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논의 중인데 화물연대에 손해배상? 국회 무시하나"

대통령실 이어 국토부·산업부에 김진태까지 "손해배상 검토"…정의당 "야만적, 후안무치"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중앙·지방정부가 '손해배상 검토'를 언급하며 압박에 나서자, 야권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야만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특히 국회가 '노란봉투법', 즉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에 나선 가운데 정부 측에서 손배소 제기를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자 "국회 무시"라는 반응까지 일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6일 당 의원총회에 이어 의원단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이 점입가경"이라며 "화물노동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으로 정부 대응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화물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이야기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엄포와 LH의 입장 발표까지 파업이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문제"라며 "거기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화주의 손해배상소송을 대행하겠다'고까지 밝혀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손해배상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는 정부가 앞장서 노동자의 파업권을 짓밟겠다는 것이며, 기업의 야만을 답습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로서의 파업권도 정부 입맛대로 재단한 것도 모자라 손해배상 청구까지,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이같이 나오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78명은 전날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손해배상 청구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해 화물노동자의 노동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의에서 열린 파업 관련 긴급점검회의에서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이번 주 중에라도 선제적으로 정유, 철강, 석유화학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기업들이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를 묵인·타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달라. 무역협회처럼 다른 협회·단체들도 중소 화주의 손해배상 소송 지원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기자 간담회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도내에서도 건설 공사가 중단돼 그 피해액이 338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피해액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운송개시명령에 거부하는 행위가 손해배상 면책이 될 것이라는 건 속단"이라며 "합법 절차에 의해 법이 개정(노란봉투법 제정을 의미)되기 전에는 지켜져야 하고,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또 지난달 27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면허 취소, 과태료 부과와 별도로 정부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공기관인 LH도 지난달 30일 공사 중단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정의당 의원단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파업'이고 경제 위기를 선동한다고 독한 말을 쏟아내더니, 급기야는 화물연대를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고 하고,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노총을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까지 했다"며 "노동자 시민을 불법·파괴 세력으로 모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종북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의 폭주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행동을 불법 파업이라고도 했다가, 동시에 공정위를 동원해서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화물노동자를 노동자로 보고 있는가, 자영업자로 보고 있는가? 윤석열 정부의 법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가"라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그리고 대체 무엇이 불법이냐"며 "노동자들에게 불법을 덧씌우려고 정부는 사문화된 업무개시 명령을 밀어붙였다. 이번 파업은 명백히 대통령이 조장한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노동자를 적으로 삼고 공격해서 지지율이 조금 오르니 케케묵은 색깔론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무능과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매우 질나쁜 정치 기획"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화물연대와 정부 측 간의 2차 교섭이 결렬된 후,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에게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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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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