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던져 추모하겠다"… '이태원 참사' 오체투지 나선 스님들

사흘간 하루 5시간 오체투지 행진 … "진상규명, 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 촉구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 및 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 등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9일 오전 10시 30분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부상자 쾌유와 진상규명 및 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을 촉구하는 안전세상 발원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오체투지'란 머리와 사지를 땅에 완전히 붙여 행하는 큰절이다. 대지에 온몸을 던짐으로써 존경과 참회 등을 표현한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10여 명의 승려들은 다섯 걸음마다 땅에 엎드려 오체투지를 행하는 방식으로 조계사를 나섰다.

대웅전 앞 흙바닥에서 시작된 오체투지는 조계사 앞 사거리의 아스팔트 바닥으로까지 이어졌다. 몸을 누이기 힘든 계단 위에서도 오체투지는 계속됐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 스님들 ⓒ프레시안(한예섭)
▲9일 오전 '오체투지 행진'을 하며 서울 중구 남대문 경찰서로 향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 스님들 ⓒ프레시안(한예섭)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행진은 이날만 숭례문을 거쳐 서울역 인근 남대문경찰서까지 5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후 오는 10일과 11일에는 각각 남대문경찰서와 삼각지역으로 출발지를 바꿔 진행한다.

11일 예정된 행진에선 스님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거쳐 이태원 참사 현장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간다. 희생자 추모 및 부상자 쾌유에 그치지 않고 진상규명·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 촉구 등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동선이다.

지몽 스님은 행진에 앞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희생자 가족 분들의 슬픔과 고통, 분노가 조금이라도 녹아내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대지에 몸을 누이겠다"며 "더불어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여 정부·경찰·행정당국의 관련 책임자들이 응당한 책임을 지고, 두 번 다시 이런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거리에 온 몸을 던질 것"이라고 오체투지 행진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몽 스님은 특히 '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 요구 사항에 대해 "올바른 진상규명을 위해선 철저히 피해자 중심의 시각이 필요하다"며 "상실감과 슬픔 속에 계실 희생자 가족 분들을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진상규명의 첫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노위 집행위원장도 "상실감과 고통, 두려움 속에 놓인 가족들이 한 공간에 모여 (정부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을 보탰다.

그러면서 양 집행위원장은 "특히 지금 가족 분들은 희생자 분들이 대체 어떻게,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참사 당일 희생자 분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었는지 사고의 정확한 경위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정치권이 말하는 '진상조사'의 첫걸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오전, '오체투지 행진'에 앞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이태원 희생자 추모, 책임자 문책'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지몽 스님(가운데) ⓒ프레시안(한예섭)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대웅전 앞 불상을 배경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진상규명, 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종교계 연대를 위해 현장을 찾은 박영락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 부장 또한 "당사자가 아닌 이상 참사로 가족을 잃은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며 "같은 고통을 안은 당사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그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간과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말도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그 참사에 아파하는 희생자 가족들이 결국 우리 사회를 조금이나마 안전한 길로 인도해왔다"며 "앞으로 이어질 가족들의 목소리는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고, 우리는 그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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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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