 의원들이 모인 총회에서 총의를 모은 안건이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이 아닌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라니 개탄스럽다"면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엄포는 협박일 뿐이며, 누가 보더라도 예산안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의총에서 기어코 이번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고 결정했다"면서 "책임은 수사 결과와 국정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에 묻자는데 그걸 못 참아서 허둥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와 예산안 막판 협상 중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에 나와 "국정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예산안도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파행이 될 확률이 높다"고 예산안 논의 파행을 경고한 바 있다.

양당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만나 예산안 논의를 이어갔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이 해임건의안 처리 강행을 예고하면서 여야 간 예산안 논의에 또 암초가 더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을 향해 "모든 것을 다 정치적인 문제, 장관 하나 지키는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무책임의 극치"라면서 "국회가 할 일을 해야지 모든 것을 연계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예산안 협상 상황에 대해 "협상 중이라 다 공개할 순 없지만, (국민의힘이) 너무 황당한 감액 규모를 주장하고 있다. 협상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과거와 비교하면 4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성의라도 보였네' 해야 다음 단계로 들어갈 것 아니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끝내 (합의가) 안 되면 저희도 저희 (수정)안이 있다"면서도 "끝까지 하여튼 노력해서 여당 정부에 대한 설득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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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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